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첫눈이 내리는 날에도 운동장에 서 있었다

축구하며 첫눈을 맞아 기록하는 1년의 감회

by 끼우

“우아. 눈이다. 첫눈이다.”

나도 모르게 외쳤다. 눈은 바람과 함께 대각선으로 휘어져서 내리고 있었다.

사람은 처음 겪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아니 어쩌면 처음 느낀 감정에 대해서 각자 정의하는지도 모르겠다. 축구를 배운 지 1년이 넘었으니 작년 겨울에도 눈은 왔을 텐데. 나는 왜 엊그제 내린 눈에 반했을까. 경기를 하는 도중에 맞은 눈이 처음이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져서. 핑계의 무게를 한쪽에만 부여할 수 없었다.



초록 경기장 위로 떨어지는 하얀 눈의 황홀함


2023년 겨울의 첫눈을 경기 도중에 준비 없이 맞이했다. 굵지도 않았고 사진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눈이었다. 초록 경기장 위로 하얗게 떨어지는 눈의 모습에 황홀했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을 수는 없었다. 내게 귀중하고 소중했던 눈을 내 눈에 담기로 했다. 첫눈이 오면 그날은 누군가를 만나는 날이었다. 첫눈을 그렇게 기념했다. 이 날같이 첫눈이 내리는 순간, 함께하는 이가 많았다. 따로 기뻐할 기회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축구를 하며 감사했다.



내가 나를 모를 때를 기억했다


시니어분들과의 경기에서 영혼이 털렸던 처음을 기억했다. 손톱만큼의 여유가 생긴 지금과는 느낌이 달랐다. 축구를 시작할 때 즈음에 내가 궁금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와 주변 사람이 알고 있는 나의 차이를 알고 싶었다. 남의 삶에 부응하고 있는 나였는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쟤는 왜 저럴까?’ 생각했다. 결국은 나였는데 내가 나를 몰라서 그 아이를 외계에서 온 다른 아이로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나를 알기 위한 여정 중 하나가 축구였다. 의도하진 않았다. 그래서 기회였다. 가르쳐준 대로 이해하지 않고 내 생각을 얹어서 기억했다. 그래서 정석이 아니었고 실수의 연속이었다.



축구할 때는 잡생각 버리기

훈련을 할 때도 가는 길의 노선을 머릿속에 수없이 그렸어야 했다. 나는 오만했다. 내 차례가 되면 당연히 되는 걸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오른쪽에서 출발해서 S자를 돌 때도 나는 왼쪽부터 돌고 있었다. 잡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의 말에 눈은 보고 있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축구를 할 때는 축구 생각만 했어야 했다.

이 날 경기에서는 또 앞센터 자리를 맡았다. 상대편 포워드를 따라다니는 일이었다. 전반전 내내 내가 쫒아다닌 사람은 심판이었다. 조끼만 보라색으로 입고 계셨는데 시니어 분 중 한 분이라 헷갈렸다. 감독님은 내 이름을 한참 부르짖었고 나중에야 괜한 사람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아무 생각없이 뛰고 있었다.



"미안"이라고 말하는 법

1년이 지난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옆에서 누군가가 잘못된 몸의 행동을 알려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그런 몸짓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습관이 되어버린 몸은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기억하고 하나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또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공을 찼거나 공을 뺏길 때면 “미안”하다고 분명히 말하려고 시도한다.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는 일은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골을 넣었다고 자만하지 말고 공을 뺏겼다고 슬퍼하지 않도록 중간의 감정을 유지하면서 평온한 내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꾸준히 하기다. 5년을 하고 10년이 쌓인다면 나도 언젠가 팀에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거다. 아직 오지 않은 걱정을 미리 하지 않고 조금씩 노력해 보겠다.



나는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길

“네, 저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내가 나 조르바를 믿는 까닭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기 때문이죠. 나는 오직 그놈만을 잘 알뿐. 다른 것들은 모두 헛것들이에요. 조르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조르바의 귀로 듣고, 조르바의 위장으로 소화하는 것.... 다른 모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헛것이에요. 내가 죽는 순간 모든 것들도 죽죠.”

그리스인 조르바_니코스 카잔자키스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나는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더 알기 위해 여전히 축구장에서 눈을 맞으며 누빈다.



+ 지난 금요일 첫눈을 보았습니다. 축구장에서 보는 눈이 너무 좋아서 경기가 끝나고 차에서도 첫눈만을 생각했습니다. 사진으로 담으려 해 봤지만 경기 중에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사진에 찍히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은 시에서 하는 대회에 나갑니다. 후보선수 신분에 5분이라도 뛰면 감사하겠지만 못 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팀이 이기길 바라면서 선발선수들 챙기러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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