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전쟁터
얼마 전 남편과 대구에 있는 새벽시장을 구경간적이 있다.
남편은 새벽시장의 풍경이 모두 처음이라고 했다.
평화롭게 보이는 그 장면들이 좋았다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무엇이든 아름다울 것이다. '생존'이라는 전쟁터에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깨지고 말 것이다.
새벽시장에 나가본 적이 있는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곳은 한 편의 전쟁터다.
전쟁을 겪어본 세대는 아니지만, 전장상황 중 하나의 장소일 것이다.
자신만의 진지가 없다면,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진지를 파거나 혹은 누군가 버린 진지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온갖 말다툼과 시기와 질투 그리고 심하면 몸싸움까지, 다들 살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어느 날 여름방학이 다가와 부모님을 돕기 위해 따라나선 새벽시장
우리는 고정적인 자리가 없었기에 매달 나오는 빈자리를 새벽시장상인회에 일정금액을 주고 자리를 구매해야 했다. 좋은 자리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입구자리나 중간자리쯤이었고 맨 끝자리는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질 않았다. 그렇기에 자리는 매달 위치가 변경되었으며, 혹시라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 자리에 배정된다면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의 물건을 낮추어 차별성을 두어야 했다.
"한 박스에 얼마예요?"
"네, 한 박스에 5000원이고요, 돈은 여기 바구니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정신이 없었다. 손님들이 물밀듯 밀려왔기에 일일이 돈을 받고 할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손님들에게 직접 바구니에 돈을 넣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배웠다. 믿을 사람은 나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손님 중엔 바쁜 틈을 타 우리 뒤쪽으로 넘어가 은근슬쩍 바구니에 있는 돈을 주워간다거나,
물건을 구매 후 돈을 바구니에 넣고 가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가족도 믿지 않았던 나인데, 너무 안일했었나 보다,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했다.
그렇게 16살의 나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인생에 한 번은 큰돈이 들어올 때가 있다고들 하지 않던가.
이 시기가 바로 그 시기였나 보다. 부모님은 매일밤 후회에 가득한 말을 일삼았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몸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후회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돈을 모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앞으로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인생이 나아지리라 희망을 가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