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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Nov 09. 2019

리틀 빅 히어로

박선미-울산 천상고-freesia522@naver.com

퇴직할 때까지 계속 이 수행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생의 한번이라도 ‘리틀 빅 히어로’ 경험을 시키고 싶습니다. 제 스스로도 수월하고 편안한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PT 구성을 간단하게 바꾼다면, 덜 힘들어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전국 단위 연수에서 만나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이 수행평가를 하며 ‘학생들 마음 속에 꽃씨를 심었다’는 마음으로 안심하려 합니다. 그냥 흩뿌리듯이, 꽃 씨앗을 땅에 버리는 마음 = 새싹!! 충분히 촉촉한 날이 오면, 버린 씨앗도 큰 나무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몫! 저는 좋은 친구, 좋은 멘토를 소개해 준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년시간 혹은 초 ․ 중 ․ 고등학교 시절에 한번이라도 화기애애하고 평화롭게 살아봐야, 어른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그 삶이 가능하다고 믿고, 그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므로, 저와 함께 있을 때라도 그런 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김치찌개를 못 끓이는 사람도 김치찌개 맛은 잘 알 듯이, 더 나은 문화에 대한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중에서...



1. 들어가며

가. 어떤 제자를 꿈꾸시나요? 

1) 빨강머리의 앤(Anne)처럼

: 자기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묵묵히 정진하는 사람

어릴 때, 좋아하던 만화영화가 있으셨나요? 저는 빨간머리 앤 시리즈(Anne of Green Gables, 1908)를 좋아했는데,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엉뚱함이 참 좋았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서 처음에는 그 엉뚱함이 주변 사람들을 황당하고 불편하게 만들지만, 점점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관습과 억압에서 풀어내, 보다 유쾌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람. 결국 점점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재미와 흥을 만들어 가면서, 그 자신의 해방이 다른 사람의 해방까지 이끌어낸 거죠. 자신의 이름은 고아원에서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조합한, 함부로 붙인 이름이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합니다. 촌스러운 ‘ANN’이 아니라, 세련되어 보이는 ‘ANNE’으로 불러달라는 이야기. 당황스럽지만, 참 좋았습니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작은 불편함은 있었겠지만), 자신의 취향을 조용히 지속적으로 일관하는 사람. 

저는 제가 만나는 학생들도, ‘ANNE’처럼 자신에게 붙을 이름을 스스로 정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살고 싶은 그대로, 누군가에게 주눅 들지 않고, 태어난 본성대로 잘 다듬어가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자기 자신을 끝까지 보살필, 그 한 사람이, 결국 자기 자신임을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며 쓰담 쓰담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살면 살수록 ‘태양광 자가발전’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2) 어벤저스(Avengers)처럼

: 자신이 속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가) 누구나 마음 속에서는 영웅이 살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 2019)』이 2019년 4월에 개봉했습니다. 『아이언 맨(Iron Man, 2008)』을 시작으로, 12년 동안이나 지속되는 이 마블 히어로물의 매력은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매료되어 빠져드는 게임의 원천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매력이라니!! 누구나, 유능함을 뽐내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서 승리자가 되고픈 마음 + 존재감 + 사랑받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 + 인정 욕구가 있는 게 아닐까요?

티처빌 연수 <요즘 학생들 : 이해와 공감의 솔루션(2학점)>에서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님이 무기력해지는 청소년들을 분석한 부분이 마음에 닿았습니다. 밤새 컴퓨터 게임에 매료되어, 낮의 학교 수업에는 시큰둥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들! 잠 못 들도록 컴퓨터 게임에 매료되는 이유는 ‘성장과 성취의 느낌’이라고 하네요. 조금만 움직여도 얻을 수 있는 매 순간 성취의 경험을 게임을 통해서 실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착착착착 진행되어, 대마왕을 물리치는 경험!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플라톤 아카데미’ 강연에 따르면, ‘행복’이란 = 자유 + 유능감 + 관계’ 라고 합니다. 

이왕 보편적인 인간이 ‘영웅’을 꿈꾸는 존재라면, 그 마음이 행동으로 발현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나쁜 일도 아니고, 선한 영향력을 세상을 향해 펼치고 싶은 거라면, 아직은 작고 미약해서 사라지기 쉬운, 그 귀한 마음이 현실에서도 실현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기에, 영화와 게임으로 도피하여 몇 시간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현실의 가득한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당당한 사회인으로요. 

누구나 다른 관계망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나이만 어릴 뿐,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곧 그 세계의 구원자로 나서야 합니다. 교사로서 저는 학생들 개개인 처해있는 구체적인 세계를 자세히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부여받았기에, 섣부른 시도도 하지 못합니다. 그저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그 세계의 각 주인공이 되어 구원하도록 철학적 능력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나)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때, 슈퍼파워가 일어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때는 수퍼파워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관계가 좋은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있으면, 적극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반면, 관계가 좋지 않은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해결법을 알아도 모른척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학생들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묶어주고 싶은 이유입니다.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서로 존경하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서로를 보다 더 이해하고,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어려움을 도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기꺼이 도울 수 있는 사이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각 반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뿔뿔히 흩어져서 오해를 하고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을 저만 겪는 걸까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마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아무리 간절하게 노력해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엄청 어렵고 오해는 당연하다’고 노력하자고 설명합니다. 요즘은 화기애애하고 훈훈한 반을 만나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누군가 끊임없이 불을 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읽으며, ‘액체사회’라는 정의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서로를 믿을 만한 존재로 인식하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 ‘개체화’와 ‘관계 단절’로 인해, ‘쓰레기가 되는 삶’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지극히 사랑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조차 배워야 한다는데, 타인을 사랑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좋은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 수업을 하고, 짝 학습과 도장판 활용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일상에서 계속 주고 있습니다. 결국, 실천은 일상에서 소소한 방식으로 웃으며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실천은 소소한 방식으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고, 웃으면서 무심한 듯 툭툭 지속적인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1) 2006년, 신규 교사의 고민 - 행복추구권

