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이 쓰면 일기고 유명한 작가님이 쓰시면 에세이?
이유미 작가님께서는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라는 책을 위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필연적으로 한 번쯤은 마주치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 입니다.
실제로 많은 글쓰기 관련 책이나 강의를 보면 일기와 에세이를 엄밀히 구분하는 내용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하는 여러 기준을 들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글을 써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기와 에세이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 과연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죠. 이 말은 꼭 일기쓰듯 아무 글이나 배설하면 안 되고 유명한 작가님이 쓰신 에세이같은 유려하고 '좋은 글'만 써야 한다는 강박을 만듭니다.
에이... 나같은게 무슨 글이야?
저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유명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비록 누군가로부터 '일기는 일기장에'소리를 듣는 감정의 배설일지라도, 글을 쓰는 한 개인에게는 충분히 '좋은 글'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표현적 글쓰기가 PTG(Posttraumatic Grwoth:외상 후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논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PTG는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반대 개념으로 단순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것을 넘어 이를 계기로 성장까지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컬럼비아 의대 교수 켈리 하딩은 그의 책 '다정함의 과학'에서 글쓰기를 통한 PTG의 사례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감정과 생각에 대해 쓰는 것'만으로도 주관적 고통을 줄이고 면역기능의 혈청 지표가 개선된 실험결과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면서 성장할 수 있다면, 이는 각각의 개인에게 충분히 좋은 일이고 그렇게 쓴 글도 이미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맨날 숨쉬듯이 아무 말이나 하고, 양말을 찾으면서 아무런 곡조나 대충 흥얼거려도 뭐라고 안하면서 왜 하필 유독 글만 아무 글이나 쓰면 안된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 누구든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타인에게는 그 쉼표의 위치와 마침표의 개수까지 모두가 소중한 기록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닌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는 가장 큰 단서가 된다. 나를 고백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드러내고 타인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
김민섭 작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
여전히 '내가 무슨 글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저는 김민섭 작가님의 이 말을 전합니다. 그의 말처럼 나의 삶이 온전히 담긴 글은 타인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솔직하게 나의 세계를 고백한 글은 독자로 하여금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이를 통해 독자는 분명히 그 글을 읽기 전보다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됩니다.
많이 배워서 가방끈이 길지 않더라도, 책을 많이 읽어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심지어는 맞춤법이 익숙하지 않을 지라도 그 누구든 본인의 인생이 온전히 담긴 그 글이 자기 자신과 그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믿습니다.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쓰지?
'좋은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쓰는 것입니다. 유명한 학교에서 학위를 받는다고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비싼 고가의 장비를 이용해 글을 쓴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작가의 글쓰기 책을 여러번 읽거나 강좌를 여러번 듣는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써야 내가 어디서 막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겠죠. 그렇게 쓰다보면 분명히 막히는 지점이 생깁니다.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건가'에 대한 의심을 어느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가 쓰고자 하는 글이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더 좋은 글'이라면, 내 글이 남이 읽기에 쉬웠는지, 중간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독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니 일단 더 좋은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고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해줄 글친구가 필요합니다.
우치다 타츠루가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라는 책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앞으로 쓸 글은 “채점자 앞에 제출한 ‘답안’이 아니라 될수록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글쓴 사람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한 나쁜 글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글을 열심히 써 놓고도 '내 글은 일기인가 에세이인가' 혹은 '내 글은 좋은 글인가' 고민 하면서 발행을 주저하기보다, 그 글을 함께 나누고 조금씩 다듬어 가며 나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더 좋은 글'을 향해 함께 써봤으면 합니다. 어제 쓴 글이 좋지 않았으면 어떻습니까. 내일 쓰는 우리의 글이 좋은 글을 향해 한 발 더 다가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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