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사부작 나무의 글자가 쌓입니다.
낙엽
-꽃채운-
뜨거웠던 바다의 계절이 가고
선선한 독서의 계절이 왔습니다
어느덧 한글날
길거리에는 나무의 글자들이 수북히 쌓입니다
나무가 쓴 한해의 일기같은 것입니다
일년을 살아낸 기록입니다
다가올 새 해를 기대하듯 올해는 훌훌 털어버립니다
나쁜일도 좋은일도 모두 흘려 보냅니다
나무는 눈 속에서 설레임 가득 안고 꽃이 피길 기다리겠죠
꽃이 피고 지면 올해도 꽃을 피워냈노라 새싹에 기록할 겁니다
사부작
사부작
나무의 글자가 쌓입니다
그 뜨겁던 볕은 어디로 가 버렸는지, 거리에는 쌀쌀한 바람이 돌아다니네요.
바다의 계절이 떠났습니다. 팔랑 팔랑, 독서의 계절이 스쳐갑니다. 왠지 책을 더 읽어야만 할 것 같네요. 한글날이어서 더 그런걸까요?
길을 걷다보면 사부작 사부작 낙엽이 밟힙니다. 올해는 빨갛게 익은 나뭇잎들이 많지는 않다네요. 노란 낙엽들과 아직 설익은 나뭇잎이 바닥을 구릅니다. 그 낙엽들 하나하나가 나무의 일기장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해의 모든 기록을 적어 붙여 둔 포스트 잇 말입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나무가 새 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나무에게 겨울을 맞이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좋았던 일이던, 나빴던 일이던 후두둑 털어내는 거지요. 그리고 새롭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겁니다.
봄 꽃을 기다리며 일기를 쓰고, 새싹이 올라오면 시를 짓는 나무처럼요.
낙엽이 바람에 날립니다. 나무의 글자들이 사부작 사부작 말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