20살. 2001년 사대에 진학하며 ‘교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서 3학년 여름방학까지 1년 동안 야학 교사를 하면서, 배움의 소중함을 새겼습니다.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전학을 다니다가 야학으로 온 13살의 여자아이부터, 10대를 공장에서 보내고 뒤늦게 배움을 찾아 온 30대 아주머니,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글자를 몰라 답답했다는 60대 할머니,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연에도 배움을 찾아 야학까지 찾아오신 분들을 학생으로 만나며 제자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6살. 2006년 초임발령지인 A 중학교에 근무하며, 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국어를 지식으로 접하고 훈련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는 수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교직인데, 왜 계속 고통스럽게 생활해야하지?’, ‘왜 더 나은 방법이 이미 계발되어 있는데, 교육 현장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내 삶과 수업에 적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교사공부모임과 대안교육기관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2) 도전! 그리고, 한계에 직면하며 느낀 무능감 극복기 

가) 도전! 더 나은 삶을 위한 탐색기

① 25살. B 고등학교에서 1학기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국어교사모임을 만났습니다. 운 좋게도, 부서 부장님이 국어교사모임의 선생님이셨습니다. 같은 부서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동료교사와 학생들과 맺어가는 관계를 보며, 그 분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② 27살. 2007년 국어교사모임 ‘독도랑(독서랑 도서관이랑)’을 만났습니다. 2007년 5월부터 2019년 현재까지, 12년 동안 매달 2, 4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만나서, 음식을 나누고, 각자의 학교생활에 대한 수다를 나누고, 8시에서 10시까지 독서토론을 합니다. 꾸준한 모임의 힘을 느낍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회장과 총무를 맡고, 목록은 함께 모여서 정하는데, 이 시스템이 오래가는 원동력인 듯합니다. 지속적으로 만나서 책 읽고 토론하며 배우고 실행하고 다시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있습니다. 퇴직하신 모임 선생님께서 올해 2월 동네책방 카페를 만들어, 강연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계시는데,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③ 27살. 2008-2009년 C 대학교 인문주간 행사에 인근 지역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하다가 서로 눈 인사를 하고 만나게 되면서 MT 후 의기투합하여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책 읽는 학생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하여, 2008년 12월 첫 모임 후에 2009년, 2010년 1학기에 4번씩 강연회와 캠프를 개최하였습니다. 연이 닿은 여러 선생님들도 함께 하셔서 해마다 2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였습니다.

④ 29살. 2009년 범교과 교사 공부 모임 ‘희망 찾기’에서 D 선생님, E 선생님, F 선생님, G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세 분이 주축이 되어 꾸려가는 이 공부 모임에서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고미숙 선생님, 『희망의 인문학』 고병헌 선생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선생님,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선생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엄기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때까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외연을 넓혔습니다. 특히 조한혜정 선생님 『다시, 마을이다 -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고 싶은, 제 고민의 지점과 꼭 맞닿아 있었습니다. 아래처럼 2010년 1월 16일(토) 메일을 보냈고, 1월 18일(월) 답장이 와서 1년 동안 간간이 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9월 29일(수)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 2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 하자센터로 향했습니다. 조한혜정 선생님께서 11월 15일(월) 저희 지역에 와주셔서 강연을 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여러 분이 참여해주셔서 풍성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2019년 7월 제가 근무하는 동네에도 청소년 문화센터가 건립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 2010년 1월 16일(토) 조한혜정 선생님께 보낸 메일】            

조한혜정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H 중학교에 근무하는 G 라고 합니다.


저희 지역에 있는 교사들의 공부 모임 ‘희망찾기’에서 선생님을 꼭 모시고 싶어 연락 드립니다. 저희 ‘희망찾기’ 모임은 9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시던 세 분의 선생님들이 공부 모임을  이어오다가, 책의 저자를 모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열망에서 고병권 선생님을 모시며 이야기를 듣는 데서 출발하였습니다. 2008년 12월, 수유너머 ‘고병권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인근 지역의 교사와 학생들, 한 살림 사람들 등 다양한 분야의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셔서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길'을 찾고자 열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여러 분들과 모여 미리 책을 읽고 1년에 두 번씩 선생님을 모셔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2009년 5월엔 점필재연구소 ‘정출헌선생님’ 『조선 최고의 예술, 판소리』와 나라말 고전시리즈를 한 학기동안 함께 읽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10월엔 『행복한 인문학』,『희망의 인문학』을 함께 읽고 성공회대 ‘고병헌 선생님’을 모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가을엔 선생님을 모시고 말씀을 듣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년 겨울 저희 지역 국어교사모임 동국모에서 주최한 서울문학기행에서 ‘하자센터’ 를 잠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하자센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하는데, 저에겐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부럽고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떠올라 마음이 답답하였습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의 희망을 발견한 듯하여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곳이 생겨났으면 하는 소망도 품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다시, 마을이다』, 『왜 지금, 청소년?』 등 여러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을 꾸면,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을 꿀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는 일을 선생님께 부탁드립니다. 저희 지역 많은 사람들에게 하자센터를 보여주고 그 비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와 주시면 그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질 듯합니다.


