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득 쌓인 책들은 어쩌면 무언가의 욕망, 혹은 꿈
어쩌면 욕망
-꽃채운-
책을 또 샀다 작은 방에 책이 넘친다
하필이면 책이 좋아서
더 이상 책을 둘 공간이 없어 선반을 새로 샀다
욕심부리는 건 책과 공책이 전부인데
조금 많대도 뭐 어때
한가득 쌓인 책들은
어쩌면 무언가의 욕망, 혹은 꿈
이 넓은 세상 모두 배울 순 없대도
이 작은 방 한 칸은 모두 배울 수 있겠지
설렐 수 있는 일을 하랬나
읽음으로써 벅차게 차올라
간질거리는 이 마음이 설렘일까
평생토록 책을 읽어야지
매일같이 기록해 가야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문방구 쇼핑을 할 거야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랬다
책을 또 샀습니다. 책상에 책을 올려둘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작은 방에 책들이 넘칩니다. 결국에는 작은 선반을 새로 샀습니다. 방도 작은데, 자꾸 쪼만쪼만한 것들이 늘어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도,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을 보아도 종이책이 또 사고 싶었습니다. 쇼핑을 나서도 옷이나 가방, 화장품들보다도 서점부터 갑니다. 자기 계발 코너와 인문코너를 살핍니다. 시집도 한번 뒤적이고 취미 실용 코너에서 레시피 책도 봅니다. 미술 코너에 가서 디자인 책도 한번 기웃거립니다. 요즘에는 어떤 책이 잘 나가나, 베스트셀러 코너도 빼놓지 않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내년도 트렌드의 책들도 눈에 띄더군요. 이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습니다.
끌리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면 목차부터 주르륵 훑습니다. 그러고 나면 사고 싶다는 설렘이 드는 겁니다. 어제는 참을 수가 없어 책 두권 샀습니다. 그제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다 못 읽었는데도요.
하필이면 종이 책이 좋아서는.
전자책도 좋지만 눈이 아프고 집중에 한계가 있더군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밑줄 그어 읽었을 때의 그 기분이 무엇으로도 대체가 안됩니다. 그래서 도서관 책을 빌려도 책을 또 사고 싶은 걸까요.
마음껏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요.
이번주 일요일부터는 필사 모임을 엽니다. 처음 책에 관한 모임을 열었습니다. 같이 책을 읽을 친구들이 절실합니다. 책에 대해 하고픈 말이 많은데, 또래 친구들은 책에 관심이 없습니다. 나누고 싶은 문장도 많고 누군가에게 책도 소개받고 싶습니다. 주변 또래들은 책에 대한 얘기는 지루해해서 모임을 열게 됐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보고 난 후에는 문구 코너를 꼭 들립니다. 내지가 예쁜 공책도 보고, 아기자기한 포스트잇이나 작은 노트패드들의 디자인도 한번 쓱 훑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문구가 인기가 많구나. 이건 정말 예쁘다. 중얼중얼 문구 코너를 돌아다녔습니다.
책과 문구를 살필 때면 마음이 간질거립니다. 이 간질거림이 설렘이겠죠.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읽고 문구 코너를 구경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실없어 보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제게는 보석을 줍는 시간과 같습니다.
어제 읽은 책이 묻더군요. 지금 하는 일이 마음이 설레냐고요. 네, 저는 지금 제가 하는 일이 좋습니다.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 차고 활기가 돕니다.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랍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팡이를 짚고 문구점에 갈 겁니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들처럼 문구점 쇼핑을 나서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