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언니 정말 멋지다

불끈불끈

by 이깐따

어머 저 언니 정말 멋지다 하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

어떤 질투나 시기심 없이 퓨어한 동경같은것 말이다.


검은머리 베이스에 노란머리로 염색을 한 숏커트를 한 유럽언니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음악회티켓이 생겨 엄마와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을 주로 하는 소규모 오케스트라였다.

유럽에서는 제법 유명한것 같았는데 나는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바로크시대라니..

잘하면 정말 멋질거고 아니면 쿨쿨 잠만자다 오겠군 생각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을 가슴떨리게 들어본 기억이 없으니 1미리 정도의 기대감만 가지고 그곳에 앉아있었다. 오늘 자리는 박스석이었다. 마음속으로 '유후 재미있겠군, 음악이 지루해도 모션 관찰하는 재미라도 쏠쏠하겠어' 생각하면서. 나는 박스석을 좋아한다. 박스석에서 오케스트라를 내려다 보며 단원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몸짓과 음악이 하나로 만나지는 순간들이 내게도 전해질때가 있다. 나도 마치 그 안에 들어가있는 듯한 그 기분을 좋아한다. 만약 음악이 지루하다 싶으면 눈으로도 즐길거리를 찾는거다. 이 사람은 활을 이만큼 쓰는데 저사람은 조금쓰면서 움직이네, 저사람은 움직임이 큰데 이사람은 거의 안움직이고 표정을 많이 쓰네 등등 무궁무진하다.


그날의 음악회는 너무 멋졌다.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음악을 하며 행복해 하는 단원들의 표정과 몸짓들이 뭉클한 감동으로 느껴졌다.


그날 누구보다도 첼로를 켜는 언니가 자꾸 내 시선을 끌었다. 노란숏커트머리에 검은색 니트나시를 입고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구로 첼로를 품에 안고 음악을 표현해가고 있었다. 첼로와 함께 선율을 타며 움직였다. 무엇보다도 언니가 활을 움직일때마다 탄탄한 팔 근육이 뿜뿜 솟아나고 있었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물렁물렁 하지도 않은 적당한 근육미를 뽐내는 팔이었다.

단지 악기로 인한 직업근육이 아니었다.


순간 나도 그 팔이 너무나 갖고 싶었다. 적당히 근육이 붙어있는 탄력있는 그 팔이. 어머 저언니 멋있는 것좀 봐. 음악도 저렇게 잘하는데 운동도 하나봐.

많은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다. 세계로 연주여행을 다닐만큼의 실력자. 그러려면 필요한 꾸준한 연습과 인내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하며 자신을 죽이기도 하고 표현해내기도 하고 그안에서 내가모르는 갈등들이 있겠지. 무대위에서 이렇게 호흡이 맞아들어갈때면 '그래 이맛에 음악하지' 생각하기도 하겠지. 음악뿐만 아니라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 음악외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는 멋진 사람일것 같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나도 그런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나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 두는.

자신의 일에서 만족감을 얻으며 그러기 위해 쌓아오는 인고의 시간을 운동이나 여가로 풀어낼줄도 아는사람. 그런 모든것이 말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그런 멋있는 삶을 동경하게 되버린 것이다.


그렇게 내 삶에 운동이란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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