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거리 두고 한 일 3(블로그)

유행을 따라 해봤는데요,

by 다해


MZ세대 사이에서 블로그체험단을 다니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MZ세대라는 말이 1980년대생부터 2010 초반 생을 아우르는, 무엇을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젊은이를 의미하는 것 같다. 나는 MZ세대에 속한 젊은이 중 하나로써 그 체험단이라는 것이 정확히 뭘 말하는 것인지 검색해 봤다.

말 그대로 맛집, 카페에 방문해 해당 업체의 상품을 제공받아 체험한 후 그 내용을 포스팅하는 것을 블로그체험단이라고 한다.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니고, SNS를 잘 사용하는 MZ세대가 하기 딱 좋다는 것이다. 대-충 이런 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만 잘하지는 않았던 것이 유행이라니. 게다가 맛있는 것도 먹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건 또 못 참지.

본격적으로 ‘협찬‘을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했다. 협찬이 들어오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에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포스팅을 작성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블로그를 만들어야 했다. 방문자수가 높은 블로그는 좋은 블로그로 인식되었다. 방문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매일,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의 포스팅을 해야 했다.

외식을 한 기록은 빠짐없이 블로그에 포스팅되었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메뉴, 음식, 내부 사진을 촬영해서 올렸다. ‘꾸준히‘ 포스팅을 하니 하루 방문자 수가 100에 달했다. 꾸준히 노력한 덕분도 있겠지만, 네이버라는 플랫폼 자체의 유입이 잘 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적당한 퀄리티의 블로그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체험단을 신청했다.

체험단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체험단 회사는 블로거와 업주를 연결했다. 웹사이트가 만들어져 있어서 이용방법도 편리했다. 웹사이트에는 업체에 대한 간략한 내용과 제공되는 내역이 적혀있었다. 김밥집 2만 원 이용권 같은 방식이다. 체험단 사이트에 가입해 블로그 주소를 연동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배너를 클릭해 체험단을 신청했다. 5개 정도 신청했고 모두 떨어졌다.

나중에 찾아보니 체험단 신청을 해도 안 되는 곳이 있고, 잘 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선정이 잘 되는 체험단 리스트도 친절하게 나와있었다. 여러 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보이는 족족 신청했다. 몇십 개는 족히 신청한 것 같다.

띠링

어느 날 카톡이 왔다. 체험단에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체험방법, 체험 후 리뷰 작성 양식 등에 대해 나와있었다. 어색하게 가게에 방문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받았다. 사진을 예쁘게 찍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왔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고 가이드라인을 따라 포스팅을 했다. 협찬 문구도 잊지 않고 올렸다. 좋았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가장 첫 번째, 생리적인 욕구가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는 데에도 충족되었다. 음식점에서 가격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일정 수준은 무료로 제공을 받으니 비싼 음식을 주문해도 나에게 부담되는 금액은 크지 않았다.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음식을 주문했다. 체험단을 신청하고, 가서 서비스를 제공받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다. 중독적이었다.

블로그 체험단에 신청을 한다고 모든 체험단에 선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10개 넘게 신청을 하면 경쟁률에 따라 그중 일부가 선정되었다. 전반적인 과정이 익숙해지며 점점 많은 체험단을 신청했고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달했다. 일정 기간 안에 업체에 방문해서 포스팅을 남겨야 한다.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내 손으로 벌인 일은 스스로 처리하자는 편이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모든 스케줄을 소화해 냈다.

200, 300, 400. 내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체험단을 신청하며 꾸준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블로그에 글을 썼다. 적게는 하루에 한 개부터 많게는 3개 혹은 그 이상으로 글을 썼다. 이 정도면 블로그 쓰는 기계가 된 것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글쓰기가 늘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블로그에 쓰는 글은 완전히 그 형식이 달랐다. 네이버에 검색한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형태를 띠었다. 맛집과 카페가 주제였기에 사람들이 맛집과 카페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적었다. 외관은 어떻게 생겼는지, 내부는 어떤지. 카페라면 안에서 공부를 해도 되는 환경인지, 이야기를 해도 좋은지, 어떤 음악이 흐르는지를 적었다. 메뉴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맛은 어땠는지, 음료와 디저트는 어떻게 생겼는지.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나. 말로 이것저것 설명하기보다 사진 한 장이 사람들에게는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친절한, 사진이 많은, 1500자 정도의 적당한 글을 썼다.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과는 별개였다.

하루 방문자수가 1000명에 달했다. 블로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감이 잡혔다. 어느 정도가 힘들고, 어느 정도가 감당이 가능한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다. 정말 다양한 체험을 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다. 먹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 등 별의별 경험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체험단 회사, 블로거, 사업주에 대한 관계도 알게 되었다. MZ세대에서 유행이 왜 되고 있는지, 여기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체험단에 레벨이 있다면 넥스트레벨이 된 듯했다.

체험단을 줄여갔다. 아예 하지 않기도 했다. 욕심에 재미있어 보이는 것, 새로워 보이는 것을 이것저것 시도했다. 관련 포스팅이 블로그에 담기다 보니 하나의 주제를 가진 블로그가 아니라 그냥 잡다한 블로그가 된 것 같았다. 블로그 자체가 전문적이지 않아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달라진 것 같았다. 새로운 시도를 했고, 색다른 세계를 알았다. 이게 다가 아니며 블로그에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메인이 아니었다. 본업이 있고 서브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면 할수록 그 생각이 강해졌다.

블로그는 글을 쓰는 플랫폼이다. 포스팅을 할 수 있다. 이것이 하고 싶은 글의 유형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글쓰기 중 하나였다. 생각과 경험을 담기에는 유용한 플랫폼이 아니라 느꼈다. 수다 같은 글쓰기를 원했다. 친구와 즐겁게 수다를 떨었던 것처럼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알바에서 만난 빌런 이야기나, 종로투어를 할 때의 꿀팁이라거나, 전공을 3개를 하게 된 경위, 수학과라고 밝히면 듣는 이야기 top3 등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싶었다. 지인 1에게 말하고, 지인 2에게 말하고, 지인 3에게 말하고, 돌고 돌아서 어쩌다 지인 1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해도 즐거운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듣고 듣고 또 들어준 지인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제는 그 지인들이 너무 바빠졌다. 한 달에 한번 보면 매우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퇴근을 할 때 지인은 퇴근을 하지 않았고, 지인이 퇴근을 할 때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주말에는 각종 약속으로 바빴고, 연말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약속이 있거나, 지인이 약속이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막 바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만나기가 참 어려웠다. 썰을 풀고 풀고 또 풀어야 하는 성미인데 풀 곳이 없었다.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물론 말로 하는 것이 훨씬 즐겁고 생동감이 느껴질 터였다. 앞에서 공감도 해주고 맞장구도 쳐주면 더욱 즐겁겠지만 시공간적인 한계를 어찌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기왕 글을 쓴다면,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고 피드백도 해주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이런 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먼저 한 사람은 이런 일을 겪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단순한 공감, 동조를 넘어서 그 사람의 이야기까지 꺼내는 상상을 했다. 즐거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의 형태가 점점 그려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고 많은 글 중에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일을 좋아하고, 이런 것을 바라는구나. 이런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구나. 블로그에서도 실현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플랫폼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커져갔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최소한 대답은 할 수 있는 사람쯤은 된 듯했다. 유행을 따랐다. 유행을 따르다 보니 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나’를 좀 더 잘 알았을 뿐인데 브런치스토리와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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