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싱가포르에 계속 살 가치가 있는가?
한국 나이로 7세, 만 5세가 갓 넘은 우리 쌍둥이들은 올 8월 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영국식 학제를 따르는 도버코트에 입학한다면 G1, 즉 1학년이 되고, 일반적인 국제 학교 학제를 따르는 인빅투스에 입학한다면 G1 Prep, 즉 1학년이 되기 바로 직전인 유치원 과정이 된다. 학비는 그나마 합리적이라 하는 도버코트는 연간 27,000 SGD, 싱가포르에서 가장 저렴한 학교 중 하나인 인빅투스는 17,000 SGD이다. 물론 여기에 셔틀버스, 식사, 교복, 필드 트립 등의 비용은 제외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용도 올라간다. 이 외에도 아이들을 학원에도 보내야 하고 방학에는 캠프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학교를 보내든 연간 80,000 ~ 100,000 SGD의 교육비를 지출한다고 봐야 한다.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들에게 올 4월까지 사용한 비용만 봐도 15,000 SGD 이상이니 연 100,000 SGD는 교육비로 쉽게 쓰지 싶다.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 여기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이곳에 처음 와서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는 조금씩 나의 생각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분들의 요지는 대략 아래와 같다.
1. (내 생각과 별개로) 많은 사람들이 교육 문제로 아이를 싱가포르로 보낸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안전하고, 게다가 ‘영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꼽힌다.
2. 싱가포르에서 국제학교를 보낼 경우 한국처럼 힘들게 공부시키지 않아도 괜찮은 학교에 보낼 수 있다. 특히 해외 12년 특례를 한다면 더욱 확률이 높아진다.
3. 비단 한국 대학뿐 아니라 영미권 대학으로도 진학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4. 마지막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글로벌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4번 외에는 동의하지 못했다. 소위 ‘될놈될’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1번 이유 때문에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남들은 아이 교육을 위해 돈을 싸 들고 오는데 우리 부부는 둘 다 직장이 있어 ‘돈을 싸들고’ 오지 않았을뿐더러 적당한 수준의 학교를 보낼 형편은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 입시에 너무 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될지 모르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물론 우리 부부 커리어 중요하다. 아이들 때문에 우리 커리어 혹은 인생을 ‘희생’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가 없다면 하지 않을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에 계속 거주 할 가치가 생기는지도 모른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모로서 내 아이들에게 더 나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걸 부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