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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채운 Aug 03. 2024

글을 쓴다.

숨 쉬어 보자고, 살아가 보자고.

말로 전하기 어려워 글을 쓴다.


속에 든 것을 꺼내놔야 나아진다던데.


꺼내기엔

너무 크고,

너무 깊고,

너무 거칠어


말로 꺼내놓기 힘들어서 글을 쓴다.


숨 쉬어 보자고

살아가 보자고

글을 쓴다.



속에 쌓아두어 먼지 쌓인 마음, 전하지 못한 말들, 가시 돋은 생각들. 풀어내고 입 밖에 내놓아야 나아진다던데. 나는 늘 다른 이들에게 내 속 마음을 전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우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러면서 우울은 말을 해야 낫는다 하고. 나는 그 모순 속에서 혼란스러웠다. 우울은 전염병 같아서 옮는다고, 그래서 우울한 사람을 곁에 두기 싫다 했다. 안 그래도 말이 없던 나는 점점 더 말을 잃어갔다.


어느 날 상담 선생님이 말했다. "친구도, 가족에게도 속 얘기를 하지 않으면 소연 씨는 누구에게 말을 해요?"

그 말에 글을 써보자 했다. 말로 털어내기 어려우니, 대신 글을 써보자고. 메모나 편지 같은 것으로 말하자고. 누군가에게 전달하지 못해도 종이에게라도 말을 하자 싶었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도 전부 받아주던 흰 종이는 어쩌면 나의 숨구멍이었다. 하고 싶은 말 모두 적어내고 나면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얀 종이에 마구 쓴 글은 잘 모아서 일기장에 옮겨 적거나 시를 쓰거나 했다. 두서없이 우울을 말할 때는 모두 피하던 마음이었는데. 한 편의 시로 변하자 공감해 주는 이가 생겼다. 응원도 받았다. 누군가 마음을 알아준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되어줬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행위가 되었다. 내가 쓴 글이 나를 쓰다듬어줬다. 위로를 건넸다. 나는 내가 살아가고 싶어서, 숨을 쉬고 싶어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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