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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작가 May 04. 2020

'희로애락'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제가 다니던 시골 중학교는 한 학년에 4개 반이 있었고, 반에서 1등, 전교에서 4등까지 하면 일종의 우수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또한, 각 반에서 1등을 한 학생의 사진을 학교 현관 게시판에 게재하여 홍보하기까지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1등을 하라는 무언의? 부추김으로 경쟁 분위기를 만들었고, 학생들 또한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하여 1등이 되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40∼50대가 된 분들은 어릴 적 ‘보릿고개’라는 말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추수 때 걷은 농작물 가운데 소작료·빚·이자·세금 등 여러 종류의 비용을 뗀 다음, 남은 식량을 가지고 초여름 보리 수확 때까지 견뎌야 했습니다. 이때는 대개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우거나, 걸식과 빚으로 연명했으며, 유랑민이 되어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하늘을 의지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가뭄 · 홍수 ·메뚜기에 의한 피해 등으로 굶주림이 심했고, 특히 봄에서 초여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는 남은 식량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합니다. 근래에 와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농민들의 소득도 늘어나고, 생활환경도 나아짐에 따라 보릿고개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으나, 일제강점기 때와 8·15 해방 뒤부터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보릿고개 때문에 농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먹고살기 힘든 시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무엇이든 먹어야 했던 힘든 시절을 일컫는 말로 흔히 ‘보릿고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 당시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고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재하여 성공하기 위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심리기제가 작용해 왔을 것입니다.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을 거쳐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4 마리 용(龍) 중 한 마리 용(龍)이었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낸 것도 이런 1등 주의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방향과 목적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속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속도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는 ‘빠르게.. 더 빠르게.. 일등.. 일류.. 성공’을 외치며,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남보다 앞섰다고 인생이 행복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냉혹한 경쟁에서 이기심으로 살아남은 자가 한편으로는 승리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일류,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이류, 삼류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고 얼마든지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이정표는 어디입니까? 결국 자신입니다. 

한그루의 나무가 거목으로 성장하기까지 모진 비바람과 살아남기 위한 자양분을 자족 수급하여 사계절의 오랜 시간을 견뎌낼 때 비로소 숲을 구성하는 한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삶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삶도 좋습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묘미를 알고 여유를 가지고 사는 삶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가난의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는 것. 전자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한계가 있지만, 후자는 언제나 마음가짐으로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대구에 가면 치유의 공간으로 유명한 ‘대교구 성모당’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항상 삶의 슬픔과 아픔을 위로받고자 하는 신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성모당의 비석에는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것이며, 늘 삶 속에서 공존한다는 강렬한 메시지가 도심 한가운데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십시오. 마치,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가 영원할 거라고 치부하고 있는 듯, 권세를 누리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분들이 평생 그렇게 건강하게 살 것처럼 느끼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자신의 삶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즐기십시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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