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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Jan 02. 2024

엄마 얘기하는 동안 옆에서 기다려줘

나 어릴 때도 그랬다는 것을 인정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점심 약속이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었다.


'커피도 많이 남았고, 이야기도 더 하고 싶은데...'


아이들을 카페에 불러서, 내가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기다려달라고 하기로 결정했다.


카페에 도착한 아이들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자마자 지루한 걸 티 냈고, 집에서와는 다르게 자기들끼리 놀지 않고 계속 나에게 와서 치댔다.


어수선해진 모임은 거기서 끝나버렸고, 속상한 마음에 나는 아이들이 건네는 말들에 퉁명스러운 대꾸를 하며 집에 돌아갔다.




그 시간도 기다릴 줄 모르면 앞으로 기다려야 하는 많은 일들에 참을성 없이 못 기다릴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다.


남편이 이야기를 들어 보더니 전혀 생각도 못한 말을 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친구가  카페에 불러 놓고 옆에 앉혀두고 다른 사람이랑만 얘기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아이들이 못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카페에 아이들을 부르는 일은 되도록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내 어린 시절만 돌아봐도 알 수 있는 거였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느라 나를 식당 한 구석에 방치해 놓는 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랐다니!




남편이 한 가지 더 말해 줬다.


"아이들은 학교 막 마치고 엄마 만나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시간이 너무 좋을 텐데, 엄마는 사람들이랑 노느라 자기들이랑 눈 맞춤도 안 해주고 이야기도 못하고, 얼마나 서운하겠어"


나는 그 이후로 더 이상 카페에 아이들을 불러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약속이 있어도 중간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모임에서 빠져나오는 선택을 하게 됐다.


기다림을 가르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엄마가 아이에 오롯이 집중하며 기다림을 가르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를 것이다.


때때로 카페에서 어른들이 이야기할 동안 아이들이 기다리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그 시간이 되도록 짧으면 좋고, 아이들에게 기다릴 마음이 생기게끔 종료시각을 미리 말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고 직접 알려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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