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과 ‘독․도랑 놀~자’라는 모임에서 2주에 한 번씩 책을 읽고 있습니다. 2009년 2학기에는 내공을 쌓는 의미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의 소년원 아이들의 인문학 공부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생각했습니다. 작년에 I 공고에서 강연 오셨던 J대 K 선생님 말씀처럼 ‘학교는 감옥이고, 교사는 간수’인 듯한 생각이 들어 현실이 화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그들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이 희망인 것은 분명하나 실제로 지금 아이들의 삶은 처참합니다. 아시다시피 입시공부만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학교에 갇힌 많은 아이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어떤 일이든 시도되어야 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지역에도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와 청소년 단체 ‘함께’가 있고, 한 살림 ‘공간’에서 진행되는 중학생 인문학 교실 ‘와글와글’ 등 여러 선생님들이 인문학 공부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문학 이외에도 하자센터처럼 요리, 여행, 창업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에 흥미를 가지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지역에 ‘페다고지’라는 대안 공간이 생겼는데, 여기에서 이런 시도들이 작게 일어나고 있기도 하는데 이런 인식이 보다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특히, 저희 지역 각 학교에서 특히 중학교와 실업계 고교에 이런 인식이 꼭 필요합니다. 이런 단체들과 뜻 있는 교사, 지역의 분들이 힘을 합친다면, 저희도 더욱 더 다양한 분야의 희망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이번 가을에 그 계기를 마련하는 씨앗을 뿌려주셨으면 합니다. 여러 일들로 많이 바쁘시리라 생각하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올해 가을 저녁 시간을 한번만 내 주실 수 있으신지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답변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0년 1월 L 올림.


                                                                                       




 <하자센터를 방문한 후 후기>를 국어교사모임 게시판에 올린 글을 첨부합니다.


2009년 2월 3일 오후 1시


여의도 하자센터를 방문했다. 기술을 가르쳐주는 작은 작업장이지 않을까 예상하였으나 번듯한 전 3층 건물에 녹지까지 확보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열리는 큰 공간이었다. 안내해주신 홍성은 사무행정팀장님 말씀으로는 관․학․민(서울시, 연세대, 민간단체)가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외국에서도 배우러 많이 온다고 하였다.


1층에는 청소년 바리스타 교육현장으로 직접 유기농커피와 신선한 음료를 파는 카페 ‘그래서’, 요리를 배우고 그 요리로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인 식당 ‘하모니’,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었다.


1, 2, 3층의 각 실에서는 다양한 모임들이 회의를 열고, 대안교육, 예술체험 등이 각각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같이 그런 힘을 이어 직접 센터 내 공간을 빌려 창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여러 공간들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 소통하며 지내는 ‘따로 또 같이’ 의 방식이었다. 전체운영을 조율하는 ‘판돌이’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죽돌이’들이 회의와 협력을 통해 조화를 이루어 센터를 꾸려간다고 하였다.


알면 알수록 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일들이 무척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곳에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설립과정에 대해 질문 드렸더니, 연세대학교 조한혜정 선생님을 주축으로 청소년 문화공간을 운영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청소년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었고, 서울시에 이런 공간에 대한 계획서를 2000년부터 계속 제출하였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04년 관에서도 필요성을 느껴 받아들어지게 되었다고 하셨다. 지금은 외국에서도, 지방에서도 배우러 많이 오고 서울시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고 하셨다.


이런 곳을 가까이 두고 있는 서울 아이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 아이들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직에 들어와 3년, 그리고 그 전 중고등학교 시절, 많은 아이들을 입시를 위한 공부 하나의 길로 몰아가고, 그 길 위에 아이들을 일렬로 줄 세우기를 하는 현실을 답답해하며 공부 이외의 길을 쉽게 찾고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하였는데, 그 고민들의 현실적 대안들을 보니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고, 부러운 마음과 샘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학교에 갇혀 가장 중요한 시기를 공부만하며 살기를 바라지는 않으실 것이다. 다만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교 교과공부로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 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학교에 있어보면, 공부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고(사실 대부분이고), 1등이 되어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상당수이다. 공부를 해도 그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없고, 행여 공부를 잘해도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 소중한 청소년기를 그냥 흘려보내게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그냥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하자센터 같은 곳이 전국 방방곳곳 생겨나서 아이들이 누구나 바리스타, 요리, 여행사 등 직업 체험을 직접 청소년기부터 해보고 그 힘으로 20대 초부터 자립할 수 있다면 이 중요한 시기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참고 견디며 무기력하게 십대를 보내지는 않지 않을까? 그렇다면 20살 대학에 들어가 21, 22살에 적성에 맞지 않음을 느끼고 23살에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는 청년들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지금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청춘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그 후에 스스로 나이가 많고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결국 ‘공무원’을 택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10대라는 성인 준비기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조로(早老)'를 극복할 힘’은 그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만을 준비하기위한 야자와 보충수업을 견디는 순간들 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이런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희망을 느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서울에서는 어떻게 이런 시도들이 일어날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고 뛰어난 사람도 많은 서울이었기에 지방보다는 가능성이 컸겠지만, 서울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생각하다 내가 사는 공간에서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되지 않더라도, 우리들이 지닌 역량으로 작게라도 차근히 준비하면 울산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부러운 마음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 보았다. 그러면서 하자센터에 관한 책을 몇 권 사왔다. 사람들께 책을 빌려드리고 이런 꿈을 공유하고 싶다.




