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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22. 2020

오늘 코파카바나를 떠나는 줄 알았지?

버.스.파.업.

코파카바나 대성당
아내의 일기


오늘 11시반 체크아웃이다. 짐 맡겨놓고 나와서 동네 돌아다니기 시작.

대성당 구경갔다가 아침부터 먹고 싶었던 우동을 먹으러 일본 식당에 갔는데 계속 문을 안열었다...ㅠ

그래서 기념품 가게 가서 방석 좀 사고 알파카가 뭔지 구경도하고. 다시 나왔는데 아직도 식당이 안열었어....ㅠ


배고파서 그냥 그 옆 식당에가서 오늘의 메뉴 20볼주고 먹었다. 맛은 쏘쏘. 퀴노아 스프는 참 맛있는데 스파게티는 불어있었음..그냥 배고프니깐 잘먹자 ㅋㅋ


아..시간이 너무 안간다. 버스 타려면 6시 반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할 일이 없다는게 이런거구나 ㅋㅋ

어제 그냥 밤버스로 쿠스코 넘어갈 걸 후회중....


깜비오

5시쯤 버스 사무실 갔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뭔일이지?? 자꾸 다들 마냐냐 티켓 막이래??

신랑이 가서 뭔일이냐 그랬더니 오늘 버스 없댄다. 버스 파업이라고.....아니 그걸 왜 지금 말해?? 종일 기다린 우리는 뭐여....


부랴부랴 방 있는 호스텔을 찾아서 80솔에 더블룸 받아서 짐부터 옮기고 ㅠ


다른 버스회사 알아보니깐 가격이 눈탱이만큼 올랐다 ㅠ 그래서 일단 60솔에 푸노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씩씩거림서 그냥 잘까하다가 시간이 남아서 식당가서 뭘 좀 먹기로하고 신랑이 봐논 바에 가서 느지막히 저녁식사를 했다. 내일은 페루로 갈 수 있을까?? 


남편의 일기 


어제 꿈자리가 별로 좋진 않아서인지..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영 뒤숭숭. 정신이 사납다.


오늘은 와이프도 어제 먹은 음식이 소화가 덜 되서인지 속이 더부룩하다고하고.. 나도 입맛이 없기도 하거니와 정말 빵은 이제 그만 먹고 싶어 조식은 패스하기로..일찍 일어난 김에 나부터 샤워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 좀 후에 눈뜬 와이프도 샤워를 마치고 나와 본격적으로 이동 준비를.. 


아무래도 빨래는 쿠스코 넘어가서 해야할 듯하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괜히 빨래 안되서 2번 해야하는 수도 있으니..


체크 아웃시간이 거의 다 되서 최종 짐 마무리를 하고 프론트에 맡겨 놓기로.. 여기 주인 식구들이 의심되는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도난도 그렇고 기분이 찜찜하여 평소보다 꼼꼼히 팩킹을하고 가방에 자물쇠도 채웠다. 섣불리 사람을 의심하면 안되지만 남미는 조심한 만큼 손해가 없다는 걸 알기에.


가방을 맡겨두고 여기 떠나기전 우동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와이프가 안쓰러워서 그래 밥먹으러 가자. 하고 일식집을 가기로..  어라?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일단 시간이 일러서 그럴수 있으니 다른 식당도 둘러 볼겸 마지막으로 코파카바나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야 뭐 첫날 저녁 산소마스크 구입을 위해 동네를 몇 바퀴 뛰어다닌터라 대충 뭐가 있는지 알지만 와이프는 아직 구석구석 구경을 못했기도 했고 특히나 하얀 대성당은 아직 못가봤으니 같이 구경해보기로..


이 성당은 브라질 코파카바나에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부에는 브라질 표식도 일부 있다. 성당은 크고 웅장한데 얼핏보니 100년도 넘었다는 표시와 프란시스코 교황도 왔었다는 포스터도.. 오 이 성당 대단한가보다.


