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자버 Jan 18. 2024

돌을 사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누가 봐도 당신은 돌이고

나는 당신을 사랑했지만

나는 돌을 사랑한 적은 없습니다

마치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은

살아있는 것이 돌을 사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가 물을 주는 동안

당신은 태동하며 곧 머리를 내밀 것 같은 봄


내가 품어 안는 동안

당신은 몇 세기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알


내가 등을 다독일 때엔

당신은 속상함을 끌어안고 웅크려 울던 작은 몸


어느날 갑자기 폭설이 내려

당신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눈이 쌓여버린 날

당신을 잃어버린 날

나는 그날 당신이 돌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당신을 사랑한 적 없습니다

마음 아프지 않기로 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돌을 사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건 너무나 이기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고싶은 만큼 사랑하고

아프기 직전에 잊히어버리는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당신은 돌이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돌은 살아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다고

그 영원한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는

살아있는 것 중엔 없다고





작가의 이전글 농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