【 2010년 1월 18일(월) 조한혜정 선생님께 받은 메일】            

L 선생님,




이런 편지를 받고 못 가겠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요.


따뜻한 사랑의 마음과 탐구심이 느껴져서 감동입니다.




가을에 제가 연구년을 할 예정이라


한국에 있는 시간이 조금 들쑥 날쑥할 수도 있습니다.


날짜를 미리 못 박지지 않고 한달 전 쯤에 공지해도 되면 해보겠습니다.


안 그래도 지난 달에  M기업 간부 모임에 초대를 받아 그 지역을 두루 보고 왔어요.


여성 '지도자' 모임에서도 강의를 하면서


그 여성분 중에서도 선생님과 함께 뜻을 같이할 만한 분도 만났고요,




좋은 연결이 되면 합니다.




그럼 또.




조한




추신: 하자 센터는 1997년 아이엠에프 직후에 청년실업문제와 청소년 문제를 함께 풀기위한 프로젝트로 서울시에 제안을 해서 1999년에 시작되었어요. 아래 연도가 좀 틀렸네요.


선생님이 쓰신 글, 우리가 필요하면 뉴스 레터 등에 좀 활용해도 될까요?


하자 센터가 십년이 되어서 이제 자료 정리를 좀 하려고 하거든요.


참관기가 담담하니 좋으네요.




⑤ 28살. 2009-2010년 ‘우리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의 각 영역을 심화해서 배울 수 있는 대안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2년 동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10일 동안 만나서, 대전 목원대학교와 대전대학교 캠퍼스를 빌려 수업을 받았습니다.

⑥ 29살. 2010년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동아리 ‘물꼬방’ -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독서교육이 매력적이었고, 제 취지와 맞았습니다. 깊이 있는 열정쟁이 선생님과 맛집 투어도 딱 취향저격이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1년에 4번만 만나는 시스템도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만날 때마다 영혼이 흔들릴 만큼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지적 충족감과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 이 마음 잘 아시죠?      

나) 한계 그리고 무능감 극복기

① 30살. 2011년 N 중학교에서 D 고등학교로 전근을 갔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분위기와 시스템 차이는 컸습니다. 게다가 그 시기 D 고등학교는 혁신적인 교장선생님께서 다른 학교에서 배워 오신 아이디어가 생기면, 학기 중에도 새 업무를 계속 만드셔서 학사 일정이 계속 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혼란을 못 견디고 베테랑 교사들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버리고, 휴직을 내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존 교사의 1/3 이상이 빠진 자리를 갓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온 교사들과 신규 교사, 6개월 기간제 교사로 학교가 채워졌고, 1학년은 혁신 학년이라고 이름 붙여, 운동장 건너편 외딴 건물에 배치하였습니다. 기본적인 고등학교의 수업 준비, 학생지도, 학년부 업무를 일상에서 가르쳐 줄 사람들은 없는 채로, 좌충우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려 고군분투 2년 동안 생활했습니다. 당시 D 고등학교 1학년은 인근에 과학중점학교가 생기면서 덜 다듬어진 거친 하위권 학생들이 대거 진학한 상태였습니다. 1학년부 기획업무를 받았는데, 생활지도는 각 반에서 알아서 하고, 규율보다는 사랑으로만 학생들을 지도해야한다는 학년부장 선생님은 4월부터 1학기 내내 병가로 부재하셨고, 옆 반 신규 선생님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매일 잠을 못 주무셔서, 정신과를 다니며 학교도 그만두시겠다고 하셔서 선생님의 부모님이 찾아오셔서 면담하는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동안 내공 깊은 분들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막강한 현실을 만나자 전혀 아니었습니다. 혼란스럽고, 하루 하루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생각의 크기가 웃자랐지만, 복잡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던’ 시기였습니다.

