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1.내가 경험한 스타트업과 혁신의 서사
2016년7월14일 유튜브를 통해 모바일 메신저 회사 라인(LINE)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신중호 라인 대표를 포함해 아는 얼굴들도 보였다. 당시 근무하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문득 2006년 6월 29일에 배포했던 네이버(당시 NHN)와 첫눈의 인수합병 보도자료가 떠올랐다.
라인은 네이버가 2006년 6월29일 인수합병을 발표한 스타트업 첫눈의 구성원들이 네이버에 합류한 후 개발한 메신저 서비스에서 비롯된 회사다. 첫눈은 2005년에 현재는 크래프톤의 의장인 장병규 대표가 창업한 회사로, 세이클럽으로 유명한 네오위즈에서 26명의 검색팀 직원들을 이끌고 분사해 나와 꾸린 조직이었다. 검색에 대한 혁신적인 철학과 우수한 개발진으로 인해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던 첫눈은, 국내외 굵직한 빅테크 회사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으며 창업 1년 여 만에 네이버의 품에 안겨 큰 화제가 되었다. 특히 한국에서 스타트업의 엑시트, M&A라는 개념이 흔하지 않았던 시기에 시작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그것도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지도 않았던 스타트업이 350억원이라는 규모로 인수합병되었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도 많았다.
나는 당시 첫눈의 홍보담당으로 인수합병 보도자료를 네이버 홍보팀과 함께 작성해 배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 보도자료의 맨 끝 부분의 내용에 대해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바로 ‘이 인수합병은 순수토종 검색기술을 보유한 NHN과 첫눈의 만남으로, 양사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 해외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겠다.’는 부분이다.
당시 NHN 의 최휘영 대표, 첫눈 장병규가 함께 한 컨퍼런스콜 전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도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겠다. 첫 시장은 일본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는 이야기를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 내용에 대해 ‘그저 이 인수합병을 듣기 좋게 포장하기 위한 말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사실 2006년 당시만 해도 누가 이 인수합병으로 네이버에 합류한 첫눈 구성원들이 일본에 건너가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고, 그 서비스가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정확히 10년 후에 라인은 나스닥에 상장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과정을 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정말 소름이 돋도록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차츰차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 나가게 되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정말 처음의 시작부터 스타트업 팀에 합류하는
나와 같은 홍보담당이 해야할 일은 뉴스에 보도되는 그 순간이 오기까지,
그 이면에서 오랜 시간 함께 달려온 이 열정적인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 되어야겠구나.
라고 말이다. || 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 <스타트업 홍보, 어떻게 스타트하지? EP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