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를 가게 된 건 부에 대한 막연한 꿈과 환상 때문이었다. 대학 커트라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CEO, 사업, 돈, 제한된 자원 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연금술 같은 학문, 마치 저곳에 가면 인생이 변 할 것만 같은 환상을 꿈꾸었다. 회사를 다니고 박봉의 월급을 받았다. 어릴 적 생각했던 멋들어진 삶은 아니었지만 돈을 벌기 시작했고 소비했다.
허무하다. 통장에 찍힌 숫자들은 하루고 이틀이고 너무도 쉽게 사라진다. 이사를 앞두고 보증금을 현금으로 받았다. 고작 몇 뭉치, 벌벌 떨며 꼭 품에 안고 은행으로 향했다. 통장에 숫자로 찍히니 아무것도 아니다. 눈물이 났다. 돈의 가치는 무엇일까. 배고픈 이에게 밥 한술의 가치, 목마른 이에게 물 한 방울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고향을 떠나 상경한 아들에게 건네었을 학비와 보증금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나를 위해 어머니가 지어주신 밥상의 값은 얼마나 될까. 나는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돌아 돌아 도착한 동대문은 내게 어떤 가르침을 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