비록 종교는 없는 우리지만 그래도 웅장하면서 엄숙한 기운에 눌려 조용히 구경할 수 밖에.. 우리 따라 들어온 몇몇 친구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 사진을 좀 찍고 싶었지만 촬영을 금한다는 표시에 눈치봐서 괜찮아보이는 곳에서만 몇 장 찰칵..

성당 구경을 마치고 동네 한바퀴를 마저 돌고 일식집 열었나하고 와보니 아직도 닫혀있고. 

박무룩한 와이프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 출발 전 저녁으로 먹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자고 간신히 설득... 아니 대체 왜 니가 선택하면 항상 순탄치가 않니??


식사 전 잠깐 선물할 천 구경가자던 와이프..대체 언제 봐둔거냐? 여자들의 시야는 남자와는 다른 가보다.


난 어느 식당 메뉴가 괜찮나..저 앞에 남자 놈들은 무슨 말들을 하고 있지? 쟤들은 오늘 도착했나보네 하며 목적을 위한 정보와 주변 경계를 하는 반면... 와이프는 관심사가 계속 바뀌나봐 ㅎㅎ


어쨌든 한 곳 선택해서 들어가보니 벽걸이 장식과 방석이 가장 괜찮은 듯.. 일단 부모님 선물로 방석만 고르기로... 주인 아저씨 왈 인디언 용품이라 달러로 사면 한대 맞는단다.. 볼리비아노로 계산하란 할아버지.. 흥정에 흥정을 거듭해 결국 가격을 깎아서 샀다. 호텔로 돌아가 배낭에 선물을 넣어두고 다시 나오기로..


암튼 아침도 건너뛴 우리기에 일단 근처 식당에서 오늘의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고 와이프는 자기가 선택한 집으로 들어가잔다.. 아 난 조금 윗 집이 좋을거 같은데..왠지 이 집은 아닌데 와이프님이 가자신다.. 내가 뭔 힘이 있나.. 그래 가자...


키노아와 스파게티 그리고 과일 조금 나오는 오늘의 메뉴인데.. 20볼이어서 그런지 양이 쪼금... 그릇만 이쁘지 맛은 그냥 저냥이다... 


식사도 해결하고 나니 할일은 없고 그렇다고 체크아웃한 호텔 로비에 죽돌이처럼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고...근처 까페에 가보기로.. 오늘은 이상하게 짜증이 나지만 이걸 괜한 와이프한테 풀지말자.. 아마 특별한 스케쥴 없고 숙소도 없고 마냥 기다려야하는 하루니까 그렇겠지.. 와이프가 하고 싶은 대로 말없이 같이 하자.. 이따 버스에서 자면 되지 뭐.


까페 내려가는길에 보니 배낭객들이 티티카카 버스 회사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아오 이때 확인 했었어야 했는데... 나중에 둘 다 후회했던 순간.. 그냥 라파즈가는 버스 기다리는 팀인가보다 하고 넘어간게 화근.. 나중에 알고 보니 국경을 지나는 버스가 파업이라고.. 그래서 다들 버스표를 바꾸고 뭐하느라 분주하고 대부분이 망연자실 했던 것이었구만..



당시에는 전혀 감도 못잡고 있던 우리는 까페에 앉아 레몬에이드와 맥주를 햇볕을 피해가며 앉아 마시고.. 지나는 사람들 구경하며 억지로 1시간 보냈고.. 더 이상 타죽을것 같은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호텔로 일단 돌아가기로.. 


호텔 로비에 앉아있으니 우리 때문에 갈곳을 잃은 주인 아줌마와 아들은 괜한 멘붕... 이건 뭐 내가 주인인지 그들이 객인지.. 대장 와이프 나리는 아줌마가 좋아하는 티비가 보이는 2개짜리 쇼파에 다리 떡 꼬고 앉아 자고 있고.. 나는 옆에 아들이 좋아하는 의자에 떡 앉아서 자고 있으니 그 둘이 멘붕이다.. 게다가 로비는 카운터 바로 옆이니 자리도 못비울 것이고..