② 32살. 2013년 H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새로운 삶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1월 물꼬방 겨울모임에서 ‘여름연수 총괄’을 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당시 물꼬방 모임에서는 ‘여름 연수’만 맡으면, 그 이후 모임에서 사라지는 기현상(?)이 있었습니다. 여름연수에 대한 청중 선생님들의 호응은 너무 좋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100명 넘게 모이는 2박 3일의 전주 여름연수를 1학기에 학교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한 준비 과정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때는 강사와 담임, 업무까지 모든 걸 몇 명의 작은 인원이 해나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전주 여름연수는 정말 필요하고, 지속가능하면 좋은 시스템인데, 정말 방법이 없을까?’ 사랑하는 물꼬방 모임에 부채 의식이 있었고, 재밌을 것 같았고, ‘잘 해낼 수 있을 것’같은 마음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능력도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이 모임을 즐기는 단계에서, 모임 안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시기였습니다. 강사를 맡는 대신에, 행정적인 일을 꾸준히 해나가며 노하우를 쌓는 사람들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흔쾌히 ‘여름연수 총괄’로 손을 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옮긴 첫 해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H 고등학교는 그 해 3년차 3개 학년* 8학급 = 총 24학급으로 완성되었지만, 평가부서 없는 평가업무 1인 체제의 담당자로 임명되어 1년 동안 생고생을 했습니다. (D 고등학교와 H 고등학교 관리자께서 계모임 친구사이였는데, ‘좋게’ 말씀해주셨다고 합니다;;;;;;) 더해서 2학년 문과 여학생반 담임도 맡게 되고, 야간 보충수업도 하는 시스템이라 매일 밤 늦게까지 정신없는 주중 학교생활을 보냈습니다. 주말에는 물꼬방 여름연수 준비까지 하면서, 자연스레 주 7일 근무가 되며서 ‘제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제 삶을 성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서는 행복하지 않구나!’, ‘아무리 좋은 일도 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욕심내서 하지는 말자’ 아울러 연수기획을 함께하던 신규 하고운 샘의 척척 일 능력을 보면서,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절감했습니다. ‘내가 전국적인 일을 할 만큼의 큰 인물은 아니구나.’, ‘이제 잠시 쉬면서, 내 삶도 챙겨보자’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③ 33살. 2014년-2016년에는 일상을 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학년 학생들이 3학년으로 졸업할 때까지, 곁에서 3년 동안 온전히 함께했습니다. 8반 중, 6명의 담임교사가 3년 내내 함께하면서 학생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갔습니다. 교사들이 뭉쳐서 다 함께 한결같이 300명의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다독이니, 불량스럽던 학생들까지 달라졌습니다. 마지막 해인 고3 때는, 한 여학생이 울면서 ‘이 학교는 함께 담배 필 학생도 찾을 수 없고, 같이 술 마시면서 놀 친구들이 없어져서 외롭다’, ‘다 공부만 한다. 이상하다’면서 자퇴하고 싶다고 찾아와서, 학년부장선생님이 다독이면서 ‘얼마나 많이 힘들겠냐. 너 힘든 거 잘 안다’고 다독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함께 놀던 친구들까지 모두 공부에 매진하고 있으니, 최후의 1인이 가졌을 소외감이 엄청났을 것입니다. 그 학생들까지 잘 졸업을 시켰습니다. 학년부장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너희는 H고의 희망과 자랑’이라고 지속적으로 긍정적 메시지를 주었고, 독려하고 보살펴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던 1학년 학생들이었데, 학년을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진지해졌습니다. 입학 후 1년 내내 자부심을 심어주시는 문화와, 자기주도적인 동아리 운영으로 얻은 자신감 덕분인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2학년 서울 수학여행을 각자의 전공과 엮어서 개별적 자기 주도로 다녀온 후, 학생들 대부분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결국 학생들 각자 자신의 과거에 비해 놀라운 성과를 내었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 선후배 교사들에게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당시 H 고등학교에는 배울 만한 부분이 많은 분들로 가득했습니다. 

④ 37살. C 고등학교로 옮기면서, 새로운 삶을 꿈꿨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묵묵히 제 자리에서 맡은 최소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너무 많은 일을 하기보다, 맡은 일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생활하려 합니다.      

다) 현재는, 일상의 발견! 은밀하게 위대하게!

⇨ 주중의 학교생활과 주말의 틈틈이 공부로 10년이 지났고,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치열하게 살던 물꼬방 초기 선생님들이 반짝이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계시는 모습을 벅차게 바라봅니다. 반짝이는 별들의 소식을 매체에서 연수에서 접합니다. 팬의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일상에 있습니다. 그저 제 학생들과 일상을 가꾸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제가 선 자리,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제 생의 한 가운데 서서, 가능한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수업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하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선 자리,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습니다. 일환으로, 2018년 작년엔 물꼬방 여름연수 6반 담임지원단으로서 한 부분을 맡아 즐기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과거회상을 통한, 이 수행평가에 매료된 배경설명이었습니다)     



2. 본격적으로, ‘리틀 빅 히어로’ 수행평가에 대하여

가. ‘리틀 빅 히어로’의 탄생 - 여름 방학, 물꼬방 이혜진샘을 만나다 ♡

2018년 7월 여름 물꼬방에서 이혜진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13년 차 교직생활에 이제 지치고, 자율 휴직원을 써서 제출하기 직전까지 갈 만큼 잠시 교직을 쉬고 싶고, 좀 허망하고 무료하고, ‘무슨 의미가 있나? 해도 되겠나? 해봤자 애들이 변하겠나? 세상이 변하겠나?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소박하게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제게 활력을 불러일으켜 주셨습니다. 

이혜진 선생님께서 중학생들과 1년 동안 꾸준하게 긴 호흡으로 활동을 이어나가시는 모습도 대단하셨지만, 학생 스스로 현실에서 역할을 찾아 소소하게나마 모둠 캠페인까지 해내게 지도하시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그저 추상적인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게나마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고,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혜진 선생님은 학생들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하셨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일생에 한번, 오래 기억에 남을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활동이었고, 결과물로 보여주신 B4로 만든 책자들이 재밌어 보였고, 자료 속에 붙여둔 사진 속의 학생들 표정이 뿌듯하고 활기차고 재밌어 보였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2학기 수행평가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체 자율 휴직을 스스로 유예할 만큼) 신이 났습니다.      

