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자버 Sep 18. 2021

외로움이란 베갯잇의 코피 자국

네모로부터, 뉴욕 #9



능숙해지는 게 점점 더 많아져요.


내가 아팠던 흔적 정도는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

뭐 하러 티를 내요!


음…,

별일 아니잖아요?


다들 저렇게 멀쩡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티 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아픔

실은 하나씩 갖고 있지 않을까요?


나만 그런 거 아닐 테니까

나도 티 내지 않을래요.

굳이.

그런데 나는 또 이렇게

헛헛한 마음에

잠 못 이루고 있네요.


정말 이상해요.

내가 선택한 외로움이라면

외로워도 괜찮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잠깐만…

내가 선택한 게 아닌 건가?


아, 이제야 알겠네요.

이 허전한 마음.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네요.

그럼 외로울 수밖에.




막상 날이 밝아오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아 지겠죠?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 댄

지난밤이 민망해지겠죠?


안 봐도 뻔하지만

오늘은 좀 허우적대다 잠들어야겠어요.


내일 좀 시무룩한 얼굴이어도

그냥 모른 척해주세요.


어제가 바로 어쩔 수 없는 그런 날이었구나

하고 넘어가 주세요.


어른들끼리의 약속,

아시겠죠?




이전 09화 혼자가 슬프지 않은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