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요 조금 무서웠습니다

by 지금


사실은요. 조금 무서웠습니다.


교사 경력이 20년이 넘었는데 처음이었습니다.


조금 창피하기도 합니다.



음악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6교시 마지막 수업 시간이었지요. 리코더 연주 시간입니다. 벌써 두 달째 리코더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산바람 강바람’ 리코더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솔-라솔미 레-미레도 미-솔 도라솔 미-솔도솔 라-솔미도 레-파미레도’



“1분단 친구들 모두 일어나서 함께 연주해봅시다”


“2분단 친구들..3분단 친구들...”



연주하는 동안 우리반 ㅁㅅ는 리코더로 삑삑 소리를 내고 있더라구요.


“이번에는 남자친구들만 연주해보겠어요.”


“여자 친구들 연주해봅시다”


뒤를 쳐다보며 뒤에 앉아있는 친구들에게 리코더를 칼로 휘두르고 있네요.


“ㅁㅅ야, 조용히 하자”


“위험해요”


연습 시간이 끝나고 이제 개인 검사 시간입니다. 리코더를 잘하는 친구들은 금세 손에 익혀 검사를 통과합니다.


“ㄷㅎ아 네가 먼저 통과 했으니 리코더 부는 거 ㅁㅅ를 도와줄 수 있지?”


“네, 알겠어요”


부탁은 했지만 도움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친구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도와주는 친구의 말을 안 듣고 리코더를 흔들다가 화장실에 가버립니다.


오늘 리코더 수업은 지난주부터 연습해오기 숙제였었습니다. 통과를 못 한 친구는 남아서 검사를 하고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기 전에 알림장을 씁니다. 모든 친구가 알림장을 적었는데 ㅁㅅ는 아직 알림장도 꺼내지 않고 뒤에 앉은 친구들에게 리코더로 “삑삑” 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합니다. 뒤에 친구들이 반응을 안 하니 이젠 일어섰네요. 제가 ㅁㅅ의 자리로 갔습니다. 책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듭니다.


“ㅁㅅ가 알림장 검사받고, 리코더 검사받으면 집에 갈 때 핸드폰 줄게요”


ㅁㅅ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핸드폰입니다.


남아서 리코더 검사를 받던 친구들이 하나둘 집으로 갔습니다. ㅁㅅ는 화가 났는지 복도로 뛰어나갑니다. 리코더를 들고 나갔습니다. 누군가에게 던지거나 휘두를까 봐 걱정도 됩니다. 집에 가고 싶은데 못가니, 화가 나나 봅니다. 저는 복도로 귀를 기울이며 다른 친구들을 검사하는 척합니다.


다시 교실로 들어옵니다.


제 옆을 서성입니다. 러시아어로 욕을 하는 것 같습니다. 리코더를 흔들며 소리를 지릅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리코더로 저를 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떡하지?’

‘집으로 빨리 보낼까?’

집으로 보내면, 매번 제대로 끝맺음을 안 하고 가버릴 텐데….



저와 ㅁㅅ만 교실에 남지 않으려고 다른 친구 한 명을 집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에겐 미안한 마음입니다. 친구들이 두 명만 남으니 조금 진정되었나 봅니다.


의자에 앉히고 알림장을 가방에서 꺼내주었습니다. 알림장을 쓸 연필을 꺼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선물한 연필입니다. 아버님께 부탁드렸는데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매일 연필을 세 자루씩 가정에서 깎아 오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매일 확인을 해주시나 봅니다. 알림장을 다 적었습니다. 이제 악보를 꺼내줍니다. 악보에 계이름을 따라 적으라고 계이름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듯하게 잘 따라 씁니다.


제가 먼저 한 소절 연주하고 따라서 연주를 시켜봅니다. 진정되니 소리도 잘 내고 제법 따라 합니다.


“선생님 도가 뭐예요?”


높은 도와 낮은 도를 잘 모르는 눈치입니다. 다시금 알려 주니 연습을 다시 시작합니다.


전체 소절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지나 오늘은 한 소절만 가르치고 집으로 보냈습니다.


진정이 되니 이렇게 잘 따라 하는데 ㅁㅅ는 화가 치밀면 자제가 안 되나 봅니다.


ㅁㅅ는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면 아주 더디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친구입니다. 그래도 3월보다는 4월이 반걸음 앞으로 나선 것 같다 생각됩니다. 앞으로 5월은 한 발짝 성큼 나서기를 기대해야겠지요.



오늘 친구의 마음도 잘 모르면서 무섭다 느껴 조금 창피하기도 합니다. 배워야 할 것이 많음을 다시금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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