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살던 그 옛집.
계속 꿈을 꾼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간지 오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옛 그 집이 꿈에서 나타난다.
높은 오르막길을 오르면 우측에 좁은 골목이 나온다.
골목안쪽으로 들어가면 두 번째 갈색 대문이 우리 집이었다.
그 대문을 열면 봄과 여름엔 빨간 장미가 활짝 펴 우리를 반겨주었다.
과거에 살던 옛집은 6년 이상 살았을까.
대문 하나에 여러 집이 살던 그 옛날 집.
베트남 세 사람과 할머니 한분이 같이 살았던 집.
몇 년 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을 때엔 우리 가족만이 그 집에서 살았다.
마룻바닥은 아직도 나무였고, 문은 미닫이에 부엌은 많이 낡았었다.
연탄보일러를 때웠으며, 화장실은 재래식에서 현대식으로 바꿨으나 대문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 항상 물이 얼기 일쑤였다. 그런 환경에서 서로 아픔을 간직하기도 기쁨을 나누기도 하며 그곳에서 어떻게 서든 살아갔다. 아니 살아남았다.
어느 새벽에 눈이 떠지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난 왜 부엌문을 열었을까?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마당을 바라볼 땐 왜 그리 싸늘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어두운 마당 끝에 위치한 대문 그리고 우측의 화장실과 좌측의 보일러실.
비몽사몽 한 눈을 비벼 그 풍경을 바라볼 때 마당 중앙에 큰 모래텃밭이 더 어둡게 보여 누군가 숨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간혹 장미나무뒤에 가려진 대문 쪽을 계속 바라보자면 너무 무서웠다.
그냥 누가 바라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릴 때 모든 것이 무서웠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 집은 마루와 두 방이 이어져있는 길 사이에 1평 남짓한 방이 있었다.
난 그곳에서 나만의 방을 만들어 잤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잠을 자다 보면 가끔 바람이 세차게 불어올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걸어 다니며 마룻바닥이 삐걱이는 소리, 그 문은 한지로 된 전통문살로 된 문이었기에 달빛이 밝은 날엔 밖에 그림자가 훤히 보였었다.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아무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눈을 질끈 감은 그 시절의 기억. 어린 시절의 공포감.
그저 상상의 소리였을텐데 그 모든 것이 무섭게 다가오던 그 시절 그리고 그 옛집.
왜 계속 꿈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이사 간 집에서 살았다면 더 살았고 더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 텐데, 왜 어린 시절 무섭고 상처받았던 옛집이 계속 꿈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잊고 싶은데도 꿈에서 내가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동네에 도착해 있고, 난 그 집에 들어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나를 지나쳐 대문을 나갈 때도 난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문 안쪽 저 끝에 부엌문을 열고 엄마가 나를 쳐다본다.
어떤 날은 라디오를 틀고 엄마가 부엌 밖에 앉아 손톱을 손질하신다.
어떤 날은 햇빛이 기분 나쁘게 쬐어오던 그날 엄마가 마당에 앉아 자신의 흰머리를 스스로 뽑고 있다.
그런 엄마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쳐다본다.
나 역시 아무 말도 없이 엄마를 쳐다본다.
그리고 꿈에서 깬다.
꿈은 잊힐만할 때쯤 반복적으로 꾼다.
계속 그 집을 무의식적으로 스스로가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몇 년 전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 집이 재개발이 되기 전 우리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간 후
우리가 살던 옛집은 무당이 들어와 살았다고
부모님께 전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