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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Mar 10. 2019

최상과 최선

그 온도차에 익숙해지는 일

예전엔 한가할 때마다 무신사나 29cm, 나이키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는데 이사를 앞둔 요즘은 틈만 나면 이런저런 가구들을 찾아보고 링크를 공유하는 게 일이다. 침대와 거실장, 소파와 식탁과 테이블 등등. 딱 마음에 드는 걸 찾았다 싶으면 금세 더 마음에 들거나, 더 저렴한 걸 찾아내고야 만다. 그러다가도 어떤 것들은 제일 처음 찾아뒀던 것으로 다시 마음이 돌아서기도 하고. 


어제는 아름이와 미리 봐 둔 매트리스를 체험해보려 센텀시티에 다녀왔다. 가성비가 뛰어난 매트리스를 찾아서 만족스럽게 다시 지하철로 돌아가는 길,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고급스러운 가구들은 얼마나 대단한지 구경이나 해보자 싶어 신세계백화점으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는 역시였다. 여러 면에서 취향이 비슷한 우리는 감탄에 감탄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파도 테이블도 그릇도 마음에 드는 것들 천지였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무시무시했다. 소파는 아무리 저렴해도 400만 원 내외였고 700만 원을 거뜬히 넘기는 것들도 많았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테이블 세트. 한 원목 6인 테이블 세트 앞에서 아름이와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그 가격이 더 큰 이유였다. 테이블과 의자 3개, 벤치 형 의자까지 도합 천만 원에 육박했다. 세상에, 우리가 미리 봐 둔 테이블 세트의 10배가 넘는 가격이잖아. 예상보다도 너무 큰 가격 차이에, 망연자실하는 것을 넘어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부러움과 열등감을 동일시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그다지 마음이 괴롭진 않았다. 다만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짐 정도는 하게 됐다. 로또에 당첨되면 좋겠다는 허튼 바람도 잊지 않았고, 그 와중에 언젠가 내가 인세 파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더했다. 


백화점에서 봤던,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은 가격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에게 최상의 선택지였다. 다른 조건들을 재고 따질 것도 없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다시 각자의 폰을 들고서 카카오톡에 공유해둔 가구 링크를 뒤지기 시작했다. 최상보다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 


최상과 최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아마도 최상보다는 최선을 선택한다. 그래서 늘 최상과 최선의 온도 차만큼 아쉬움을 달고 산다. 그 온도 차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쉬움을 열병처럼 앓으며 내내 아프고 괴롭다. 최상이 아니라 최선의 삶에 익숙해진다는 건 일종의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면역력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실전 경험을 토대로 쌓인다. 이 정도까지는 아무렇지 않다고, 견딜 만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당해봐야 하는 것이다. 


천만 원짜리 테이블 세트라든가, 700만 원짜리 소파는 살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 만족스럽고도 행복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본의 아니게도, 아름이와 나는 이미 꽤 강력한 면역력을 지닌 상태로 만났다. 자주 최선을 향했던 우리가 서로에게만은 늘 최상이라서, 사실 아쉬울 것도 겁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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