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생의 축소판, 축구

경기 도중 영혼 털려 엉엉 울 뻔한 이야기

by 끼우
KakaoTalk_20230705_164616669_10_1.jpg 유니폼을 입고 뛰는 나의 모습. 이 유니폼을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축구를 만나는 두 번째 날, 추석이 끝나고 축구에 열정을 가진 여자들이 어김없이 모였다. 어색한 기류 속에서 나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조용히 있었다. 말 많은 나는 내 마음속에 가둬둔 채로.


나만 다른 복장. 경기를 뛸 때 나에게 공이 오지 않는다. 들어가서 얼마 동안은 유니폼을 받을 수 없었다. 그 기간에는 내 옷을 입어야 했다. 몇 번 이상 꾸준히 나와야 유니폼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를 하면 왕초짜에게 누가 공을 주겠나. 우리편 회원들은 내가 다른 편인 줄 알기도 하고 내가 받아봤자 뺏길 것 같은 거다. 이 날 시니어들과 하는 축구 경기에 또 들어가게 됐다. 여전히 이런저런 불만을 가진 채 뛰었다. 사실 축구 경기를 하는 두 번째, 이날은 영혼까지 털렸다.



"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넓고 푸르른 경기장에서 뛰는데 가을볕은 너무나 따가웠다. 공을 잡았는데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분명히 훈련할 때 코치님이 그랬다. “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내가 디딤발을 놓은 방향으로 공이 굴러간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앞으로 찼는데 공은 옆으로 나갔다.


나는 내 몸을 몰랐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인지 알 수 없는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었다. 공은 인사이드 패스(발의 안쪽에 움푹 폐인 부분에 공을 차는 것)로 찼는데 발끝에 맡고 튕겼다. 정석대로 해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제멋대로 구르는 공 = 인생

제멋대로 굴러가는 공이 무심했다. 그 공이 마치 우리 인생 같았다. 경기 중 전반전에 끝나기 직전, 나는 엉엉 울 것만 같았다. 체력은 바닥을 치고 가끔 오는 공조차 뺏기기만 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눈 안에서 찰랑찰랑 넘치는 눈물이 밖으로 흐를까 봐 조마조마했다. 사실 흘린다고 해도 그것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었겠지만, 꾹 참았다.


유치원 동요_꾹참았네

https://youtu.be/8HBQDF6DDMY


내가 공을 못 차는 일이 너무 억울했다. 나는 두 번째이지만 우리 집 여섯 살 꼬맹이와 연습한 게 육 개월이었다. ‘이 정도는 나도 공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야?’


공이 제멋대로 구른다. 아주 고약한 녀석이다. 어디 이 녀석뿐인가. 인생도 계획대로가 아닌 제 멋대로 흐르지 않는가. 공도 인생도 조절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나여서 억울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솟구쳤다. 몇 개월이 지나 생각해 보면 이 날 나는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미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인슈타인.jpg 출처_나무위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

미친 짓(Insanity)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라고.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공을 막내와 굴려보면서 축구 실력이 늘었다고 다른 결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배워서 머릿속에 넣은 축구 지식이 없는 채로 말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미친 짓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마음을 굳혔다. 축구공을 잘 굴린다면 내 인생도 멋지게 굴러가지 않을까. 억지로 축구공에 긍정을 구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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