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셋집이지만 내가 살 집이니 불편하거나 보기 싫은 부분을 최대한 고쳐 살고 싶다. 그러나 남의 집에 내 돈을 들이기는 싫다.
이런 분들을 위한 팁 몇 가지를 공유한다.
생활 속에서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물건은 거의 기성품으로 나와 있다.가까운 다이소에만 가 봐도 '어머, 이런 것도 있네'하는 것들이 많다.
'설마 이것도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찾아보면 90퍼센트는 쿠팡에서 팔고 있다.
인테리어나 수리를 어설프게 셀프로 하느니 기술자에게 돈을 들여 제대로 하라는 말도 맞다. 그렇지만 내 집도 아니고 몇 해가 될지 기약할 수 없이 빌려 사는 집에는 선뜻 그러기가 어렵다.
어쨌든 내가 살 집이니 내 품삯 계산은 빼고 약간의 실비만 들여 살살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은 많다.
1. 다용도로 간편한 시트지 보수법
셀프 인테리어의 기본인 시트지, 인테리어 필름의 유니버스는 광활하다. 무광/유광, 리얼 나뭇결이나 천연 대리석을 뺨치는 자연스러운 무늬, 신비로운 홀로그램 등 많은종류는 기본이고 방염 기능이 추가되었거나 물로만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거나 마치 진짜 타일 같은 입체감이 난다는 제품도 있다.
색감과 질감이 다양한 시트지를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
작은애 자취집 욕실에는 오래된 거울 밑에 오염이 길게 나 있었다. 닦아서 되는 게 아니어서 집에 있던 시트지를 가져가서 가렸다.
거울 아래 생긴 흔적 가리기
시트지를 사는 대신 집에 남아있던 몰딩용 롤시트지를 가져다 썼다.
욕실 문의 모서리들이 오래 습기를 먹어서 껍데기처럼 분리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에 잘 썼다. 깨진 몰딩, 상처가 많은 문틀에도 가능한 곳은 흰 시트지로 깔끔하게 랩핑했다.
특히 나무 몰딩이 깨져서 튀어나온 부분은 생활 중에 다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다.
모서리 처리는 역시 어렵다
2.낡은 문지방수선팁
예전에 살던 집에서 작은 방의 낡은 장판 위에 나무색 데코타일을 붙여 리폼한 적이 있었는데 마루를 깐 듯 예뻐진 것은 물론이고 발바닥에 닿는 느낌도 좋고 겨울철 난방에도 전혀 불편이 없었다.
잘라서 붙이면 되는 튼튼한 데코타일
나는 낡은 문지방에 바닥재로 쓰는 데코타일을 붙였다.
이건 작은애의 월셋집이 아닌 우리 집 모습인데 세탁실 문지방과 욕실 문지방 그리고 욕실 문 안쪽이다. 3년이 넘어도 떨어지거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원하는 만큼 가위로 잘라 쓸 수도 있다.
다른 방에는 문지방이 없고 딱 두 개 있는 문지방에는 세월의 흔적으로 파이거나 깎인 흠집이 많았는데 바꿀 수도 없고 보기가 아주 싫었다. 그래서 데코타일을 붙였는데 딱 좋은 선택이었다.
데코타일을 붙인 또 다른 곳은 욕실 문이다. 욕실 문은 직접 물에 닿는 곳이다 보니 변형이 올 수 있다. 그나마 합성수지로 만든 ABS도어라 습기에 강하다지만 오래되어서 문 아랫부분이 살짝 들떠 보였다.
문의 상태가 나쁘지 않거나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차원이라면 데코타일만 붙여도 안심이다.
세제를 뿌리고 솔질하는 물청소를 마음껏 해도 된다.
데코타일을 붙인 문지방 두 곳과 욕실문 아래쪽
3. 불어나고 들뜬 욕실 문은?
그러나 나무로 된 욕실 문짝이 이미 불어서 두꺼워졌거나 훼손되었다면 적당한 제품이 있다. 시중에 팔고 있는 욕실문 보호대다.
욕실문 보호대
작은애네 욕실 문은 나무에 시트지를 붙인 옛날 문이었는데 아래쪽이 다 불어 표면이 떨어지고 있었다. 전 세입자는 임시방편으로 투명 테이프로 붙이고 살았다.
욕실문 보호대는 유연한 플라스틱인데 문 밑에 단단히 끼워서 접착제로 부착하는 방식이다. 방문에 딱 맞아야 하므로 두께를 재보고 구입한다.
두꺼워진 부분은 다행히 커터칼로 잘 잘린다. 보호대 크기에 맞게 세심하게 잘라낸 후에 끼웠다.
물을 쓰는 공간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보호대의 틈이 벌어질까 봐(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아예 투명 방수 실리콘테이프로 마무리했다.
보호대를 끼워 수선한 문 안과 밖 모습
4. 그 밖에
가스레인지가 너무 더러워서 버리고 싶지만 옵션에 포함돼 있어서 내 맘대로 내다 버릴 수도 없다면 해당 브랜드 온라인 소모품샵에 가 본다. 손잡이, 삼발이, 버너 헤드까지 파니까 적절히 활용하면 훨씬 멋지게 변한다.
인터넷에는 오물분해제, 석회제거제 등의 전문가용 세척제를 판다. 세면대, 싱크대 배수구에 붓거나 변기 청소에 쓰면 남이 쓰던 집을 좀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변기커버 세트, 샤워기 헤드와 호스는 생각보다 저렴하고 바꿔 달기도 쉽다. 사이즈만 잘 찾아 새것으로 바꿔 쓴다.
작은애는 침대 옆에 작은 테이블을 놓고 스탠드 조명도 놓고 월셋집을 제 나름 꾸미고 산다.
삼복더위에 웬 양 등판 같은 1인소파를 샀나 했더니 '부클레'라는 최신 인테리어 경향인가 보다.
미드센추리모던이든 북유럽 스타일이든 월셋집이라고 못하는 건 아니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건 돈이 많이 들고 세입자에겐 불가능하니 배경은 최대한 심플하게 하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스타일링 감각을 발휘해서 예쁜 월세살이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