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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이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by 너라서러키 혜랑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은 이른 새벽, 문득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서 깨어난 나는 손을 뻗어 대봉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과일의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 은은히 퍼지는 달콤한 향기. 입안에서 천천히 감기는 단맛은 마음속 깊이 묻혀 있던 자연의 흔적을 부드럽게 일깨웠다. 그것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었다. 자연이 내게 건네는 한 마디, “우리는 하나”라는 오래된 약속 같았다.


아침이면 창문을 활짝 열고 숲으로 나간다. 떡갈나무와 신갈나무, 스트로브잣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숲이 있다. 그곳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준다.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 잔잔히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속삭임. 나는 그 길을 따라 걷는다. 담장을 지나 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면 부드러운 산세가 내게 속삭인다. “어서 와. 오늘도 우리가 너를 품어줄게.” 나는 가만히 호흡을 길게 내쉰다. 들숨과 날숨으로 자연과 교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물과 공기, 자연이 내어준 먹거리로 이루어진 나 자신을 어찌 자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대봉감 하나에도 자연은 그 지혜를 가득 담아놓았다. 그것은 배부름과 안식을 주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내게 자연의 순환과 나눔을 가르쳐주는 스승이었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받은 것을 다시 자연에 돌려줄 수는 없을까? 내가 배운 것들을 어떻게 다시 나누며 살아가야 할까?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낙엽이 바닥에 내려앉는다.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희미하지만 분명하다. 그것은 오늘의 이야기, 그리고 내일의 설계를 속삭인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도, 그에 보답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낙엽의 질문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흙에서 풍기는 묵직한 향기를 맡는다. 그 향기 속에는 봄을 서두르는 땅의 숨결이 담겨 있다. 아이의 성급한 발소리가 흙내음과 뒤섞인다. 손자가 유치원으로 달려가며 이미 친구들과 뛰노는 꿈에 빠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소박한 순간이 나를 깨닫게 한다. 자연은 그저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이자, 우리의 존재를 지탱해 주는 근원이다.


오늘도 자연은 나를 품고 내일로 나아갈 힘을 건넨다. 나는 그 속에서 다시 길을 찾는다. 자연이 내게 속삭인 지혜를 되새기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조용히 속삭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자연처럼, 묵묵히 그리고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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