나. ‘리틀 빅 히어로’의 실행 - 2학기 수행평가로 바로 실천!!

1) 준비 : 불타오르는 시작 – 물꼬방 H 샘과 함께 ♡

여름 물꼬방 연수 이혜진 샘 강의가 마치자마자, 2학기 수행평가는 이거다-!! 마음 속에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습니다. 개학하자마자, 물꼬방 H 샘과 저는 바로 의자를 돌려서 모의를 시작했습니다. 

도서관 담당 국어선생님을 포섭하여, 8월 개학하자마자 바로 『함께 가만한 당신』 40권을 주문했습니다. (저희 인문사회부 부장님이 도서관을 담당하고 계셨고, 평소 친하게 지내며 관계가 좋고,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국어 선생님이시라서, 2학기 시작하며 8월에 바로 책을 살 수 있었습니다. 관계의 힘!!)

2학기 9월에는 H 샘이 이혜진 샘의 1년 자료를 4주 일정으로 간소화하여 1학년 ‘국어’ 과목에 적용하셨습니다. 1학년 공통과정 8개 반(한 반에 30명씩 * 8반 = 240명쯤)을 대상으로, 한 주에 2시간씩 4주이니, 총 8차입니다. 

저는 10월 중간고사 이후, H 샘 자료를 받아서 3주 일정으로 제 식으로 조금 수정하여 2학년 ‘독서와 문법’ 과목에 적용했습니다. 2학년 인문사회집중과정 4개 반(한 반에 37명 * 4반 = 148명쯤)을 대상으로, 한 주에 3시간씩 3주이니, 총 9차시입니다.  

9월에 먼저 실행하신 물꼬방 H 샘이 수업을 성공적으로 착착 해나가시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 참 든든하고 멋있었습니다. 거침없이 다양한 수업을 하시는 선배 선생님을 옆에서 뵐 수 있는 건,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공유할 때에야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영비어천가~♪ 

물꼬방 H 선생님께서 이 수업을 먼저 해보시고 난 후, 노하우와 아쉬웠던 점, 어려운 지점을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함께 의논하며 든든하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8월에 개학하자마자, 본편 『가만한 당신』과 속편 『함께 가만한 당신』을 두루 살펴보며 고민했습니다. 본편 『가만한 당신』은 깊이가 있었고, 속편 『함께 가만한 당신』은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있었으며, 최신판이었습니다. 

우선 『함께 가만한 당신』 40권을 사서 1학년 활동을 하였는데, 본편인 『가만한 당신』 속에 등장한 인물이 『함께 가만한 당신』보다 더 매력적이라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인물의 사회적 참여나 다양성 측면에서도 먼저 나온 『가만한 당신』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한 당신』 40권을 지금 당장 다시 사기에는 시간도 촉박하고 여건도 되지 않아서, 1학년은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만한 당신』으로 운영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이미 학교에 있는 『함께 가만한 당신』 40권을 1인 한 권씩 나눠주고, 목차를 훑어보게 했습니다. 혹시 원하는 인물이 없으면 한국일보 홈페이지 – 기획 ․ 특집 – 연재에서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연재물에 실린 대부분의 글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2) 실행 : 10차시, ‘리틀 빅 히어로’ 수행평가

10월 중간고사를 마치고, 바로 ‘리틀 빅 히어로 -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바꾸는 내 곁의 작은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진로독서 수행평가를 시작했습니다. 

① 과목명 : 2학년 2학기 독서와 문법

② 시기 : 2018.10.22.(월)~11.9.(금) 3주 동안(각 반당 1주에 3시간씩, 총 9차시)

③ 대상 : 2학년 인문사회집중과정 4개 반(한 반에 37명 * 4반 = 148명)

④ 구체적인 활동 

* 1차시 : 영상으로 마음을 말랑하게 **********************************************            

저는 교실 안을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어떤 부분을 읽고 있는지 살피고, 힘든 부분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 3차시 : 발췌독 & 요약 **********************************************************            

* 4차시 : 모둠 활동 **************************************************************            

 5~7차시 : 컴퓨터실에서 모둠 PPT 제작 ********************************************            

* 8~10차시 : 교실에서 발표 *******************************************************



라) 수행평가 이후 : 뿌듯함 혹은 찜찜함.

제 예상보다 학생들이 너무 잘 해내자, 저는 무척 뿌듯했습니다. 학생들 각자의 개별 관심사가 잘 드러났고, 연대해서 협력하는 모습도 멋있었고, PPT 구성도 체계적이라서 놀라웠습니다. 평소 잘 교류하지 않던 학생들도 이 수행평가를 통해,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워했습니다. 매력 발견!!

