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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Jan 02. 2024

둘째는 안 낳고 싶었을 거예요

무심결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아이들

캠핑장에서 여러 가족이 모여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둘째 계획이 있었어요?"


필터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쌍둥이가 아니었으면 둘째는 안 낳고 싶었을 거예요."


그때 옆에는 우리 쌍둥이 둘째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른들은 바로 이해하였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임신 계획에 있어서 한 번, 두 번은 마음먹기가 천차만별인 걸 아니까 다들 이해하고 공감했다.


하지만 "둘째"임을 어딜 가나 확인받는 아이가 들었을 때는 상당히 거슬렸을 게 틀림없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아이의 이 말을 계기로 과거를 곱씹게 되었다.


"나는 어떨 때는 엄마 아빠 딸이 아닌 것 같아."


쌍둥이 자매끼리 목욕을 하면서 나누는 얘기를 엿듣다가, 초2가 저런 멘트를 하기에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 생각해 보다가 캠핑장에서의 내 한마디가 떠오른 것이다.




사실 그 한마디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쭉 기억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아이가 가만히 듣고 있다는 게 신경이 쓰인 채로 기억 어딘가에 찜찜하게 남아 있었다.


'에이, 설마. 아이도 적당히 이해했겠지.'라며,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무게감을 싣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한순간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로 정의되고 말았는데 말이다.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말들을 조심해야겠다. 특히 아이들 귀가 닿는 범위 안에서는 더 신경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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