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꾸준하고, 다정하게, 조금 더 나은 글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오글오글 1기(5월 11일~6월 9일)가 끝났습니다. 5주 동안 우리는 1주에 글 하나씩 총 5개의 글을 썼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는 만큼 주제도 소재도 아주 다양했습니다. (나는 왜 쓰는가, 사랑에 대하여, 한 사진을 보고 드는 느낌을 글로 써보기, 여행, 윤리적 딜레마)
개인적으로는 처음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순간순간이 아주 만족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뭐가 그리도 좋았는지 오글오글을 함께했던 우리끼리만 알기 아까운 내용이 좀 있어서 그 과정을 조금 공유할까 합니다 :)
나의 글을 다정히 읽어 주는 동료가 생겼다
오글오글을 5주 동안 함께하며 가장 좋았던 것은 '나의 글을 다정히 읽어주는 동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브런치나 SNS, 혹은 또 다른 어딘가에 글을 올립니다, 그 글에는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단편적인 행동들은 작가에게 제한적인 마음만을 전달합니다. 독자가 나의 글을 얼마나 깊이 읽었는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잘 전달되었는지, 혹은 이해가 어려웠던 점은 없는지를 절대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임을 하면서 서로의 글을 세심하게 읽었습니다. 나의 글이 소중한만큼 함께하는 작가님의 글도 소중함을 서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혼자 글을 쓸 때는 느껴보지 못한 다정한 응원을 느꼈습니다.
글쓰기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오직 나 혼자만이 시작하고 끝내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외로운 과정을 누군가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글을 써냈고 '이딴 글'도 '괜찮은 글'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어떻게든 매주 1개의 글을 완성했습니다. 고백하건대 함께 글을 쓰는 5주 동안 저는 편했던 시간이 하루도 없습니다. 글을 겨우겨우 써내고 나면 바로 또 다음 주 마감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사랑에 관한 글을 써야하던 어느 날은 애꿎은 책상 정리만 몇시간을 했는지 모릅니다. 미루고 미루다 가도 마감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써야 한다는 일념으로 글을 썼습니다. 아무런 마감도 없이 혼자 쓰던 때보다는 확실히 글을 더 자주, 많이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날림으로만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모여 각자의 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 덕분에 더 단단한 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모임 전에 글을 쓰고 함께 나눈 의견을 토대로 다시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 브런치에 글을 올렸습니다. 때로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이 더 소요되더라도 관련 된 내용을 더 공부 하거나 관련된 책을 추천받아 읽고 고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 쓸 때보다 새로운 시각이 덧입혀지며 단단해진 분명히 더 나은 글이 완성되었다고 자부합니다.
혼자 쓸 때는 '이딴 게 무슨 글이야'라고 자조할만한 글도 어떻게든 내어놓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내 글을 다정히 읽어주는 동료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하는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이딴 글'로 보였을지라도 어떻게든 드러내 놓고 다정하게 함께 읽고 고쳐 쓰는 과정에서 '사실 어쩌면 좋은 글일지도..?'싶게 글이 변화했습니다. 좋든 나쁘든 내 글을 다정히 읽어줄 사람이 존재한다는 믿음 덕분에 그리고 다정하게 의견을 더해주신 덕분에 내가 공들여 쓴 글이 더 이상 온라인 세계 어딘가를 부유하거나 휘발되는 글이 되지 않고 독자에게 내보일 수 있는 글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새로운 글을 쓰게 됐다
우리는 5주 동안 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나만의 작가정신으로 내 마음에 드는 글, 내가 보기에 좋은 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위주로 썼다면, 이제는 내 글이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더 잘 읽힐지, 독자가 읽기에 좋은 글은 무엇일지를 고민하며 쓰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글오글을 통해서 굉장히 새로운 관점과 기술을 배웠습니다. 저는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글만 쓰던 사람이었는데 처음으로 연애소설을 써보기도 하고 사랑에 관하여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또 그동안 제목 어그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있어도 첫 문장을 어떻게 열지, 마지막은 어떻게 닫을지까지는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고 의견을 함께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각도와 관점에서 글을 볼 수 있게 됐고, 그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아무리 오랜 기간 열심히 썼더라도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혼자만 썼다면 절대로 익힐 수 관점과 방식이었습니다. 감성적이고 세심한 글을 쓰는 동료 작가님들이 계셨고, 첫 문장을 읽자마자 다음이 궁금해지는 글을 쓰는 동료 작가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그 관점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다정한 글쓰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고백하자면 오글오글은 네이밍 센스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모집 글을 올리던 당시에 다음 주가 5월이었으므로 5월 5일을 마감으로 잡고 기왕 맞추는 거 5주 동안 써보자는 가벼운 마음이었죠. 시작은 가벼웠지만 그동안 얻은 것을 돌아보면 절대 가볍지 않았습니다. 내 글을 다정히 읽어주는 동료가 생겼고, 어떻게든 글을 써내는 법과,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글오글은 각자 참가비로 5만 원씩 내고 5주 일정 모두 참여 시 전액 환급, 1주 미참여 시 만원씩 기부하는 것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모임이 모두 끝난 뒤 모든 모임에 참여했어도 기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해주신 작가님들이 계셔서 모임명 '오글오글'의 이름으로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플랜코리아 에 각각 5만원씩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고된 과정을 기념하기 위해서 서로 나름 수료증도 만들어 자축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물론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1기를 통해서 글쓰기가 다정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2기에는 더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습니다. 더 좋은 분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더 다정하게 나눌 수 있도록 7월 한 달 동안 잘 재정비하고 돌아겠습니다.
돌아오는 8월에 88한 글쓰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는 이 글을 읽고 계신 작가님도 다정하게 함께해주세요 :)
아래 글은 오글오글에서 함께 글입니다.
4주 차 주제 : 여행
같이 써요, 브런치! (브런치 작가 커뮤니티) - 비밀번호 writer
브런치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됩니다. 브런치 작가 오픈 카톡방에서는 작가님이 쓰신 글, 글을 쓰면서 드는 고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브런치 글 등 '글과 관련된 무엇이든' 다 나누셔도 좋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계시거나, 쓰고 싶은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
https://open.kakao.com/o/g3WX7Kpe
혹시 혼자 글을 쓰기 어려운 분들은 아래 프로그램을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팔글팔글(오글오글 2기), 마감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kkw119/295
오글오글 1기, 마감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