쉬다가 와이프님을 모시고 다시 일식집을 가보기로 역시나 닫은 상태.. 오늘은 쉬나 보다.. 


그럼 팔찌보고 싶다던 와이프였으니 팔찌보고 다시 오자 했는데 싫대.. 우동이 더럽게 먹고 싶었나보다... 어찌됐건 12시간 버스를 타야하는 우리로선 밥을 안먹을 수는 없고.. 이번에도 난 내키지 않지만 와이프님이 선택하신 집으로..


인테리어와 모양만 예쁘장한 식당. 오믈렛이 맛없기는 쉽지 않은데


점심 사고에 움찔해서인지.. '자기가 골라 내가 고르면 이상하잖아' 멘트를 날린 와이프 말 속에는 그냥 먹어.. 우동 못 먹어서 나 빡쳤거든? 니가 우동 만들어오던가. 라고 번역이 되어 내 귀로 들리는 신공이..


아냐 괜찮을거 같아 들어가자..했고.. 역시나... 보통 라자냐랑 오믈렛은 왠만하면 중간 이상은 가지 않나? 어찌 이런 맛이 날까? 그러고보니 손님도.. 그 흔한 호객 알바도 없고.. 오늘의 메뉴는 안한지 오래된듯 간판은 저멀리로.. 


아마 아줌마가 한동안 식사 장사를 안해서 요리하는걸 까먹었나보다.. 식당은 이쁜데.. 주인 아줌마는 인테리어만 전공인걸로..


배를 채워야 해서 억지로 다 먹고 버스에서의 간식 뻥튀기도 좀 사고 터덜터덜 가방 둘러매고 버스 회사 앞으로 갔는데... 분위기가 쎄.. 하다..


다들 예약했을텐데 내일 티켓으로 변경하는 모습이 희한해서 나도 물어봄.. 그러고보니 우리가 탈 까마버스는 없고 일반 버스 하나만 들어왔단다..


알고보니 버스가 파업? 야 이자식들아 장난해 할라 했지만 참... 여긴 볼리비아지.. 무슨일이 생겨도 당연한 나라. 그래서 다들 열이 받아 있었구만..


내 버스는 언제 올지 모른다네. 어쨌든 오늘은 안온다고.

일단 내일 티켓도 없고 내일 갈지 안갈지도 모른다기에.. 후다닥 환불..

다른 버스 회사로 물어보니 가격이 2배로 껑충..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 뭔지.. 일단은 티티카카 버스만 파업인가보다..


가격이 말도 안되고 그렇다고 도난 위험이 높은 환승편을 탈 수는 없고..

일단 국경 넘어 푸노로 가서 거기서 쿠스코 가는 방안을 택하기로.. 결국에는 이렇게 푸노 가는구나..


어제 짐 보관차 물어봤던 호스텔에 결국 하루 묵기로하고.. 보아하니 일정 틀어진 사람들이 많은지 다들 엄청 열이 받아있다. 여기저기서 욕소리와 술마시러 가는 모습들... 나도 기분이 별로라 와인 한 병 사와서 와이프랑 마시기로 하고..


일찍 씻고 잘라니 여기가 싼 이유가 있었네.. 딱 얼어죽지 않을만큼의 미지근한 물만 나온다. 

밖은 엄청 시끄럽고.. 세탁소 집이라 그런지 습기도 많지만 뭐 이가격이라면 나쁘진 않겠다..


내가 배고프다고 궁시렁 거리니 와이프가 같이 나가서 햄버거라도 먹자며.. 이것들 평소에는 안그러더만 다른 파업들때문인지.. 식당이 죄다 문을 닫아서 배회하다가 문열고 있는 펍을 가보기로..


수제 햄버거 가격도 저렴하고 피스코 사워가 3잔에 50볼!

당첨! 주저없이 들어가니 아기자기하고 이쁜 공간.. 간단히 술 한잔 마시면서 식사나 얘기하기 좋은..

