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만 되면 가을 없인 못 사는 것처럼 가을이다, 단풍이다 아주 유난들이다. 그렇다, 사실 그런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 <가을이 오면>같은 진부한 가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을 유난을 떠는 에디터 zoon이다. 또 와버릴 계절인 걸 알면서도 또 어김없이 가을 타버렸다.
제법 차갑도록 시원한 바람, 맑고 청량한 하늘, 하나 둘 난색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식물까지. 이 세 조합만 놓고 봐도 유난 떨만한 계절 아닌가?라며 가을 유난자들을 대변해 본다. 여러모로 한국에 사는 게 싫을 때가 많지만, 사계절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지.
이번 편은 가을 타는 편으로 준비했다. 글에서도 유난을 한번 떨어보려 한다. 서울에서 가을을 누리기 좋은 스팟을 준비했다. 함께 이 계절을 여행하길 바라며.
"산책 갈까?"라는 말만큼 강아지들에게 달콤한 말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간식?"을 더 좋아할 거 같기도 하네. 여하튼 강아지만큼이나 산책은 필자에게도 꽤나 먹히는 말이다.
목적지를 딱히 정하지 않은 채, 정처 없이 걷거나 일부러 잘 모르는 골목길로 돌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MBTI에 의구심이 들 때가 많지만, 'P' 성향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필자에게 산책하잔 말이 얼마나 설레겠는지.
꽃 피는 봄도 좋아하지만 색이 무르익는 가을을 누리며 천천히 걷는 걸 더없이 사랑한다. 단풍 명소는 많고 많지만, 이번 컨셉은 산책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걷기 좋은 곳으로 준비했다. 무르익은 단풍이 카펫 되어 단풍로드를 만드는 이곳은 정동길이다.
덕수궁 돌담길부터 정동 로터리를 지나 900여 미터간 이어진 정동길. 옛 모습을 간직한 서울의 몇 남지 않은 고풍스러운 길로, 특유의 고즈넉함이 매력적이다.
궁을 둘러싼 돌담과 한국 최초의 개신교 건물 정동교회 등 서양 근대식 건축물이 공존하는 이곳. 한국적인 정취 안에서 이국적인 감성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이맘때가 아니더라도 정동길을 자주 걷곤 한다. 나뭇잎이 수놓은 거리는 어느 때여도 그 계절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단풍을 보러 간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시즌에는 주말, 휴일에도 제법 한적하게 여유를 즐기기 좋다. 테라스 카페, 정동극장, 서울시립미술관 등 좋은 볼거리와 맛집은 이곳을 찾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
정동길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가을단풍길로, 서울 단풍 명소 중 하나다. 30~40여 분을 걷는 동안 난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곳에 오면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좋다. 따뜻한 색감으로 뒤덮인 길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아, 은행은 조금 조심하길 바란다. 딱 이맘때가 단풍이 가장 무르익을 시기이니, 아직 단풍 구경을 못했다면 서둘러 떠나보길 바란다. 속도 없이 아름다운 단풍은 당신을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명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유명 관광코스답게 북적이는 인파와, 서울에 살고있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특별히 찾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단풍 명소를 서칭하던 중 발견한 이곳. 사진만으로 명동을 찾게 만들었다. 단풍을 만나 더 아름다워진 명동성당을 소개한다.
1898년에 준공된 명동 대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으로 120년이 넘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아치와 하늘 높이 솟은 탑,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다. 고딕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한국 건축사에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명동성당은 종교의 의미를 떠나, 누구에게나 쉼의 공간이 되어준다. 명동 대성당의 배려로 개방된 공간은 언제든 가까이할 수 있는 편안한 여행지이자 쉼터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도 대부분 서로를 배려한다.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주위의 방해 없이 고요와 잔잔함을 즐길 수 있다. 걷다 보면 괜스레 차분해지는 게 마음에 든다.
여건이 된다면 카페 몰토나 높은 건물에서 명동성당을 한눈에 담아보길 권한다. 이곳을 왜 단풍스팟으로 추천했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붉은 벽돌로 올린 건물과 물든 나뭇잎이 만나 이국적인 무드를 진하게 풍긴다. 자세히 보아도 아름답지만 이곳은 조금 멀리서 한눈에 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명동성당은 공원 정도의 크기로 작지 않은 규모인데, 120년의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잘 보존해왔다. 도심 속 돌바닥과 돌계단을 밟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데,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과 가을볕 그리고 나뭇잎이 그 매력을 더해준다.
잔잔한 여유를 향유하고 싶다면 명동성당은 어떨지.
앞선 두 곳에서 단풍을 즐겼다면 이번엔 단풍과 곁들일 가을 노을을 감상할 차례. 높고 맑은 가을 하늘과 붉은 가을볕이 만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노들섬을 소개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갑자기 겨울이 온 것처럼 추웠다가도 또 어느 날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매일 아침 날씨 뽑기를 하는 것 마냥 날씨 앱을 둘러보곤 하는데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 때면 감사할 따름.
한정 판매같은 가을 날씨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야외 피크닉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찬스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노들섬을 짧게 정리하자면 '도심 속 작은 휴양지'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 한가운데 한강대교 중턱 위치한 작은 섬은 많은 이들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너른 잔디와 높게 뻗은 나무, 그 주위로 잔잔하게 흐르는 강까지. 아무 데나 자리를 펴고 앉으면 그 자리가 피크닉 장소로 바뀐다. 아직은 따뜻한 가을볕이 더해지면 더 할 나위 없는 가을 피크닉 스팟. 해가 떨어지면 제법 쌀쌀하니 담요 하나는 필수다.
노들섬은 한강 위에 있는 섬이다. 주위에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시야로 하늘과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들섬 서쪽은 해가 저무는 방향으로 노을을 보기에 딱 알맞은 노을스팟이다.
가을 해가 제법 짧아져, 5시부터는 이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겠다.
해가 저무는 시간에 따라 하늘색은 수시로 변한다. 파란 하늘에서 보라빛하늘, 지기 전 붉은 하늘, 그런 하늘색을 담아내는 강물까지. 모든 자연의 색감이 만든 아름다움은 낭만적이지 않을 수도 없다.
시원한 강바람과 가을의 색감이 가득한 노들섬에서 낭만적인 도시 휴양을 향유해 보길 바란다.
때론 아쉬움이 다음을 기다리는 힘이 되기도 한다. 점점 짧아지는 계절, 커지는 아쉬움이 더 큰 낭만으로 채워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