그런데, 학생들은 힘들었다고 하네요. 수행평가가 몰려있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실시했고, 다른 수행평가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했으며, 친구들과 시간을 조율해서 따로 만나야하는 부담감이 컸다고 합니다. 원래 2시간 정도로 예상하던, 발표시간이 5분 제한이 무너지면서, 10분에 이르는 모둠도 발생하여, 한 시간에 4-5팀 정도만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예상했던 9차시가 아니라, 10차시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말고사 2주 전에야 간신히 끝났기에, 일정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다음번에는 이 부분을 수정하여, 보다 원활하게 수행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다. ‘리틀 빅 히어로’가 ‘소수자 인권 개선 프로젝트’로 확장

수행평가에서 학생들의 멋진 모습을 본 저는 들떠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학생들이라니! 각 반의 멋진 모습을 다른 반 학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C 고등학교 위치한 마을은 항아리 지형으로, 외부 유입 인구가 적어, 초중고 동기동창인 학생들이라, 각 개인들의 관계가 오랫동안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각 개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의 그 학생이 아니라고, 현재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교육과정부서에서 연말에 학생들 전체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국어과 프로그램 중 하나를 맡았습니다. 국어도우미 카톡방을 통해 학생들을 모집했고, 대회의 세부사항도 의논했습니다. 기말고사 이후, 인문사회집중과정 학생 148명이 강당에 모여서 발표를 들었습니다.      

1) ‘소수자 인권 개선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손길 모으기

① 국어도우미의 도움 : 적극적으로 도와준 국어도우미들 덕분에 행사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행사 전날 주말에도 실시간으로 국어도우미 8명(각반 2명 * 4반)의 카톡방에 전달한 아래 사항을 각자 자기 반 카톡방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해주었습니다.            

                   

C고 인권프로젝트 발표대회 ♡


1. 일시 : 2018년 12월 31일(월) 5-6교시


2. 장소 : 다목적 강당


3. 참여자 : 2학년 문과반 각 3팀 * 4반 = 12팀 (1탐당 5분씩 드립니다!) 


4. 관람객 : 2학년 문과반 전원(40명 * 4반 = 160명 쯤) 


5. 진행


   1) 월요일 1교시 참가자 사전모임 - ppt 들고 학교에 오세요^^ 


   2) 월요일 1교시 - 발표 순서 정할게요^^


   3) 발표 자료 넘기는 펜 있습니다! 


   4) 2교시 리허설 해 봅시다! 


=> 사회자 2명, 참가자 12팀(각반 3팀), 진행요원 24명(각반 6명 + 방송반 포함(실질적으로 활동할 사람만)) 구합니다! 각반 도우미들에게 개별 신청해주세요^^ 원래 28일(금) 신청마감이지만, 30일(일) 16:00까지 받겠습니다!




♪ 행사 참여시 특전


생기부 교과세부특기사항 - 발표 부분 첨가^^ 참가자, 사회자, 진행요원




♪ 사회자 역할


 약간의 진중함 + 약간의 시간 관념 + 약간의 격식 + 약간의 유머 ♡




♪ 진행요원 역할


1. 다목적 강당 책상과 의자를 뒷쪽으로 치우기 ♡


2. 책상의자 치운, 빈 공간에 학생들(4반*40명 = 160명) 안전하게 배치 ♡


3. 행사 진행이 원활하게 되도록 행사 참여자들 챙기기 ♡


4. 방송반 친구들에게 알려서, 미리 설치 & 리허설 가능하도록 준비 ♡


5. 행사 마치면, 강당 책상의자 배치를 원래대로 하기 ♡


: 성실 + 센스 + 예의 + 건강(힘) + 싹싹함 ♡



②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활용 

* 사회자 : 유쾌한 남녀 학생 2명을 선발하여, 진행 전체를 맡겼습니다. 평소 활발한 학생을 선택했는데, 무대 시작 순서를 주었는데도 잘 해냈습니다.

* 무대 도우미 : 미리 파일을 정리하고 배치하는 담당하는 2명을 선정하여,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맡겼습니다. 

* 객석 자리 배치 : 진행요원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학생을 임명하고 객석 자리 배치를 맡겼습니다.           

2) ‘소수자 인권 개선 프로젝트’ 대회를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

① 얻은 것 : 인식의 확산! 학생들은 4반의 대표적인 12명의 다양한 영역 발표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② 잃은 것 : 여유! 교사는 학기말 마무리도 해야하는데, 대회까지 개최하며 힘들었습니다. 각 반 『리틀빅 히어로』를 전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무리를 했는데, 의미는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학기말에 급하게 대회를 하면 힘들다’는 결론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3. 마치며

가. 리틀빅 히어로 수행평가가 저에게 남긴 것. 