다행히 와이프도 '역시 자기가 고른집은 좋아.. 오늘 안좋았던 기분이 풀어진다'라고 극찬을.. 아이 황송하여라.. ㅎㅎ


결국 넘 맛있어 한개 더 사먹었지만.. 치즈 버거는 조금 별로인걸로~



숙소에 돌아와보니 또 수상하다. 불 켜고 나갔는데 꺼져있고.. 수건이 이상한 곳에 걸려있다.. 다행히 없어진 물건은 없는거 같은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남은 여정 빨리 마무리하고 한국 돌아가고싶다. 여튼 일단 자자 안녕..

제발 내일은 버스가 이곳을 떠나길 ㅠㅠ 


박팀장의 남미여행 꿀팁



1. 남미의 파업


중남미 지역은 파업이 참 잦습니다. 


항공사도 파업하고 근로자도 파업하고 파업했다 하면 버스니 뭐니 아무것도 안다니고, 국경 막아서고 관광지도 문닫고, 기차도 안다니고 폭력 사태도 일어나고...


게다가 각 나라들 성수기에 파업 참 많이합니다. 손님들 제일 많이 몰리는 시기에 볼모로 잡는것도 아니고... 성수기에 우유니 파업하고 성수기에 아에로리네스 파업하고 성수기에 페루레일 파업하고.....


하루이틀만 하면 괜찮은데 파업이 장기화되는 경우는 큰 문제입니다. 시위대가 차량들을 아예 못다니게 하고, 철도, 공항 다 이용불가, 관광지 폐쇄, 식당 등등 다 폐쇄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고립될 수 있어요. 끝나는 날짜도 없고. 말도 안통하는데서 무한 고립사태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과격하기 때문에 파업을 미리 알았다면 일정을 변경하여 시위를 피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입니다. 시위가 격화되는데 현장에 있다... 수단과 방법과 비용을 가리지 말고 빠져나오세요. 못빠져나왔으면 안전한 곳에 계시기 바랍니다. 여행객들 단톡방이나 카페 등 활성화 되어있으니깐 정보 교환하면서 상황을 체크하고요. 


특히 내가 방문하는 기간에 그 나라에 대선이 있다? 무조건 피하세요. 선거와 시위는 항상 같이다닙니다. 


여튼, 저희는 버스 파업이 예정에도 없었고, 왜인지도 몰랐고, 버스타러 가니깐 파업이라 버스가 못들어왔다고 해버리는 황당항 상황에 처했습니다. 아마 이때 국경이 막혔었나 봅니다. 가뜩이나 일정도 늘어지는데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른다니... 조짐이 나쁜 상황이면 돈 생각 하지 말고 빨리 빠져나오는게 상책입니다. 저흰 잘 몰랐어서 그냥 하루 기다렸는데 아마 알았더라면 돈 더주고 빠져나왔을거에요. 


특히 볼리비아랑 페루. 두 나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요. 


2019년에 페루 항공기가 라파즈 공항에서 사고났을 때 사이 안좋은 두나라.. 이걸로 아주 크게 트러블이 일어나서  싸우다가 결국 쿠스코-라파즈 노선 페루 비행기 못들어오게 막아버린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해당구간 볼리비아 항공사로 노선 증설했죠.  


각 나라를 다니는 중에 항공을 예약했는데 항공사가 파업이다? 


일단 가려던 날짜가 파업일이면 자동으로 그 뒷날로 비행기가 다 변경되어 있을 겁니다. 그 일정이 괜찮으면 그냥 사용하시면 되고요, 환불하고 싶다 하면 일단 공항 카운터 가서 변경하세요. 공항이 제일 빠릅니다. 시위 때문에 운영이 안된다 하면 홈페이지로 환불 접수를 해두어야 합니다. 일단 본인들 파업에 의한 변경이나 캔슬이기 때문에 대부분 무료로 진행해줄거에요. 


이동 티켓은 변동이 없는지 늘 탑승전에 꼭 확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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