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는 많이 바쁜 친구가 있어요

by 지금


화요일과 목요일은 우리 둘만의 시간입니다.

둘이서 한 시간을 보냅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숨 쉬고,

이야기 나누고,

맛난 걸 먹기도 하지요.

빠르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풀리는 데로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저는 바닥을 쓸기도 합니다.

가끔 저는 바닥을 닦기도 합니다.

그러다 지칠 때 옆으로 살짝 다가갑니다.

"선생님이 도와줄까?"





사실 방과 후 교과보충 시간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방과 후 저와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1:1 수업입니다. 한 시간 수업에 수학문제 8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문제 풀기를 기다리며 청소도 합니다.


그 친구는 3월 동안 거울왕자였습니다. 하루 종일 거울을 손에 들고 있거든요. 저는 그 친구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하루는 보통 때와 다르게 의자에 앉지를 못하고 1교시부터 제 주위를 서성였습니다. 앉으라고 해도 안 앉고. 뭔가 불안해 보였습니다. 밥도 거의 안 먹는 친구인데 밥을 제법 받아서 먹었습니다. 어제와 너무도 달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부모님과 전화 통화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의가 산만하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해서 약을 처방받고 있다고 합니다.



주의가 산만합니다. 교과서는 책상 위에 잘 꺼내 놓지만 책을 펼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업 시작 후 10분입니다. 3월에는 거울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눈이 아프다고 계속 눈만 보고 있었어요. 제가 말해도 거울을 놓지 않았습니다. 4월에는 눈에서 코로 관심분야가 변경되었습니다. 코를 계속 파고 있어 친구들이 힘들어합니다. 수행평가에는 반 이상의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지요. 어떤 활동을 하려는 의욕도 너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약을 먹다가 토했다고 합니다. 약을 먹지 않고 등교를 한 첫날이었던 것이지요. 약의 기운에 따라 다른 친구가 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사실 전화한 이유는 어머님께 담임으로서 지도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사정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친구(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함)를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저의 말에 소위 지적질을 해도 반응이 없어요. 이 친구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하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제가 묻기 전에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어!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먼저 치고 나가시는 부모님께 저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님, 어떤 면이 힘드세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에서는 어머님께 말을 험하게 한다고 합니다. 욕만 안 하지 말입니다. 또 화를 자주 낸다고 합니다. 교사인 저에게는 선생님이라 막 대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어머님,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저도 학교에서 우리 친구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보겠습니다. 어머님도 가정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저희 반 친구는 의욕이 없습니다.

자기 표현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실수가 잦습니다.

친구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사회성이 많이 부족합니다.



약을 먹고 치료를 하는 중이라 이런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회성은 약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친구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한 과제가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올해는 이 친구의 과제를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저의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ADHD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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