퇴직할 때까지 계속 이 수행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생의 한번이라도 ‘리틀 빅 히어로’ 경험을 시키고 싶습니다. 제 스스로도 수월하고 편안한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PT 구성을 간단하게 바꾼다면, 덜 힘들어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전국 단위 연수에서 만나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이 수행평가를 하며 ‘학생들 마음 속에 꽃씨를 심었다’는 마음으로 안심하려 합니다. 그냥 흩뿌리듯이, 꽃 씨앗을 땅에 버리는 마음 = 새싹!! 충분히 촉촉한 날이 오면, 버린 씨앗도 큰 나무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몫! 저는 좋은 친구, 좋은 멘토를 소개해 준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년시간 혹은 초 ․ 중 ․ 고등학교 시절에 한번이라도 화기애애하고 평화롭게 살아봐야, 어른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그 삶이 가능하다고 믿고, 그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므로, 저와 함께 있을 때라도 그런 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김치찌개를 못 끓이는 사람도 김치찌개 맛은 잘 알 듯이, 더 나은 문화에 대한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문화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09년 교사 독서모임 ‘희망 찾기’에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조국 교수를 초청했을 때는, 한참 언론 탄압과 후퇴하는 민주주의 문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의에 빠져있었습니다. 그 때 강연회에서 ‘북한 개성공단에서 하루에 한 개씩 나눠준 초코파이의 놀라운 맛에 웅성웅성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가족들에게 주기 위해,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모아서 주말마다 집으로 가져가기 시작했고, 초코파이가 마을에 퍼지자 남한이 더 잘 살 거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또, 정권이 바뀌어서 흉흉한 세상에 대한 걱정에 대해서는, ‘이미 주 5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는 주 6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미 만들어 둔 좋은 문화를 다시 안 좋게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좋다고 뼛속까지 느끼며 경험한 문화는, 살아가면서 계속 그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강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를 만난 학생들이라도, 한 번이라도 좋은 문화가 무엇인지, 피부로 공기로 느끼고, 그렇게 살아가도록 꿈꾸게 만들고 싶습니다. 

거창한 영웅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자라나서 자기 세상의 작은 영웅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소소한 작은 영웅들이 모이고 모여서 마을을 이루면, 이들이 어벤저스(Avengers) 아닐까요?      

나. 학생들의 변화

작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따라 올라가서, 현재 고3 1학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지 부조화로 인해, 잠이 늘고 있는 학생들! 자신의 세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을 깨고 나와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어른들의 품 속에서 살던 10대가 끝나갑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못하는 학생도 웃는 학생도 우는 학생도 모두 어른이 되고 있습니다. ‘네가 누구든, 현재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이든’ 그들의 인생을 응원합니다. 

이 시기 가장 필요한, ‘평정심과 연대’에 리틀빅 히어로 수행평가를 활용합니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 처지는 학생에게 리틀빅 히어로 수행평가에 대해 언급하며 농담을 건넵니다. “혹시 작년 리틀 빅 히어로 발표에서 자신도 ‘발레리 스토리’처럼 포기하지 않고 산다고 했지 않았나? 그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는데, 지금 혹시 포기하는 거야?”그러면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세를 고쳐 매곤 합니다.

연대의 한 방법으로 반창회를 추천합니다. “지금은 친구들이 평범해 보여도, 30년 뒤에는 각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거야. 반창회에서 자주 만나면서 서로 돕기를 추천합니다.”, “선생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여러분 한명 한명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손이 두 개밖에 없어. 몸도 하나야. 지금 손을 뻗어보세요. 손에 닿는 앞뒤의 사람들이 결국 나를 구할 수 있는 ‘리틀빅 히어로’입니다. 짝지에게 미리 부탁하세요. 내가 수업시간에 자면 깨워줘. 내가 없을 때 학습지를 챙겨줘. 짝은 위기상황에 여러분을 구할 사람입니다.”라고 연대를 당부합니다. 그러면 슬쩍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봅니다. 일상 속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위기에서 서로를 구원합니다. 학생들이 서로가 서로의 영웅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미 작년 발표는 학생들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올해 과제들에 치여 골골거리고 있지만, 좋은 경험들은 뼈에 새겨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 역시, 물꼬방에서 받은 추억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일상에서 이해하기 힘든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 물꼬방 샘들을 떠올립니다. 그 선생님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으셨을까? 그러면 보다 나은 해결책이 떠오릅니다. 물론 최선은 아니겠지만, 그 선생님이라면 저처럼 하지 않고 더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내셨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으로도 저에게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의 별처럼 반짝이는 분들을 떠올리며, 학생들의 마음 속에도 『가만한 당신』에서 만난 그들이 깊이 깊이 자리하기를 기원합니다.      

다. 다른 선생님들의 변화 

‘독도랑’ 모임에서 이 활동이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몇몇 분께서 자료를 달라고 하셔서, 보내드렸습니다. 

7월에 ‘독도랑’ K 선생님께서도 D 고등학교 학생들과 해보시겠다고 메세지를 보내주셨어요. ‘리틀빅 히어로’를 벤치마킹해서, 고3 세특용 짝퉁 ‘가만한 당신’ 발표를 기획하셨대요. 목차를 표로 만들어서, 사진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신나고 뿌듯했습니다. 

‘물꼬방’ J 선생님께서도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셔서 보내드렸는데, 올해는 학교를 옮겨서 여건이 힘들고 내년에 해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여건이 힘들 땐, 섣불리 시도를 안하시는 게 좋아요. 교사가 충분히 편안하실 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뜰 때, 시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설렙니다. 후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좋은 걸 알게 되면, 자꾸 주변에 알리고 함께 하고 싶어요. 이 수행평가는 기대만큼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과도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한분 한분이 실천하시면서 쌓인 노하우를 공유받고 싶습니다.      

라. 이야기를 끝내며

H샘과 저, 우리 둘 다 만족한 수업이었어요. 이 수행평가가 넘넘 좋아서, 전국 곳곳에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선생님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실천해보시고 나오는 다양한 변주들을 기대합니다. 저의 동료가 되어주세요^^ 내년에도 다음 해에도 계속 만나요! 제~발~~~~~(라디오스타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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