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집순이 Jan 01. 2024

교문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는 아이

초등 입학의 문턱

등교 거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초등 입학 초기에 겪는 등교 거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잘 가는 듯싶다가, 어느 순간부터 교문 앞에서 더 이상 발을 떼지 않았다. 다시 엄마에게로 몸을 틀어, 그 땅에 발을 고정시켰다.


'지금 어디를 가도 좋지만 학교만은 가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한참을 내 품에 안겨 있었다. 거의 늘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지만, 어떤 날은 지각도 하고, 교실 앞까지 같이 가주는 조건으로 들어가는 날도 있었다.


아이를 안고 달래고는 있지만 내 마음은 초조했다. 겉으로는 달래면서 속으로는 하나 둘 적어지는 등굣길 학생 수를 세는 데 전념했다.


마침 비슷한 아이도 딱 한 명 있었다. 그 아이도 교문 앞에서 아빠를 꼭 껴안고 놓아주질 않았고,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전조가 있긴 했다.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그 사이 기간에 옅은 틱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만 5세 때부터 보육기관에서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연습을 해왔으니, 아직 겪지 않았는데도 미리 겁이 났던 것일까? ( 증상은 입학하면서 점차 줄어들었고, 지금은 없다.)


내가 그때 생각한 원인은 맞벌이였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들을 장시간 보육기관에 맡겨 놓고 일을 했었고, 그 죄책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교문 앞에서 발을 떼지 않는 아이를 보듬고 다독여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지 아이의 성향이 겁과 불안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왜냐하면 쌍둥이를 같이 보내는 상황에서 한 아이만 그랬으니까.


자기 많아진 규칙을 지켜야 하는 어렵고, 바른 자세로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들었을 다. 든 아이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유독 이 아이가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학교에 적응하는 동안 등교 거부하는 날들이 점점 줄어들었고, 2학기쯤 되니 거의 없어졌다. 2학년이 끝나가는 지금도 가끔 엄마를 꼭 껴안긴 하는데, 그 시간이 짧다.


아, 비슷하게 행동했던 그 아이는 우리 아이보다 독립을 먼저 했다. 부럽기도 했지만, 아이와 아빠 모두 대단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 08화 방치와 과잉보호 사이 그 어딘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