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식당 오픈합니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하던 가게에는 다시 사람으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주점이 아니라서 저녁에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하루에 한 번쯤은 와서 샌드위치 하나랑 커피 한 잔을 시켜서 책을 읽는 손님이 있다. 학생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아리송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디선가 낯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생사람 잡을 수도 있으니 인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주문도 없고 식사 시간이 아니면 그녀는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곤 한다. 그런데 그 손님이 나를 흘깃 쳐다보기 시작했다.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슬쩍 고개를 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손님은 볼이 빨개져 다시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었다.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마치 올리브영에 가면 직원들이 말하듯,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말했다. 그리곤 그녀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 혹시... 인스타에 올라온 요리치료 프로그램 하는 곳이 여기 맞아요?”
순간 그녀는 ‘아싸, 한 명 더 모집했다!’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네, 맞습니다. 아직 마감되지 않았어요.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신청해 주세요.”
손님은 오랫동안 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모아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들어가서 노트북을 켜는걸 보아하니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는 것 같았다.
이메일로 먼저 지원한 사람은 5명, 그중 한 명이 김민주이다. 그 그리고 남은 4명은 계좌에 입금을 안 해줘서 신청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오늘 신청한 그 손님이 정유주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민주와 유주, 승엽과 현숙이 함께 할 예정이다.
그녀는 신청이 확인되었다는 메일과 함께 승엽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미소식당 운영 중인 강현숙이라고 합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요리치료 프로그램 이번 주 토요일(19일)에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거 알려드리려고 메일 남깁니다. 참가자 사정으로 인해 이번에는 두 명의 참가자와 함께 해요. 사연은 미리 말씀드리는 것보다 같이 얘기 나누면서 알아가는 게 좋을 듯해서 안 적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주에 읽을 책을 아직 정하지 못해서 만나는 날에 같이 정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단톡방을 만들어서 할까 한데 불편하시면 따로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토요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문학을 요리하다 1기”라는 이름으로 된 단톡방을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두 분 다 저랑은 만나보셨지만 서로 만나기 전에 인사도 할 겸 톡방 만들었어요. 공지사항도 여기다 올릴 예정이고요.”
그러자 읽음 표시가 2에서 1로 줄으며 유주가 바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21살 정유주라고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많이 기대가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3시간 후, 카톡을 확인한 민주는 몇 시간째 답을 못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낯설었고, 내가 아이를 낳았으면 그 친구와 언니동생 하는 사이일 텐데,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안녕하세요, 서른다섯 김민주입니다. 어쩌다 보니 답장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답장이 늦었다는 죄책감에 민주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는 이모티콘까지 빼먹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분주했다. 대망의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내용으로, 어떤 차례로 얘기를 나눌지 적어놓은 것도 있었지만 긴장한 탓에 집에 두고 와버렸다. 그날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지 비가 쏟아졌다. 그래서 그녀는 에어컨을 틀어 습도를 낮추고 적정 온도를 만들어놓고 기다렸다. 식당 테이블은 네모나게 만들어 네 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8시에 불이 켜져야 하는 미소식당이 오늘은 깜깜한 새벽 6시에 불이 켜졌다. 주방에서는 과일잼 냄새가 진동했다. 생각이 많거나 긴장을 한 날이면 그녀에게 긴장을 풀어주는 게 잼 만드는 일이었다. 어쩌면 끓여지는 잼의 냄새가 그녀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거품이 잔잔하게 이는 잼 냄비 안에서는 자그락자그락 끓는 소리와 함께 딸기의 냄새가 피어올라왔다. 붉은 장밋빛은 점점 짙어지며, 잼은 천천히 윤기를 더해갔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