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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홍보담당, 언제 뽑아야해요?

EP4.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홍보담당은 무얼할 수 있을까

개발팀 동료들과 회사 블로그에 사용할 사진 촬영 중인 나.  렌딧의 동료인 트루디가 찍어서 보내주었다.  즐거웠던 현장이   떠올라 좋아하는 사진


렌딧에 입사,  정확히 표현하자면 파트타임 홍보를 시작한건 2015년 9월 쯤의 일이다.  ‘쯤’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8월 중순 경부터 회사에 종종 들러서 인사도 하고, 회사가 하는 일에 공부도 하고 했기 때문.  이제까지 대개 그랬다.  입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가능한 입사 전부터 함께 일할 분들과 인사도 하고, 내가 홍보해야 할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2015년 8월 1일이었다.  토요일날이었는데 갑자기 잠깐 이야기를 좀 하자는 SJ((렌딧 김성준 대표의 사내 호칭)의 연락을 받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꼬날님, 저희 너무 바빠요.” 라고 말씀하시는 SJ에게 대답했다.  “대표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돼요?”    그러자 쑥 치고 들어온 한마디.  “같이 일해요.”    그래서 나도 얼른 대답했다.


대표님, 그럼 저 알바로 하면 안돼요?


그 때만해도 렌딧에서 꼭 일하겠다는 생각을 했던건 아니다.  검색엔진, 동영상 분석,  AI 마케팅 인텔리전스 등 기술 분야 스타트업 홍보를 주로하기도 했었고, 나 자신의 성향도 테크를 좋아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은 낯설 뿐 아니라, 관심을 크게 갖고 싶은 분야가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아!  이 분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탁 마음을 치고 들어왔고, 일단 한 번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해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12월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니 ‘나, 여기서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2016년 1월부터 렌딧맨 꼬날이 되었다.



꼬날을 왜 그렇게 일찍 영입했는지 질문 받을 때가 있어요.


SJ는 종종 다른 창업자분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렌딧에서 일을 시작한 2015년 9월은 렌딧이 창업한 지 6개월, 서비스 오픈 후 4개월 쯤이 된 시점이었다.  서비스는 아주 초창기 상태로 구현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모습을 갖추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였다. 회사의 구성원은 약 10명 정도였고, 대부분 서비스를 개발할 IT 인력과 금융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 전문가들이었다.


얼마 전 SJ와 스타트업의 홍보 담당 채용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SJ는 홍보 담당의 역할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첫번째는 외부 커뮤니케이션이다.


SJ는 디자인이나 마케팅, 홍보의 경우 굉장히 복잡한 사고 과정을 통해서 정제된 결과물을 표현해 내는 영역이기 때문에, 외형을 포장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은 내재된 가치의 정의라고 말한다. 일종의 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홍보는 우리 회사의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하는데, 잘못 쓰여진 스토리는 회사가 성공하고 큰 조직이 되더라도 바꿀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잘 쓰여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렌딧을 창업한 직후부터 홍보 담당 채용을 위해 노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주 초창기부터 창업자와 홍보담당이 철학적으로 싱크업이 최대한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회사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다.


홍보 분야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혼이 담긴 메세지를 외부에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반복 노출하고 전달함으로써, 현재 구성원은 물론 미래의 구성원이 될 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우리가 그리는 큰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 회사가 내재하고 있는 가치와 문화 역시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외부 커뮤니케이션 역시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창업자인 자신의 생각 파트너(Thought Partner)로서의 역할이다.


우리는 매우 새로운 분야에서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인었던 만큼, 회사의 미래를 구상하고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할 파트너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펼쳐내야 할 스토리는 무엇일지, 어떤 방향으로 펼쳐낼 수 있을지, 그것을 위해 우리가 맺어야 할 새로운 파트너십은 무엇일지, 어떠한 정보들을 만들어 내야 할 지 등에 대해 초기부터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온 홍보담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다.


렌딧의 경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금융법) 제정을 위한 대관 활동에서도 홍보의 역할이 중요했다. 법제정이란 범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사회적 프레임 형성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던만큼, 함께 대관 활동을 펼쳐낸 홍보 담당이 회사와 산업의 초창기부터 모든 것을 함께 생각하고 만들어 온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보담당 채용 여부와 시기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갖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남겼다.  회사와 사업에 대해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을 함께 고민할 파트너(Thought Partner)를 찾고 있는지, 이미 짜여진 전략에 따라 홍보를 실행하고 프리젠테이션할 실무자를 찾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볼 것. 어떤 부분에 포인트가 있는지에 따라 채용 시기와 담당자의 경력 등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이렇게 창업 극초기 스타트업에 홍보담당으로 입사하는게 나에게는 익숙한 일이기는 하다.  2005년 첫눈은 홍보대행사에 다녔을 당시, 첫눈이 네오위즈에서 분사해 아직 회사 이름도 없던 시절에 홍보 대행을 맡았고 이후 3개월 뒤 입사했었다.  2007년 태터앤컴퍼니 역시 직원 10명이 채 안되던 시절에 입사한 케이스다.  2008년 엔써즈의 경우는 심지어 여직원 1호이기도 했었다.   들어가니  CEO/CTO/CSO 포함 총 8명의 구성원이 있었는데 비즈니스 베이스의 1명 외의 모든 직원이 개발자 출신이었던 것.  2010년  파이브락스 역시 거의 모든 직원이 개발자였던 극극극초기에 입사해서 일을 시작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홍보 담당으로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창업 극초기의 스타트업에서 보냈던 것은 전적으로 내 의지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난 20여 년 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내가 일했던 회사들만큼 창업 초창기에 홍보담당을 채용했던 사례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거의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함께 일했던 창업자인 태터앤컴퍼니노정석 대표(현 비팩토리 대표)와 렌딧김성준 대표는 종종 다른 창업자들에게 ‘홍보담당을 그렇게나 빨리 다른 분야보다도 먼저 뽑은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곤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서 홍보를 전담할 인력을 채용하는 데에는 창업자의 의지와 홍보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스타트업에서 홍보담당이 일을 시작한다면, 창업 이후 되도록 빠른 시기에 조인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스타트업의 홍보담당은 길고 어렵고 험난한 혁신의 이면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시간을 기록하고 남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 <스타트업 홍보, 어떻게 스타트하지? EP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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