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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Feb 05. 2018

내려가는 일

스치는 모든 소중한 것들을 위해

군대에서 기지 외곽 순찰을 돌 때, 유난히 경사가 급하고 길이 험한 대공 쪽 순찰로('로'라고 부르기도 힘들 수준이었다.)가 있었다. 오르다 보면 자주 발을 헛디디고, 그럴 때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비탈길을 따라 속수무책으로 굴러 내려갔다. 그 돌멩이들은 점점 가속도가 붙다가, 가지치기해둔 너무 더미에 이르러서야 겨우 멈추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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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된 삶을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에 빗대곤 한다. 하지만 그 비탈진 순찰로에서 굴러 내려가는 돌멩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삶이란 저렇게 굴러 내려가는 것 아닐까. 누가 툭 밀어버려서 시작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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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여긴 꽤 중요한 지점이니까 멈춰 봐, 좀 천천히라도 가주면 안 될까?"라고 말해봐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귓등을 때리며 굴러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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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일이 높은 곳의 값진 것을 얻는 일이라면, 내려가는 일은 스치는 모든 것이 소중해지는 일이다. 서른의 나이에,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스쳐 지나갔을까. 그렇게 스치며 소중해진 것들의 귀퉁이에는 내 이십 대의 피가 조금씩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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