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부터, 뉴욕 #8
어둠이 무서워요.
특히 낯선 여행지에서의 어둠은,
친절과 침범이 구분되지 않는 어둠은
바짝바짝 긴장될 만큼 무서워요.
그렇다고 어둠에 무기력해지진 않아요.
어둠으로부터 도망칠 방법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가만히 버티고만 있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니까.
나를 아프고 무섭게 하는 것들로부터
더 노련하게, 훨씬 멋지게
피해가는 방법들을 터득하는 것.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 중 하나.
잘 생각해보면 여행도
날 힘들게 하는 무언가로부터
'아주, 멋지게, 잘' 도망쳐 온 것 아닌가요?
그게 가장 큰 목적은 아니었을지라도
분명 무언가로부터 도망쳐왔을 거예요.
그렇다면 정말
잘하셨어요.
멋져요, 진짜루.
날 힘들게 하는 것과
맞서 싸울 힘이 생기는 게 아니라
도망칠 곳 리스트가
주렁주렁 늘어나는 것.
어른이 되어가는 일의 아름다움.
그 리스트 중 하나가 당신이어도 되나요?
물론 저도 당신의 리스트가 되어드릴게요, 기꺼이.
우리 같이 아름다운 곳으로 도망쳐요.
힘이 닿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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