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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Jan 13. 2023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보는 날

누구냐, 너

 작년 봄과 가을에 각자 첫딸을 결혼시킨 선배들을 만났다.

 요즘은 비혼주의자도 많고 적령기라는 말이 무의미할 만큼 결혼하는 시기가 점점 늦어진다. 그 딸들도 서른이 넘어 결혼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20대 딸이 둘이지만 사라는 관계가 아직 나와 무관하게 느껴진다.

 

 선배들이 앞다퉈 쏟아내는 자녀의 결혼, 사위에 대한 첫 경험들을 조금은 태평하게 들었다. 열 살 많은 선배들과 나도 자녀의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구나 느꼈고 선배들이 '사윗감'을 처음 만나던 날의 긴박한 이야기는 학창 시절 좋아하던 선생님의 첫사랑 얘기만큼 재미있었다.

 

 참 놀랍게도, '딸'은 먹이고 입히고 밤길 마중을 해가며 20년을 넘게 키웠지만 아직도 딱 어떤 존재라 규정할 수 없는 미지의 '여자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는 만큼이나 모녀는 참 열심히도 부딪치고 서로 삐쳐 등 돌리는 순간도 흔하다. 그런 딸이 어느새 자라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놈을 엄마아빠에게 보여준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선배 1이 말했다.

 

 - 나는 내 딸이, 내 맘에 안 드는 남자애를 데려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내 친구 중에도 재작년에 첫딸이 결혼해 사위가 있는 '장모님'이 있다. 친구는 딸의 5년 여 연애 동안 사위를 봐 왔는데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쭉 맘에 들었다고 한다. 가족으로 합류한 이후에도 여전히 사위가 예쁘다니 남이 들어도 행복한 사실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중요하다. '인상'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외모'다. 얼굴을 포함한 사람의 외모는 그의 태도나 목소리보다 먼저 각인된다.

 잘 생겼냐의 문제가 아니라 좋아하는 타입인가의 문제다. 사람의 외모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동그랗고 복스러운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마르고 예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딸의 남자친구가 내 맘에 들지 아닐지는 알고 보면 무척 심각한 일이다.

 기왕이면 내 맘에 드는 녀석이 좋다. 설령 맘에 안 드는 녀석이라 해도 앞으로 만나지 말라고 할 수 없으니 엄마는 그날부터 그 연애를 견뎌내야 한다.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그날 엄마에겐 돌부처가 되는 수행길이 시작될 수도 있다.    





 

 흔히들 딸은 엄마의 분신이라고 말한다. 나와 어릴 적 모습이나 성향이 닮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성장하는 내내 나의 과거와 비교하게 된다. 중학생인 딸을 보면 나의 중학생 때가 기억나고 고등학생인 딸을 보면서 고맘때의 나를 추억한다.

 엄마마다 딸을 양육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어느 경우라도 나와 딸이 완전히 별개일 수가 없다.


 요즘은 사진이 매우 흔해서 예전 우리 엄마들처럼 내 딸의 남자친구를 갑자기 마주하는 충격과 공포는 덜 수 있다. 비록 지극한 포샵과 후처리가 된 사진이라도 일단 여러 경로의 사진 자료를 통해 딸의 남자친구를 미리 볼 수 있는 단계가 있으니 나같이 갱년기의 심약한 엄마들에게는 다행이다.

  

 앞으로 나도 딸들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겠지만 모쪼록 심신이 준비된 상태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왕이면 걔들이나 나나 서로가 첫눈에, 마음에 들면 정말 좋겠다.

 


광활한 미래를 기대하는 나의 2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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