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심 있는 엄마였습니다.
저는 열성적인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장난감 육아가 끝난 지 18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돌아보면,
저는 ‘겉모습 발달 엄마’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는 친한 동생이 저희 집에 와서 말하더군요.
“언니, 여기 어린이집 같아요!”
“아니, 먹을 것도 있고, 키즈카페 같아요!”
정리를 좋아하는 제 성격 덕분에, 집 안 붙박이장엔 장난감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또 장난감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지혜로운 소비’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중고 사이트에서 흥정하느라 시간을 많이 투자했었지요.
그 시절 저는 왜 그렇게 파워레인저 장난감을 사주고 싶었을까요?
사실 파워레인저는 저희 아이의 시대 장난감도 아니었습니다.
2009년, 우리 아이는 또봇 세대였으니까요.
그런데 옆옆집 건우 형아네 집에 다녀오고 나면
“엄마, 파워레인저 사줘!” 라며 졸라댔고,
저는 그 부탁을 기꺼이 들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의 눈빛을 보며 제가 더 설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끝도 없었습니다.
다이노포스, 캡틴포스, 갤럭시포스, 정글포스…
젊은 엄마였던 아이를 위해 모두 사주었습니다.
초보 님편인 저희 응삼씨는 왜 자신은 이렇게 힘들게 돈을 많이 버는데 우리집은 항상 마이너스 재정이냐고 투덜거렸지만, 저는 이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와 돌아보니, 저에게 ‘등짝 스매싱’이라도 날리고 싶습니다.
그 시절 저는 정말 순수했습니다.
장난감 회사들이 엄마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줄 몰랐고, 유행만 좇아 포켓몬 카드를 박스로, 블레이드 팽이를 수십 개씩 샀습니다.
그날그날 중고로 하나 건질 때마다 기분이 좋았죠.
스스로에게 “오늘도 득템했어!” 하며 뿌듯해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압니다.
큰아이가 유난히 소비가 해픈 이유를요.
그 출발점은 바로 ‘저’였다는 걸요.
팽이 하나를 아끼고 기다리며 얻는 기쁨을 가르쳤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쥐여줬던 거죠.
왜 그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을까요?
왜 제 세계는 그렇게도 작았을까요?
저와 남편 응삼씨는 청개구리로 살았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쌀 때 사서 가장 쌀 때 팔았고, 다들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아휴직을 할 때,
저는 그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지금 이렇게라도 돌아보고 고백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비록 쓰아린 경험들리 있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저에겐 가장 큰 위로이자 선물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