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어느덧 아기가 태어나고 6개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8일 태어났고, 출산휴가를 쓰고, 3월 중순부터 남은 연차를 소진하여, 이후 아내와 함께 육아휴직에 들어갔습니다. 아기와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아내에게 '독박 육아'를 시킬 수 없었고, 내심 휴식도 하면서 이런저런 인생의 방향들을 고민해보고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둘 다 육아 휴직하면 "생활비는 누가 버냐?", "남자가 육아 휴직하면 회사에서 눈치 보이지 않냐? 하는 고민이 있을 수 있는데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그래도 2년 정도 버틸만한 금액이 마련되어 있었고, 나름 여유시간을 통해 재테크 공부나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지금 브런치 글을 쓰는 것과 같은..)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내도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생각해보니 그리 눈치를 보고 다니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더불어 올해부터 생긴 3+3 부모 육아휴직제도는 가능하면 무조건 쓰는 것이 이득입니다. 부모가 공동으로 혹은 순차적으로 올해 내에 한 아이에 대해서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각 첫 번째 달 200, 두 번째 달 250, 세 번째 달 300을 지원해주는 좋은 제도입니다. 총 세 달에 1,500만원이니 상당히 여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수당(아동수당, 영아 수당), 그리고 2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도 살림에 큰 힘이 됩니다.
아내와 같은 시기 육아휴직을 내면서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습니다. 아내가 모유를 먹이다 보니 자연스레 아가를 케어하는 시간이 더 많긴 했지만요, 저는 아기 목욕, 집안 청소, 설거지, 끙가 후 뒷정리, 아기 트림시키기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그간 제가 하고 싶었던 글쓰기나, 독서, 재테크 공부 등도 병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아가는 아빠도 엄청 좋아라 합니다. 방긋방긋 웃어주는 게 너무 이쁩니다. 아기가 한참 낯가리는 시기인데, 할아버지 할머니 낯도 가리면서 저한테 안기고는 제 얼굴을 보고 이내 안도를 하는 모습이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이 맛에 점점 딸 바보가 되어 가는 거 같아요. 나중에 말까지 하면 얼마나 더 귀여울까요.
코로나 시국이라 외부 활동이 제한적인데, 주중 한가한 시간대를 활용해서 아가와 아내와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매우 큰 장점입니다. 타임스퀘어나, 송도 현대 아웃렛 등에 유모차를 끌고 자주 가게 됩니다. 아기도 분명 집에만 있는 것보단 가끔 산책도 하고 다른 사람들 구경도 하고 하면 더 재미나 하는 것 같더라고요.
계획은 재테크 공부도 잘하고 해서 2년 육아휴직을 꽉 채우는 것인데,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육아휴직을 하면서, 공동육아를 하면서 인생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확신을 합니다. 지금 브런치 육아일기 쓰는 내용도, 나중에 전자책 등으로 만들어서 아가에게 선물로 줄 계획입니다.
다시 회사에 복귀하건, 다른 일을 하건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근로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때가 오겠지요. 지금 더더욱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들을 눌러 담아 힘을 내는 에너지로 써야겠습니다.
날이 많이 더운데 살짝 선선해지는 타이밍을 봐서 아가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카페라도 잠시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