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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Aug 13. 2021

프로처럼 맛있는 삼겹살 고르는 법(실전 편)

4화 - 자, 이제 실전이야. 내 고기!

고기 맛있게 먹는 법은 '좋은 원육을 잘 사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은 한국인의 쏘울 푸드 삼겹살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부위 편, 두께 편, 그 외 편을 통해서 삼겹살의 이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드디어 오늘은 실전 편입니다. 실전에서 어떤 부위의 삼겹살을 어떻게 구매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시간이 없으시다면 그냥 아래 한 줄만 외워서 가세요


"사장님 삼겹살 떡지방 없는 갈빗대 앞쪽으로 주시고요, 두께는 2cm로 썰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떡지방을 피하는 방법

(출처:양돈타임스)

사실 삼겹살 먹다가 가장 열 받는 건 위 사진 같은 과도한 지방, 일명 '떡지방'(공식 명칭 과지방)을 만났을 때일 겁니다. 삼겹살에 지방이 많은 건 알고 먹지만 지방만 먹을 일이 있냐는 것이죠. 사실 과도한 떡지방을 가진 도체라면 정육인이 작업을 하면서 먼저 걸러냈을 겁니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떡지방을 피하고 싶다면 일단 떡지방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건 좀 고급 스킬입니다.  아래 사진을 잘 째려봅시다. 과거 부위 편에서 봤던 사진입니다.

출처 : 축산물품질평가원

흉추 11번부터 흉추 13번 부위가 떡지방 발생 가능 부위입니다. 이 부분을 보통 사람의 언어로 바꿔보자면 '갈빗대 중간 부분'입니다. 말로만 하면 알 길이 없으니 아래 사진을 함께 보시죠.

대략적인 감을 잡기 위해 삼겹살 부위 전체 사진과 척추 위치별 삼겹살 단면을 합쳐봤습니다. 동일한

도체는 아니니 대략적인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떡지방은 죽어도 싫다면, 이 갈빗대 중간 부분을 피해서 갈빗대 앞쪽, 혹은 미추리 쪽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다만, 미추리 끝쪽으로 갈수록 지방이 적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부위 편으로)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예 갈빗대 앞쪽(흉추 10번 이전) 혹은 미추리 쪽(요추 1번 이후)을 주문하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떡지방은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럼 쫌 배웠으니 정육코너 가서 "흉추 8번부터 10번까지 부탁합니다" 하면 되는 걸까요?ㅎㅎㅎㅎ


실전에서는 어떻게 주문할 지 한번 보겠습니다.

고객 : 사장님, 삼겹살 구워 먹으려고 하는데 제가 떡지방을 너무 싫어해서요.. 죄송하지만 갈빗대 앞쪽 부분으로 1근만 썰어주실 수 있나요?

사장 : 아이고.. 1근만 작업하기는 좀 어려운데... 저희 삼겹살은 떡지방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경우 썰어달라고 한 부위로 친절하게 잘 썰어주실 겁니다. 제가 일부러 한 번 꼬아서 돌발 상황을 만들어 봤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하는 걸까요?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삼겹살은 구이용으로도 썰어 놓지만, 수육용으로 덩어리째 썰어놓기도 합니다. 이 수육용 덩어리의 앞, 뒷면 단면을 보면 대충 덩어리가 삼겹살의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 또 한 번 고급 기술입니다. 진열돼있는 덩어리 중 갈빗대 앞쪽 부분에 해당하는 수육 덩어리를 찾아봅니다.

갈빗대 앞쪽 부분에 해당하는 흉추 5번부터 9번까지의 단면 사진입니다. 만일 갈빗대 앞쪽 부분에 딱 맞게 수육용 덩어리로 썰어놨다면 앞면은 흉추 5번이고 뒷면은 흉추 9번이겠죠?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은 아래와 비슷하게 나올 겁니다.


이제 대충 감이 오시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육용 덩어리가 대충 어느 쪽 부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매의 눈으로 발견한 내 마음에 딱 맞는 수육 덩어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고객 : 아 그래요? 그럼 죄송하지만 여기 수육용으로 썰어 놓으신 것 중에 '이거' 2cm 정도 두께로 썰어주실 수 있을까요?

사장 : 아이고 떡지방이 많이 걱정되셨나 보네요. 네 그걸로 금방 썰어드릴게요.

고객 : 네... 예전에 다른 곳에서 떡지방 정말 심했던 적이 있어서요. 감사합니다~


고기는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돼지 도체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당연히 어떤 돼지는 지방이 많고 어떤 돼지는 지방이 덜 하겠죠.


오늘 하루만 장사하고 끝나는 거 아닌데 어설픈 눈속임으로 장사하는 곳은 절대로 오래갈 수 없습니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떡지방이 과도하면 한 번은 어떻게 판다 해도 분명히 나중에 컴플레인 들어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마트 정육코너나 정육점이라면 과도한 떡지방은 이미 정육인 단계에서 정리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르고 갔다가 괜히 떡지방만 사 오는 거 아닌지 하는 걱정은 하지 마시고 정육인에게 원하시는 바를 잘 말씀해주세요.


오돌뼈는 싫지만 갈빗대 부분은 먹고 싶어

'삼겹살 주세요, 오돌뼈 없는 쪽으로'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지난 부위 편에서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오돌뼈 없는 부위를 요청할 경우, 일반적으로 맛이 덜하다고 알려진 미추리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죠.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그럼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오돌뼈는 싫은데.. 오돌뼈 없는 갈빗대 부분은 없는 걸까?' 세상에 없는 게 어딨습니까 없으면 만들면 되죠. 따로 제거 작업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단, 이 경우 오돌뼈 제거 작업으로 인해 약간의 Loss가 발생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


고객 : 안녕하세요 사장님, 삼겹살 구워 먹으려고 하는데요. 갈빗대 쪽으로 두 근 부탁드립니다. 두께는 2cm 정도로 썰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장 : 네! 그럼요, 당연히 가능하죠.

