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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Jul 02. 2021

집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네모 김밥 도시락 싸기

일상을 여행처럼~ 날씨 좋은 날, 무작정 나들이

'조금만 더 자야지' 하는 순간, 아뿔싸! 1시간이 지나버렸다. 아이들을 부랴부랴 깨워본다. 이러다가는 지각 당첨이다. 엄마가 부지런해야 하건만, 가끔은 이렇게 다 같이 늦게 일어나는 날이 있다. 허둥지둥 집이 아침부터 요절복통이다.


불을 쓰지 않는 메뉴를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이는 곧 빠르게 차릴 수 있는 아침밥이란 뜻이다. 그리하여 탄생된 아침 메뉴, 현미쑥떡과 반숙란, 그리고 사과와 토마토. 여기에 아몬드유도 같이 준비한다. 초등학생 입맛에 현미쑥떡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흑임자와 볶음콩가루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 둘 다 투정 부리지 않고 잘 먹는 메뉴로 성공! 이래서 떡은 늘 냉동실에 여유 있게 쟁여놓아야 하는 필수품이다.  

늦게 일어난 날 아침 메뉴는 스피드가 관건!

한바탕 소동 후, 아이들이 빠져나간 집은 드디어 잠잠해졌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내다본다. 유난히도 푸르고, 쨍한 날씨다. 아, 이럴 때는 집에 있기가 참 아까운데! 재택근무 중인 남편에게 점심시간에 짬 내서 동네 소풍을 다녀오자고 제안해본다.


가는 길에 세상 편하게 김밥을 한 줄 사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소풍에는 집에서 만든 김밥이 진리니까.  얼른 밥부터 짓는다. 이왕이면 다이어트에도 좋은 100% 현미밥으로 말이다.


계획에 없던 김밥이라, 재료는 당연히 없는 게 더 많다. 이럴 때는 네모 김밥이다. 햄, 계란, 김밥김만 이 세가지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이지가 있어서 추가로 더해주었더니 역시나 아삭아삭하니 식감이 좋다.

현미밥으로 만드는 네모김밥, 그 맛은?


굴라쉬 먹고 남은 와인은 와인에이드로 만들어본다. 레몬에이드도 빠질 수 없는 노릇. 과일이면 더 좋으련만 급한 대로 토마토라도 썰어 담고, 냉동실에 있던 마카롱도 챙겨본다. 이 정도면 단짠의 조화가 적절할 듯하다.

냉장고 탈탈~ 준비 완료!


밖에 나오길 참 잘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이 날씨. 이제 곧 장마도 시작되고 무더위도 기승을 부릴 텐데,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한 번쯤은 이런 일탈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노들섬은 우리 가족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소이다. 푸르른 나무에 한강, 그리고 고층 빌딩의 여의도가 보이는 뷰는 언제 봐도 참 멋지다.

이런 뷰에서는 뭔들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그늘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펼친다. 준비해 온 김밥과 음료 등 먹거리들을 세팅한다. 보기만 해도 이미 배부른 기분. 오늘은 정말이지 날씨가 다 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따로 없다. 순간 행복을 느낀다. 역시 행복은 가까이에 있구나 싶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같이 와도 참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절대 이렇게 평화롭지는 못하겠지. 한 입 먹으려는 순간 화장실을 찾거나, 레몬에이드를 시원하게 쏟거나 뭐 그런 돌발 상황은 늘 있으니까. 그냥 이 순간을 즐겨야지.


자연을 느끼며 한참을 여유를 부리고 싶었지만, 남편의 근무로 1시간의 짧은 점심시간 안에서 움직여야 해서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짜릿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 날의 시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야무지게 마카롱으로 식사를 마무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평일 점심의 여유로움이란!



하교한 아이들은 역시나 간식부터 찾는다. 시원한 레몬에이드에 상어 젤리까지 하나 올려주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도 신나는 건지. 바삭바삭한 현미 누룽지칩도 하나씩 담아주니, 역시나 순식간에 싹 그릇을 비운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저녁밥을 하기 전 살짝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본다. 견과류 듬뿍 넣고 살구잼을 올린 두유요거트는 뭔가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간식이지만 먹으면서 죄책감이 덜 하다.




저녁 메뉴는, 남은 콩나물과 골뱅이, 김을 보며 고민의 여지도 없이 야채비빔국수로 정했다. 이번에는 새콤달콤함의 맛을 더해 줄 사과를 썰어 넣어 넣어보았다. 냉면 육수는 냉동실에 넣어 시원하게 해 둔다.


어른들은 비빔고추장 소스를 넣고, 아이들은 그냥 먹는다. 쌀소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활용도가 아주 높은 쌀소면은 우리 집 필수 품목이다. 아삭아삭 야채들과 쫄깃한 골뱅이 그리고 냉면 육수까지, 완벽한 조화임에 틀림없다.  


먹성 좋은 쓰리이, 국수만으로 부족하다고 컴플레인할 게 뻔해서 만두튀김과 엊그제 먹고 남아서 냉장고에 킵 해둔 부추전도 꺼내 곁들여본다. 역시, 뭔가 허전한 느낌을 이 둘이 살려줬다.

비빔국수가 주연이라면, 튀김만두와 부추전은 훌륭한 조연



선선하고 좋은 날씨, 이럴 때는 집에 있는 건 손해다. 그리고 아까 아이들과 같이 외출하지 못한 게 이내 마음에 걸린다. 왠지 어른들만 호사를 누렸던 기분이랄까.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는 잠시 미뤄두고 또 한 번 밖으로 나서본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탄다며 발걸음도 가볍게 먼저 길을 나선다.


1일 2 노들섬 나들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다. 어쨌거나 이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기억 속에 저장 완료!



*본 글은 Daum 메인페이지와 카카오톡 뉴스 섹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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