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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11. 2020

땅고와 산 텔모, 그리고 아르헨티나 암환율의 세계

열정의 탱고


아내의 일기 

산텔모 시장이 열리는 일요일. 가는 길에 대통령궁도 보기로 하고 출발~ 날씨는 반짝반짝 ㅎㅎ 대통령궁 앞 대성당은 선거날이라 그런가 사람들 가득하다. 오늘은 전부 통제되어서 궁도 못들어가고 성당도 못들어가고 그냥 앞에서 인증샷만 찍었다. 


산텔모 시장 가서 신기한 물건들을 잔뜩 구경하고 아르헨티나 국기 티셔츠도 하나 사고, 부에노에서 여행이 끝난다면 이것 저것 잔뜩 살텐데 기념품 하나 사고 끝. 안그래도 배낭에 짐이 한가득인데 또 늘릴순 없지. 


시간 맞춰 돌아와서 땅고쇼장 근처에 가서 한시간 땅고 강습받고 (스텝만 배웠는데 땀이 줄줄...) 자격증을 받았다. 나같은 몸치에게도 자격증을 주는구나.. 내 옆에 외국인 여자애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구두신고 왔던데 나는 레깅스 따위나 입고 운동화 신고 서있을라니 참 민망했다.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여 스테이크를 먹고 나니 땅고쇼가 시작됐다. 무려 한시간짜리..

땅고만 추는 줄 알았는데 뮤지컬처럼 스토리가 있어서 연기와 땅고를 같이 한다. 주제는 땅고 역사였던 듯. 


이 땅고쇼장은 술이 무제한이라 맥주랑 와인을 섞어마셨더니 헤롱.

호스텔로 돌아왔더니 사람들이 아직도 술을 마시고 있어서 같이 놀다가 새벽 4시에 잤다 엉엉. 내일 일정은 또 늦잠인가. -_-


남편의 일기

아침 식사는 짬뽕! 오랜만이다 한국 음식! 식사 후 달러 환전을 위해 호스텔에서 소개해준 깜비오까지 걸어갔다. 돈 털릴까봐 와이프 손을 꼭잡고 깜비오에 우여곡절 끝에 도착. 


별다른 일 없이 환전을 다하고 돌아왔으나 땅고쇼와 스카이다이빙 예약하고나니 벌써 2000페소 밖에 안남고...여기부터는 달러 인출도 안되는데... ㅠㅠ 파타고니아에서도 돈이 많이 필요하다던데 걱정이다. 


남미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나라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인데 여기까지 왔건만 아직 뭔가 느긋하게 여행지를 감상하질 못했다. 여태까지의 일정이 모두 와이프의 스타일대로 관광지를 훑고만 지나는 터라 생활에 녹아드는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여행 스타일 때문이었을까? 좀 지치는 느낌이다. 


그래도 일단 지도 하나 들고 싼텔모로 향했다. 일요일에만 연다는 싼텔모 시장을 찾아나선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걸어가면서 경치를 보니 이제 좀 외국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여긴 남미의 파리라더니 건물들도 멋지다. 


싼텔모 시장의 거리는 개인적으로 동대문 시장같다는 느낌? 시장에서 엠파나다도 사먹고 나랑자주스도 먹고(끌라라 쌤 말과는 다르게 좀 별로였다) 기념품도 사고 하면서 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온김에 라보까 까지 가볼까 했지만 생각 외로 장보기와 인파 헤치고 다니기가 피로도가 심해서 내일로 미루자 하며 돌아왔는데 알고보니 라 보까는 걸어가기에는 위험하단다. 아무래도 내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것 같다.


예약해 둔 땅고쇼는 1시간 땅고 강습 + 저녁식사 + 쇼 + 무제한 음료 및 알콜이 패키지로 총 4시간 정도였고 땅고 강습은 아주 기초를 배웠음에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여자는 스텝이 격렬해보였는데 아무래도 땅고가 남자를 유혹하는 춤이기에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 와이프는 아무래도 드레스를 안입고 온 것이 못내 아쉬운가 보다. 


풀코스 저녁도 괜찮았지만 특히나 쇼가 멋있었다. 춤으로 표현되는 땅고의 역사가 나름 이해하기에도 편했다.


이제 내일은 항공권도 준비하고 시간이 된다면 플로리다 거리도 가야하니 일찍 자야겠단 생각도 잠시...  이어지는 술 파티에 휩쓸리는 바람에 새벽 4시넘어 잠을 청했고... ㅠㅠ 내일 괜찮을까? 


박팀장의 남미 여행 꿀팁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럽풍 건물들

1. 아르헨티나의 명물 탱고  


* 일기에 땅고라고 쓴 이유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탱고를 땅고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여인의 향기 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 강렬한 탱고 장면을 잊지 못할거에요. 그 영화 때문인지 부에노스에 오면 꼭 탱고쇼를 보겠노라 다짐하면서 왔습니다. 보통 탱고 강습과 탱고쇼와 디너를 묶어서 많이 판매합니다. 탱고쇼와 쇼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포르테뇨, 피아졸라, 그리고 트래블러 멤버들이 찾은 해피투게더의 극장 바 수르 등등이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공연장입니다. 


