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부터, 뉴욕 #9
능숙해지는 게 점점 더 많아져요.
내가 아팠던 흔적 정도는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
뭐 하러 티를 내요!
음…,
별일 아니잖아요?
다들 저렇게 멀쩡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티 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아픔
실은 하나씩 갖고 있지 않을까요?
나만 그런 거 아닐 테니까
나도 티 내지 않을래요.
굳이.
그런데 나는 또 이렇게
헛헛한 마음에
잠 못 이루고 있네요.
정말 이상해요.
내가 선택한 외로움이라면
외로워도 괜찮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잠깐만…
내가 선택한 게 아닌 건가?
아, 이제야 알겠네요.
이 허전한 마음.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네요.
그럼 외로울 수밖에.
막상 날이 밝아오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아 지겠죠?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 댄
지난밤이 민망해지겠죠?
안 봐도 뻔하지만
오늘은 좀 허우적대다 잠들어야겠어요.
내일 좀 시무룩한 얼굴이어도
그냥 모른 척해주세요.
어제가 바로 어쩔 수 없는 그런 날이었구나
하고 넘어가 주세요.
어른들끼리의 약속,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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