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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새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해요.

1-9

by 꾸니왕

봉우는 오늘부터 저녁 7~밤 11시까지 4시간 별밤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민호가 며칠 전부터 부탁을 했는데 어제서야 결론을 내리고 오늘부터 일을 하기로 했다. 사실 봉우는 아르바이트보다는 그냥 도와주겠다고 말을 했으나 민호가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민호는 시급 1만 5천 원을 이야기했다. 봉우는 뻔히 별밤책방 사정을 알고 있어서 절대 그 시급을 받을 수 없다고 줄다리기를 했다. 얼핏 누군가가 들으면 서로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용주는 많이 주려고 하고 고용인은 작게 받으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결론은 최저시급으로 하기로 했다.


시급은 결론이 지어졌으나 봉우를 며칠 더 고민하게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 사실 봉우는 강박증이라는 증상이라면 증상이고 장애라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봉우는 33살까지 엘리트코스를 밟고 공기업에 다녔다. 고향 봉하에서는 천재라는 소리까지 듣고 자랐다. 그런 봉우에게 말을 더듬는 것보다 더 큰 콤플렉스가 결국은 봉우의 사회생활의 발목을 잡았다. 봉우는 자라면서 꼼꼼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그게 사회에서는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이자이며 심각한 완벽주의 자라고 했으며, 출근할 때면 매번 집에 다시 올라가서 가스불을 껐는지 다시 확인하면서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여겼는데 그게 확인강박이었고, 회사에 출근하여 서류나 물건이 정리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다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리하여야 했다. 단지 깔끔하다고 여겼던 것이 정리정돈강박이라고 하였다. 주변에서 강박장애 같다고 이야기를 해도 봉우는 여기치 않았는데 어느 날 호흡이 곤란할 정도 숨 쉬는 것이 힘들어 찾은 병원에서 뜻밖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보통사람은 강박증을 가져도 한 가지 정도의 증상인데 봉우는 강박의 종류의 증상이 다 있다는 것이다. 강박증이 심해져서 강박장애와 함께 불안장애가 왔다는 것이다. 그 불안장애가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봉우는 그렇게 강박장애의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였고, 잘 다니던 회사는 그만두었다.

병원에서는 꾸준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여 증상이 호전될 수는 있으나 그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깐 3년째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사는 매번 "많이 호전되고 있습니다."말만 반복했다.

봉우는 자기의 증상을 민호에게 이야기를 다하였다. 같이 일하다 보면 숨길수가 없을 것 같았다. 봉우는 몇 번이고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작가님!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별밤책방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요?-

봉우는 용기 내서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알람이 왔다.

-우리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써야 할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뿐이다.-

봉우는 메시지를 읽고는 일하기로 결심했다.


"뽕우~ 왜? 벌써 왔어? 이제 5시인데?"

"첫.. 날인데 일찍 와서 주.. 방에 뭐가 있는지.. 도 봐야죠. 그리고 장도 봐.. 야죠."

민호는 전투적으로 의욕이 타오르는 표정과 발걸음으로 주방에 들어오는 봉우를 피해 벽 쪽으로 붙으면서 말을 했다.

"내가 준비 다 해놨는데.."

봉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냉장고를 뒤비면서 적기 시작했다.

"저.. 마트 좀 갔다 올.. 게요."

"응.."

민호는 뭘 사러 갈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카드를 내밀었다. 봉우가 나가자 민호는 창고에 있던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주방구석 민호 자리 옆에 나란히 붙여 놓았다. 봉우의 자리다.


"여기..까..지만 이... 카,, 드로 계.. 산 해주시고 나머지는 이 카드로 해주세요.."

봉우는 계산을 마치고 헬멧을 쓰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까지 자기가 계획한 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민호의 성격상 영수증을 비교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표시 안 나게 일부는 자기 카드로 계산을 한 것이었다. 봉우의 계획은 별밤책방에 도착하자마자 민호가 눈치 안 채게 식자재를 냉장고에 넣어버리는 것 까지다.

"다.. 녀.. 왔습니다."

"고생했어."

봉우는 민호가 식자재가 담긴 박스를 볼 틈도 없이 냉장고에 차근차근 넣었다. 봉우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왜 웃어?"

"아.. 닙.. 니다.. 근데 이 테이블은 뭡니까?"

"너 자리..."

"딸~~ 랑" 민호와 봉우는 동시에 경종이 울리는 출입문쪽을 쳐다봤다.

"어서 오.. 어~ 제아 씨~ 아직 산책시간이 아닌데? 무슨 일로?"

"그게 오늘은 좀 일찍 나왔어요."

봉우는 제아를 한 번 쳐다 보고는 웃으면서 민호를 주방밖으로 밀쳤다.

"저 혼.. 자 있어도 되니깐 갔다 오세요."

"그래도 첫날인데 괜찮겠어?"

"괜.. 찮.. 습니다. 그리고 모르면 전화할게요."

봉우는 민호를 제아가 있는 출입문까지 등을 밀고 가라고 재촉했다. 못 이기는 척하며 나온 민호는 천이부터 찾았다.

"어~ 천이가 없네요?"

"아~천이 차에 있어요."

제아가 주차된 차 쪽을 향해 손짓을 하자 조수석에 3분의 1쯤 열린 창문틈 사이로 천이가 얼굴을 내밀고 빨리 타라고 짖었다.

"근데 어디 가요?"

"아~여기 양산천 다리 건너가면 황산공원이 있데요. 거기가 저녁에 산책하기가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누가요?"

"봉우 씨가 말해주던데요"

"봉우요?"

"네.."

"설마 그럼 이 시간에 오신 것도 봉우가?"

"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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