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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07. 2024

딸아.

흘려보내렴, 너만 너무 아프단다.


안 되는 것에 너무 마음 쓰지 말렴

할 수 없는 것에 너무 속상해 말렴


흘려보내렴,

너만 너무 힘들단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어렵지 않을 거야.


흘려보내렴, 

너만 너무 아프단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편안해질 거야.


좌절하지 말렴

슬퍼하지 말렴

이미 넘치도록 충분하단다.


우울증이 한참 심하던 어느 초 봄이었다. 거센 바람이 살랑살랑 옷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햇살이 좋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언 땅이 녹고 가지에는 어느새 몽글몽글 싹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는 내가 너무 걱정이 돼.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마음이야.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자 엄마는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말했다. 

"이미 넘치도록 충분히 잘하고 있으면서 왜 그럴까? 내가 너 정도 능력이 있었다면 날개 달린 듯 훨훨 날아다녔을 거야."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봄 길을 산책하며 말했다.

못 하는 것에, 할 수 없는 것에 마음 쓰지 말자.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부족한 부분만 보지 말고 잘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얼마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으냐고 말씀하셨다. 

이미 넘치도록 충분해. 그 한 마디가 마음을 꼭 안아줬다. 좌절하지 말라는 듯 느껴져 마음이 울렁였다. 슬퍼하지 말라며 쓰다듬는 말이었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그동안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그 후로도 종종 이야기했다.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가 없다고. 그래, 안 되는 것을 원하니 마음이 괴로울 수밖에.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볕이 좋아 우울함이라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마음을 널었다. 그래, 지나간 것에 마음 두지 말고 안 된 것에 아쉬워 말자. 오늘은 볕이 좋아 마음에도 햇볕이 물든다. 마음의 물기가 보송하게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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