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라 둘이 잘 놀아서 좋겠다고 말하면, 그만큼 자주 싸운다고 한다. 아이가 말을 잘 듣는다고 하면, 아빠께 혼날까 봐 그런 거라고 한다. 아이가 뭘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면 다른 건 못한다고 말한다.
마치 듣는 이를 안심시켜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처럼 군다.
그 마음 밑에 깔린 생각은 무엇일까? 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일까? 마치 학창 시절 시험 성적표가 어쩌다 잘 나왔을 때 친구들 앞에서 겸손하는 것처럼.
과도한 자랑은 상대방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곧 경쟁으로 이어져 자랑한 사람은 이전보다 더 노력해야 하거나 심하면 무리에서 따돌려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랑은 피하고 상대방을 안심시키려 한다. 칭찬 한 마디에 마음이 풀어지면 마치 미끼를 물어버린 물고기처럼 낚였다는 기분까지 든다.
한마디로 몸을 사리는 것이다. 거기서 한술 더 떠서 자기 비하까지 하면 상대방은 더 안심할 거라는 착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도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사실은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꾸로 한다는 걸.
이런 생각의 메커니즘으로 남이 해주는 좋은 말도 반사시켜 버리는데, 내가 먼저 스스로 아이 칭찬을 할 리 만무하다.
이까지 생각이 와닿으니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아이들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이와 나는 동떨어져서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와 내가 동일한 사람이 아니다. 엄연히 서로 다른 인격체다.
하지만 아이 칭찬을 하면 내 칭찬을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하고, 또 그것이 보호자들 입장에서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는 아이 입장에서는 무척 기분 나쁠 일이다. 아이는 분명 자기 자신을 엄마와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자기를 깎아내리는 말을 한다면 아이는 꽤 참담할 것 같다.
아이에 대한칭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듣는 데서 또 칭찬에 대한 손사래를 치며, 한 술 더 떠서 아이들의 단점을 말하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눈총을 쏘며 잡고 있던 내 손을 더 세게 움켜쥐며 흔들어대었다. 안 그래야지 하는데 잘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