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안 낳고 싶었을 거예요

무심결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아이들

by 꿈꾸는집순이

캠핑장에서 여러 가족이 모여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둘째 계획이 있었어요?"


필터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쌍둥이가 아니었으면 둘째는 안 낳고 싶었을 거예요."


그때 옆에는 우리 쌍둥이 둘째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른들은 바로 이해하였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임신 계획에 있어서 한 번, 두 번은 마음먹기가 천차만별인 걸 아니까 다들 이해하고 공감했다.


하지만 "둘째"임을 어딜 가나 확인받는 아이가 들었을 때는 상당히 거슬렸을 게 틀림없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아이의 이 말을 계기로 과거를 곱씹게 되었다.


"나는 어떨 때는 엄마 아빠 딸이 아닌 것 같아."


쌍둥이 자매끼리 목욕을 하면서 나누는 얘기를 엿듣다가, 초2가 저런 멘트를 하기에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 생각해 보다가 캠핑장에서의 내 한마디가 떠오른 것이다.




사실 그 한마디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쭉 기억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아이가 가만히 듣고 있다는 게 신경이 쓰인 채로 기억 어딘가에 찜찜하게 남아 있었다.


'에이, 설마. 아이도 적당히 이해했겠지.'라며,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무게감을 싣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한순간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로 정의되고 말았는데 말이다.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말들을 조심해야겠다. 특히 아이들 귀가 닿는 범위 안에서는 더 신경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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