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빈 Mar 08. 2019

필사적으로 덤비지 말고

필생적으로 살자. 

누군가에게 함부로 필사적이길 요구하는 행태는 늘 불편하다. 더 나아가 누군가의 방황과 실패를 두고 필사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오만불손함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술에 취해 불콰해진 얼굴로 자주 내뱉는 말이지만,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라면 조언이랍시고 함부로 평가하는 짓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사적(必死的)’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라는 건데, 우리가 어쩌다 인생의 자질구레한 성취들을 위해 ‘죽을힘’까지 동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말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죽을힘이라니.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 그 함의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필사즉사(必死卽死) 필생즉생(必生卽生)’, 다시 말해 죽으려고 들면 당장이라도 죽고, 부단히 살기 위해 노력해야 겨우 살아남는 시대다. 함부로 죽을힘을 다했다간 정말 죽는 수가 있는, 아주 살벌한 시대.


그러니까 우리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제 몸 살펴가며 잘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노력하자. 큰 병을 얻고 나서가 아니라 조금 아픈 것 같을 때, 미루지 말고 병원을 가거나 푹 쉬어버리자. 웬만큼 했는데도 안 될 것 같으면 일단 좀 쉬었다 하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일들은 결코 세상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잊지 말자. 내 한 몸 바칠 만한 가치가 있는 건, 바로 내 한 몸뿐이니까. 자기희생과 최선은 절대 동의어가 아니니까. 


함부로 필사적으로 덤비지 말고 

어떻게든 필생적(必生的)인 태도로 살자.

우리, 잘 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