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민 Jun 23. 2024

집단이 개인보다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3가지 이유

집단 착각을 읽고

TL:DR;

1. 왜 똑똑한 개인이 모인 집단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이 발생할까? <집단 착각>은 이런 질문에 대해 인간이 가진 사고방식과 소속본능 등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영향으로 현상을 설명합니다.

2.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채로 다른 사람을 따라갑니다. 혹은 특정 집단에 속하고 싶은 마음에 그들에 순응하거나, 혹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침묵하게 됩니다. 문제는 개인의 이런 선택들이 모였을 때, 집단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3. 해결의 방법은 간단합니다. 생각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왜?'라고 질문해보거나, 다양한 집단 활동을 통해서 한 방향만 바라보는 개인의 시야를 넓혀줘야합니다.



인간은 강력한 누군가

자신을 리드해 주길 바란다?


영화 <서울의 봄>


최근 넷플릭스에도 공개된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 반란군의 수장 '전두광'은 사람들은 스스로 의견을 내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보다 강력한 누군가 자신을 리드해 주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 발언이 많은 사람을 학살한 독재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간혹 현실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낌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따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몇몇 목소리가 큰 소수의 의견에 다수가 동조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결정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기보다 리드를 해주길 바랄까?

집단의 결정은 항상 개인의 결정보다 합리적일까?


이번주에 제가 읽은 <집단 착각 Collective Illusion>은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책입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는 '토드 로즈' 교수는 '집단 착각'이라는 책을 통해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 논합니다.


집단 착각 Collective Illusions이란 한 마디로 사회적 거짓말이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 중 다수가 특정한 의견을 거부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을 것이라고(부정확하게) 넘겨짚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집단 착각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다들 원한다고 착각하는 답을 따르기만 할 경우, 결국 모든 이가 아무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 (p.16)


Source : 나무위키


집단 착각의  대표적인 사례로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왕이 옷을 입고 있지 않지만, 주변의 신하들이 '정말 멋진 옷을 입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프레임까지 씌워지면서 사람들은 '어쩌면 정말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나빠서 안 보이나?'라며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집단 착각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그냥 '단순히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요즘 MZ는 다르다'는 식으로 볼 문제는 아닙니다. 토드 로즈에 의하면 이것은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영향으로 결정되며, 집단 착각을 통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 때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크게 3가지입니다. 따라 하고 싶은 마음, 소속감, 그리고 고립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집단 착각의 원인 1.

따라쟁이 효과


우선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따라쟁이의 함정 Copycat Trap의 영향이라 말합니다. 따라쟁이의 함정은 스스로 판단할 만큼 충분하고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우리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확신을 품지 못할 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추종할 때 우리는 따라쟁이 함정에 빠지게 된다. 


Source : Statista


책에 나온 사례 중 장기이식과 대기자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매년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신장 이식을 필요로 하는데, 실제 수술받을 수 있는 이식용 신장은 2만 개 수준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단순히 신장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멀쩡한 신장 중 5분의 1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이식 대상자를 선정할 때, 선순위 대상자가 거부하면 후순위 대상자에게 넘어가는 방식에서 생긴 오해입니다. 선순위 대상자가 장기가 아닌 개인적인 사유로 수술을 미뤘지만, 후순위 대상자가 이에 대해 '해당 신장에 문제가 있어서 넘겼나 보다'라고 오해하고 거부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순위에 있던 사람이 미루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장기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Source : Pixar


그러면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갈까요? 이는 뇌는 호기심은 많지만,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한다는 점과 사회적 망신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토대로, 어떤 현상과 행동에 대한 근거를 채운다고 합니다. 후광 효과도 이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발생한 현상입니다. 유명인이나 권위가 있어 보이는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면서, 내가 어떤 것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확실성을 채워가려고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바로 '왜'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통 '왜'라고 물을 때, 상대방이 싫어할까 봐 걱정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선호하는 것에 대해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왜 그런가요'를 물어보도록 합니다. 저도 이전에 기획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그때 '왜 그렇게 하나요?' 한마디 못한 것을 뼈저리게 반성한 적이 있어서 이 내용이 정말 와닿았습니다. :)




집단 착각의 원인 2.

소속감에 대한 욕구


소속감에 대한 욕구 역시, 이런 집단 착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내 평판이나, 칭찬과 같은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이 집단에 속하기 위해 애쓴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뇌과학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또한 추방에 대한 공포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집단에서 추방을 당하거나, 추방을 당할 수 있다고 위협받는 것만으로 코르티솔의 영향으로 혈압이 높아지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영화 '리플리' 스틸컷


그러다 보니 어떤 집단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집단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할 때 이를 활용합니다. 그냥 겉으로 생각할 때는 '집단이 헛소리를 해도 내가 안 믿으면 그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실제로 믿어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실험에서 어떤 이벤트에 참여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는 조건으로 두 집단에 각각 1달러와 20달러를 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나중에 각 집단에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 확인했을 때 '1달러'를 받은 집단에서 이벤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본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선택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실제로 그게 재밌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집단에서 추방되지 않기 위해서,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지만 어느 순간엔 그것이 정말 내 생각이었던 것처럼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해당 집단이 진보하는 것을 방해하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집단에 속하면서 정체성의 복잡도를 높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한 집단에만 속하면서 그 집단에 지나치게 나를 오버피팅 되지 않도록, 다양한 집단에 속하면서 올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단 착각의 원인 3.

침묵과 합의의 함정


합의의 함정 Consensus Trap이라고 부르고 있다. 합의의 함정은 집단 착각의 유형 중 하나다. 거짓말이 아니라 침묵을 타고, 오해의 먹구름이 우리 모두를 잠식할 때까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p.126)


마지막으로 침묵에 의한 합의의 함정 Consensus Trap이 있습니다. 합의가 잘되는 집단일수록,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모습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고립을 두려워하는 본능과 다수에 속할 때 누릴 수 있는 혜택, 이 조합은 우리가 사회적 합의라고 여겨지는 것을 무턱대고 따르고자 하는 유인동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밴드웨건 효과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수가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면, 거기에 편승하려고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이 상승세에 있으면, 뭔가가 있는가 보다 싶어서 잘 몰라도 올라타려고 한다거나,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거기에 '대의'가 있다 판단하고 몰려가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이것이 다수가 질문하지 않고 침묵하고 따르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침묵하는 이들을 비난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침묵을 지킴으로써 안전과 평온을 보장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침묵은 실질적인 해를 끼친다고 말합니다. 침묵은 우리가 속한 집단을 새롭고 중요한 정보로부터 차단하며, 어쩌면 우리와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내용을 주된 의견, 정설로 만들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다수가 침묵하면서 유대인들이 정말 피해를 입어도 되는 집단인 것처럼 인지하게 됩니다.


Elon Musk X


특히 21세기에는 소셜미디어와 이곳의 봇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더욱 극단주의 의견들이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방법으로 의심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의견이 주류가 되면서 모두가 동일한 목소리를 낼 때, 최소한 한두 명이 '중립기어를 박자'라고 브레이크를 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생각의 지나친 편향을 막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이 책은 다양한 사회실험과 생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간이 집단의 영향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조직 내에서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경우도 있었기에 이 책의 내용이 정말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조직 내에서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 내에서 의사결정과 판단을 해야 하는 현대인들이 꼭 읽어보길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슨의 축적형 혁신과 PM의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