고객 : 아, 그리고 죄송하지만 오돌뼈 부분도 좀 제거해주실 수 있나요?

사장 : 네? 오돌뼈요?


두께 편에서 알아본 것처럼, 일반적인 구이용 삼겹살은 7~8mm입니다. 마트나 정육점 가면 미리 길게 썰어놓은 삼겹살 무게 달아서 주는 거 보셨죠?


2cm 두께로 주문이 들어오면 어차피 새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작업해야 하는데 오돌뼈 제거 작업이 손은 더 가긴 해도 못할 작업은 아닙니다. 다만,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혹시나 단가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음이 우려될 수 있습니다.


사장 : 오돌뼈 제거는 해드릴 수 있는데요....

고객 : 가격은 작업 전에 무게로 미리 찍어주시고요. 작업하시고나서 오돌뼈는 따로 주세요!

사장 : 네! 알겠습니다. 금방 작업해드릴게요 잠시만요.


별도로 작업된 오돌뼈는 오돌뼈 김치찜이나 오돌뼈 볶음 등으로 요리해서 드실 수 있습니다. 아예 오돌뼈를 싫어해서 다른 요리로도 먹기도 싫다면 작업 후에 그냥 버려달라고 요청해도 무관합니다.


정말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는데, 제거 작업이 모두 끝난 후의 중량을 기준으로 계산해달라고 강요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삼겹살의 100g당 단가는 삼겹살의 모든 부분을 포함해서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 100g당 단가를 기준으로 계산해달라고 하는 것은 제거된 중량만큼 정육인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일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번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처음 구매하려던 삼겹살 중량은 2근(1,200g)이고, 오돌뼈 부위는 약 200g이 제거 되었고, 삼겹살 100g당 단가는 2,000 원에 판매중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작업 전)
삼겹살 2근(1,200g) x 2,000원(100g당 단가) = 24,000원

작업 후)
오돌뼈 제거 후 삼겹살(1,000g) x 2,000원(100g당 단가) = 20,000원

→ 동일 100g당 단가 적용 시 제거 작업을 하고 난 후 4,000원 손해

이와 같은 이유로 오돌뼈를 제거하고 삼겹살을 판매하는 마트나 정육점의 경우, 100g당 단가가 일반 삼겹 100g의 단가보다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깔린 거 말고 새로 썰어줘!'의 무용성

선도 편에서 말했지만 삼겹살은 워낙 회전이 빠른 부위라 어디를 가더라도 삼겹살의 신선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는 입장에서 두부 한 모를 사도 유통기한 하루라도 긴 거 사고 싶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대에 진열된 거는 무조건 오래됐다고 생각하시고 저온창고에 들어있는 걸로 새로 꺼내 달라고 우기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합니다.


고객 : 어이 사장, 여기 깔린 거 말고 창고에 있는 거 새로 가져와봐

사장 : 여기 깔린 거도 오늘 아침에 다 새로 작업한 건데... 혹시 이상하신 부분이 있나요?

고객 : 아 내가 색깔만 봐도 다 알아. 잔말 말고 창고에 있는 거 새로 꺼내와.


정육뿐만 아니라 모든 신선제품은 선입선출(先入先出)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들어온 제품은 먼저 판매하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신선한 고기는 매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온창고에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신 거겠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리셨습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창고에서 새로 꺼낸다고 무조건 더 신선한 고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진열하는 삼겹살은 삼겹살 부위 한 판을 기준으로 진열하기 때문에 고객의 특별한 주문을 받아 일정 부분만 먼저 판매한 삼겹살은 바로 진열하지 않고 창고에 잠시 보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창고에서 새로 꺼냈어도 매대에 있는 것보다 먼저 작업한 고기가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죠.


아무리 봐도 진열된 제품의 신선도가 의심되는 경우, 창고에서 새로 꺼내기를 요구하기보다 차라리 다른 매장의 새로운 정육인을 만나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매대에 오래된 제품 팔고 있는 사람이 창고에만 신선한 제품을 숨겨뒀을 가능성보다 창고에도 오래된 제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고기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서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내가 먹고 싶은 좋은 고기를 잘 사서 맛있게 먹는 것입니다. 혹시 요청사항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곳이 있다면, 거래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동네마다 널려 있는 게 마트고 정육점입니다. 각자의 업장에는 각자의 사정과 철학이 있는 것이니 '다른 곳은 해주는데 왜 여기는 안 해주냐'며 따져 물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내돈내산 고기 사 먹으면서 괜히 에너지 낭비, 돈 낭비하지 말고 나와 마음이 맞는 좋은 정육인을 찾아 거래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고기를 사는 일에, 그리고 파는 일에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웃는 얼굴로 서로를 배려하면서 말만 잘하면 안 될 일도 다 됩니다. 반대로 찡그린 얼굴로 배려 없이 말하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습... 파는 사람이 직접 하는 말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


장사하겠다고, 고기 팔겠다고 서있는 사람인데 웬만해서는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하고 하나라도 더 파는 게 이익입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대부분의 정육인들은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런 요청 해도 되나' 걱정되신다면, 부담 없이 물어봐주세요. 물어보는데 돈 드는 건 아니잖아요? 되면 좋고 아님 마는 거지ㅎㅎㅎ


모쪼록 맛있는 고기 고르시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고기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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