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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16. 2024

눈을 감지 않았으면 좋겠어.

노을과 미소.


노을지는 이른 저녁.


이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어느 봄 날 노을지는 이른 저녁 숲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오두막 집 앞 마당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다가 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노을 빛을 보고 봄에 하얀 눈이 퍼붓는 것 같다고 느낀 것 같다. 




사람에 눈을 잘 보다보면 그 눈 속에 비치는 아름다운 풍경들도 볼 수 있다. 시인 또한 자신이 예전에 아니면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고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그 추억들을 떠올리며 예쁜 요소들을 비유해 이 시를 쓰게 된 것 같다.




네 감은 눈이 얼마나 예쁜지.


이 시에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구는 “네 감은 눈이 얼마나 예쁜지”였다. 이 시구는 누군가의 감은 눈이 너무 아름다워 눈송이들이 입 맞추듯 눈 위에 쌓이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 이 구절이 기억이 남은 이유는 왠지 시 속의 말하는 이가 말하고 있는 이에 감은 눈을 보며 사랑을 꺠닫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떄문이다. 이 구절을 생각하면 사랑을 꺠닫는 순간은 정말 사소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눈을 감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시 속의 내용과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반려견 뽀미가 생각난다. 뽀미가 내 품 안에서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며 너무 예쁘고 뽀미 눈 주위에 새하얀 털이 조명에 비춰 마치 눈이 쌓인 것 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뽀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고, 지켜주고 싶은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치만 가끔 뽀미가 이렇게 예쁘게 정말 눈을 감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진 않을까, 그 순간이 너무나도 빨리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든다. 부디 정말로 눈을 감는 날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을과 미소.


사람은 죽는 순간에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내가 죽는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에 남는 순간들 중 하나는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노을 빛이 쇼파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비추며 할머니 무릎에는 뽀미가 기대 누워서 잠을 자고 있을 때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남겨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이 순간이 나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 순간에 노을 빛이 너무나 밝고 아름답게 반짝이고 할머니의 긴 세월을 담은 주름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아팠다. 이 순간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가끔 내가 할머니와 같은 나이가 되게 된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또 할머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는 나이가 드시면서 그냥 멍하니 베란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일들이 많아지셨다. 그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하면서도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건지 아니면 재미가 있으신건지 궁금했다. 나이가 들면 원래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한다. 나도 나이가 들면 우리 할머니를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잊지 않을게.


이 시를 70년 후 내 장례식에 온 이들에게 보내고 싶은 이유는 비록 내가 먼저 눈을 감게 되었지만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들과 당신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잊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내 장례식에 온 이들에게는 나와 함께 했던 삶에 시간 속 아름다운 봄눈 같은 추억들만 기억되었으면 한다. 꼭 그 순간에만 아름다웠다기 보단 나중에 생각했을떄 더욱 아름다워졌던 순간들이 있따. 그 추억들 또한 나에게만 아니라 나와 그 추억을 함꼐 나누었던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리고 내 장례식에 온 이들이 너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슬퍼하기보단 나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다른 이들과 회상하며 웃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드라마에서 병원에서 지내던 할머니가 자기 죽었으니 장례식에 오라는 문자를 사람들에게 보내 죽지 않은 장례식을 치르신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장례식에 들어오는 이들이 울면서 들어왔지만 죽지 않았다는 소식에 안도하고 웃고하는 유쾌하면서도 곧 정말 장례식을 하게 될 것이라는 슬픔이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과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나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샌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놀랄 것만 같아 아쉽지만 상상으로만 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내 장례식에 온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나 많지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아름다운 눈을 감게 되는 순간까지 내가 봄에 내리는 햇살처럼 따스하게 감싸 안아줄 거이거, 너무 슬프지 하지 말라는 말이다.



출처: https://howahha.tistory.com/entry/눈을-감지-않았으면-좋겠어 [프리라이팅-명예의전당: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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