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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05. 2024

사점 오춘기

어른이 되면 당연히 길을 찾을 줄 알았다.


아직 사춘기가 덜 끝났나,

아직 덜 자랐나


어디 가니? 길은 이쪽인데!

아니야, 이리로 와야지!


갈팡질팡, 여전히 앞은 안 보이고

땅 위를 더듬던 손 끝은

그만 해져버렸어.


어른이 되면 당연히 길을 찾을 줄 알았는데.


한 해 한 해 나이는 먹어가고,

어린 시절 친구들은 하나 둘

길을 찾아 떠나가도


혼자 남은 나는 여전히

사춘기 그 언저리를 헤매는 중


어른이 되면 당연히 길을 찾을 줄 알았다. 

스무 살이 되면, 혹은 대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내 길을 찾아 멋지게 출발할 줄 알았다. 하지만 되고 싶은 모습을 찾기는커녕, 내가 좋아하던 것조차도 잊어버렸다. 내가 누군지 잃어버렸다. 발 밑이 꺼진 듯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초조함과 불안함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나는 커다란 재해 같은 그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앞은 보이지 않는다. 땅을 더듬어서라도 가려했던 손 끝은 그만 해져 우울증이란 피를 보고야 만다. 아직 사춘기 그 언저리에 있는 것 같은데. 

어른이 되지 못한 성년은 얼마의 시간이 더 흘러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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