극장이 있는 곳은 무대가 있어서 공연을 감상하면서 3코스 요리와 무제한 음료 및 알코올을 마실 수 있고요, 바 수르의 경우 무대가 따로 없고 홀에서 공연이 이루어집니다. 가격대는 3만원부터 몇십만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탱고 강습+쇼를 볼 때에는 원피스를 입고 가면 좋아요. 아무래도 여성이 돋보이는 춤이기도 하고 공연장이다 보니 장소에 맞는 옷차림으로 가면 훨씬 더 좋겠죠? 남성분들은 정장 들고다니기 버거우니깐 안되더라도 여성분들은 얇은 원피스 하나랑 샌들 대충 말아서 가방에 넣고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 다니다 보면 격식차리는 자리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저와 남편은 덜 준비된 배낭 여행객이라서 청바지 입고 갔습니다. 그래도 탱고 자격증도 받았어요! 

몸치인 나도 받을 수 있다. 탱고 자격증!

2. 산텔모 시장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투어의 필수 방문지 중 하나인 산 텔모 시장.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중에 하나인 산텔모는 식민시대 건축물이 즐비한 곳입니다. 오벨리스크에서 멀지 않은 이 시장이 유명해 진 것은 일요일마다 열리는 야외시장 페리아 때문입니다. 관광객들은 이 시장을 산텔모 시장으로 부르죠. 국립박물관에서 이 곳을 아르헨티나의 명물로 남기기 위해서 상가 운영시간, 운영지침 등을 지정해서 관리하는 시장이라고 해요. 


거리를 꽉 메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끝도 안보일 정도로 늘어선 가판 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양손은 무거워져요. 시장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공연과 탱고는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거리에서 파는 다양한 군것질거리들은 관광객의 입을 즐겁게 합니다. 


저희도 부에노스가 마지막 방문지였거나 했으면 많은 물건들을 보따리로 구매해서 한국에 왔을텐데 여행 초반이어서 짐을 들고다닐 상황이 아니라 눈으로만 실컷 구경했답니다. 부에노스가 끝부분 일정이라면 일요일에 산 텔모 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산텔모 시장


3.  2015년 아르헨티나 암환율 이야기 


뉴스웍스 출처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꽤 복잡하죠. 한때 남미 최고의 부국이 국가부도를 맞이하기까지.. 


이 나라는 저희가 여행할 당시(2015년) 은행에서 달러 인출이 되지 않았습니다. 2001년 국가 디폴트 사태 이후 정부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고정환율 적용, 달러인출 금지를 시행하던 시기였거든요. 지금은 너무 높은 인출 수수료때문에 여행자들은 은행에서 인출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 시기 장기 여행자들은 미리 달러를 많이 환전해 가거나, 현지에서 달러가 떨어지면 근처 우루과이에 가서 인출해오는 수고로움을 겪기도 했어요.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환전하는 방법은 은행에 가서 공식환율로 환전하는 방법, 그리고 암시장에서 암환율로 거래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당시 워낙 화폐 가치가 불안정 하다보니 암환율 고시 사이트가 따로 있을 정도로 암시장이 활성화 되어있었습니다. 


저희가 여행할 시점에는 1달러에 은행이 9페소의 환율, 암시장에선 약 13~15페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단위 달러보다는 100달러짜리 큰 단위의 빳빳한 새 지폐가 환율을 더 잘쳐줬어요. 지폐가 찢어지면 환전이 안되고, 구겨지면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암시장에서 페소를 왕창 교환해서 아르헨티나 내에서 '현질'을 하면서 다니면 굉장한 이득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100달러짜리 호텔은 현지 가격으로 900페소입니다. 저는 암시장에서 1달러를 15페소에 돈을 바꾸어 현장에서 페소로 지불했으니 결과적으로는 600페소를 절약했네요. 


덕분에 암환율로 환전 후 현지 여행사 사무실에 직접 가서 비행기표를 페소로 사는 방식을 통해 아르헨티나 내에서는 비행기를 싸게 자주 타고다녔습니다. 물론 아르헨티나가 땅이 너무나 넓어서 차로 다닐 수는 없기도 하고, 저희는 배낭여행객이지만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장거리는 보통 20시간은 가뿐하게 넘는 구간들이 많아서 운전기사들이 2~3명씩 탑승해서 교대 운전을 합니다. 


2020년 5월. 지금은 아르헨티나 환율이 1달러에 68페소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15년 말 고정환율 시행이 끝나고 나자마자 환율이 폭등하면서 물가도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자국민들은 월급은 그대로인데 자고 일어나면 몇 배씩 뛰는 물가에 생게를 위협받았을 것입니다. 


4.  아르헨티나의 치안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치안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특히 대선이 있거나 하면 시위대들이 도로를 점령하기도 해요. 게다가 번화가에 빈번하게 있는 소매치기들, 환전소의 위조지폐 등. 이 곳 부자들은 부촌에 모여삽니다. 남미 지역들의 치안이 다 비슷하겠지만 좋은 공기라는 아름다운 뜻의 도시명과는 달리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치안 역시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라 보카 지역의 치안은 빈민가와 가까워서 더욱 좋지 않으니 여행할 때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파업이 빈번히 일어나는 나라이므로 차량, 항공 등의 스케줄이 변동되지 않는지 출발 전에 항상 체크해야 합니다. 이건 남미 공통 주의사항입니다. 


5.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스텔


남미여행 중에 여행 정보나 동행을 구하기 위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스텔을 종종 이용하게 됩니다. 이곳은 정보 얻기가 쉽다는 장점도 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가 나옵니다! 신라면도 많이들 팔고 있으니 더이상 외국음식은 느끼해서 못먹겠다 할 때는 한인 호스텔을 방문하세요. 각 나라 대도시에는 유명 한인 호스텔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식을 한식으로 주다보니 다른 로컬 호스텔보다는 가격이 좀 비싼 곳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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