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6월 4일 : 11.02km 기록
매일 뛰지만, 오늘은 조금 더 마음을 다잡고 운동화를 신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오늘이 세계 달리기의 날(Global Running Day)이기 때문이다.
세계 달리기의 날은 매년 6월 첫째 주 수요일,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러닝이라는 한 가지 행동으로 연결되는 날이다.
누구나, 어디서든, 어떤 속도로든.
그저 "나는 오늘 달렸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마음이 닿는,
매우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를 가진 날이다.
이 특별한 날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 역시 오늘 하루,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속도로 이 연결 고리에 동참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나니 밤 9시.
하루의 육아를 마친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
남편은 함께 뛰자고 했지만, 근무퇴근으로 지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곯아떨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영동군민운동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뛰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끼고, 누군가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이렇게 밤공기를 가르며 몸을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클럽 음악을 들으며 달렸다.
익숙한 박자, 반복되는 비트.
그 속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이 정돈된다.
웃기지 않나? BPM빠른 음악에 마음이 정돈된다니..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다.
그래도 누군가 음악을 "합법적인 마약"이라고 표현했던 게 오늘은 유난히 실감 났다.
잠시 현실을 벗어나 나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달리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요즘 내가 애정을 쏟고 있는 독서모임, 그리고 2025년의 나에 대해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그동안 미뤄뒀던 ‘투고’라는 이름의 도전도
이제는 조금씩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의 공기는 너무나도 선선했다.
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땀은 식기도 전에 흩어졌다.
이렇게 뛰기 좋은 날씨가 흔치 않다는 걸 알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느끼며 달렸다.
러닝을 마친 후,
아파트 단지 내 무인카페에서 2800원짜리 아샷추를 사 마셨다.
이 작고 시원한 한 잔이 오늘 나에게는 작은 선물이자
작은것에 감사하게 되는 행복의 공식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러닝이 준 하루의 정리, 그리고 작지만 단단한 만족.
오늘 아침, 러닝방에서 세계 달리기의 날이라는 걸 처음 알았고,
그 정보를 독서모임에 전하니 몇몇 분들도 “오늘은 꼭 뛰어야겠어요”라며 운동화를 꺼냈다.
같은 날,
다른 장소,
다른 속도로.
하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연결 아닐까.
어디에 있든,
얼마를 달리든,
달리는 마음에는 공감과 응원이 담겨 있다.
러닝은 여전히 나를 회복시키고,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세계 달리기의 날.
지구 반대편에서도 누군가는 지금 막 달리기를 끝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막 시작했을 수도 있고.
우리는 모두 하나의 지구 위에서,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다.
그걸 생각하면 왠지, 혼자 뛰는 오늘 밤도 더는 외롭지 않다.
오늘도, 잘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