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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Jul 15. 2021

정성 가득~ 엄마표 생일상

미역국부터 케이크부터 까지! 제대로 취향저격

어느새 10살이 된 아들 녀석의 생일이다. 평소에 국, 밥, 반찬이 있는 전형적인 한식을 아침밥으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애들이 잘 안 먹어서) 그래도 오늘은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이니까. 아침부터 부지런히 미역국도 끓이고 고기도 볶고 모처럼 주방이 아치부터 풀가동이다. 아무리 간단하게 밥상을 준비한다고 한들 역시나, 한식 요리는 손이 많이 간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케이크를 전날 구워놓길 백 번 잘한 듯하다.

10살 아들의 생일상


재료비 압박으로 소고기 대신 깔끔한 황태 미역국, 그리고 고기류는 하나 있어야 해서 평소 좋아하는 제육볶음을 밥상에 올린다. 샐러드도 하나, 그리고 김치, 오이지 등 밑반찬도 꺼내 놓으면 소박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생일상 완성!

생일상에 빠질 수 없는 삼총사! 미역국, 고기, 샐러드


둘째는 색깔 종이로 오빠에게 선물로 준다며 한참을 케이크를 만들었다. 일명 가짜 케이크. 무려 1박 2일에 걸쳐 만든 작품이다. 물론 아빠의 도움이 컸지만 말이다(도움이라 해야 하나 아웃소싱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마음이 참 예쁘다. 진짜 케이크와 더불어 한 자리를 차지하며 당당하게 그 모습을 뽐냈다.


오늘 주인공인 첫째는, 엄마에게 특별 용돈을 선사했다. 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하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무려 5천 원을 건넨다. 한 달 용돈이 1만 원인걸 감안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상당히 파격적이고 신박한 10세 아들의 현금 선물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래 맛있는 거 사 먹을게. 고마워.


생일 가렌드도 걸어 놓고, 생일 축하 노래도 틀어주니 아주 신났다. 아침부터 하이텐션에 흥 폭발. 애나 어른이나 생일은 최고로 신나는 날 임에 틀림없나 보다.

토퍼 하나 꽂았을 뿐인데! 제법 근사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엄마표 홈메이드 초코케이크


아침밥으로 배가 빵빵했지만, 그래도 케이를 안 먹고 지나칠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한번 정리한 후 티타임으로 옹기종기 다시 한번 모였다. 작두콩차도 같이 준비했다. 초코케이크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초코 찹쌀 견과류 케이크이다.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사용하고, 버터 대신 포도씨유가 들어가는 나름 건강도 맛도 잡았다. 쫀득쫀득 달콤 달콤 아삭아삭~ 금세 바닥을 드러낸 케이크의 인기란! 역시 후식 배는 따로 있었나 보다.

찹쌀가루로 만든 쫀득한 초코케이크



아침부터 거나하게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했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서 점심은 무조건 외식으로 결정! 아이의 최애 메뉴 초밥을 먹기로 한다. 연어부터 새우, 광어, 장어 등등 어른과 똑같이 잘 먹는 이 초등학생들, 언제 이렇게 컸니!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 다음에는 집밥 메뉴로 초밥을 도전해 봐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져본다. 연어초밥까지는 할 수 있는데 나머지는 자신이 없다. 그냥 초밥은 사 먹는 걸로 해야겠다.

윤기 좌르르~ 아름다운 자태의 초밥



밥도 잘 먹었겠다 이번에는 한강 공원으로 출동! 나무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공놀이도 하고, 야구도 한다. 땀은 뻘뻘 나지만 역시나 바깥에서 뛰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아이들. 몸으로 놀아주는 건 아빠 담당이다. 덕분에 잠시 나는 쉬는 시간.



저녁밥은 아까 아침에 잔뜩 끓여둔 미역국 한번 더! 그리고 두 가지나물을 곁들인다. 그나마 가장 요리 난이도가 낮은 만만한 나물류. 고사리와 콩나물인데, 콩나물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이 고사리나물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들깻가루의 고소함 때문일까? 항상 인기 있는 메뉴이다.


여기에 어제 먹고 남은 육개장은 육개장면으로 변신! 국물은 많은데 건더기가 부족해서 영 부실해 보였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냉장고를 뒤져 콩나물(숙주나물이면 더 좋았겠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과 부추, 고사리(나물 무치며 한 줌 빼 놓음), 그리고 닭가슴살을 곁들이니 역시나 훨씬 풍성해진 육개장이 되었다. 여기에 전날 스프카레 먹고 남은 생면을 삷아 합체하니 육개장면 완성! 예전에 육개장 칼국수를 먹어봤던 기억을 더듬어서 흉내 내 본 메뉴이다.

알고 보면 재활용 퓨전 요리! 육개장면의 탄생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먹성 좋은 아이들, 여름이 되니 1일 1 아이스크림이다. 특별한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겠노라고 야심차게 신메뉴를 개발해본다. 말이 거창하지 사실 집에 있는 바나나와 냉동 블루베리, 그리고 아몬드유에 꿀을 넣고 믹서기에 돌려서 얼려주면 끝. 보랏빛 색깔이 참 곱다. 얼리는 시간이 필요하니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고, 다음날 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는 후문! (엄빠는 아쉬운 소리 해가며 한 입 겨우 얻어먹고 아이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이 현실이란)



그나저나 생일 케이크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생일 기념으로 내일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오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똑같은 종류로 할 수 없으니 이번에는 당근케이크로 결정. 사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이틀 연속 케이크를 구워야 하는, 이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란.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이전임을 밝힙니다.)


물론 케이크를 사 먹어도 그만이지만, 시판 제품들은 다 밀가루라 선택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떡케이크를 미리 주문해서 택배로 받기도 뭔가 번거롭고... 이럴 바에 내 입맛에 맞게 만들고 말겠다며 또 한 번 고생길에 들어선다.


 베이킹은 너무 재미있지만 은근히 장시간의 노동이 수반된다. 아무튼 케이크 시트가 완성되었고, 이제 남은 건 두부 크림 만들기. 생크림에는 우유가 들어가니, 대체할 제품으로 연두부를 면보에 짜서 물기를 빼고 바닐라 익스트랙, 포도씨유, 아가베 시럽을 넣어주면 두부 크림 완성이다.

초코 케이크에 이어 이번에는 당근 케이크다!


이렇게 또 한 번 탄생한 케이크. 1일 2 케이크를 마주하게 된 특별한 생일이다. 조금 힘들어도 생일상을 A부터 Z까지 직접 준비하고, 또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10번째 생일을 맞은 아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얼른 커서 이제는 네가 엄마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날이 오길 기대해볼게.



*본 글은 Daum 홈&쿠킹 섹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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