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주변에서는 쉴 시간도 부족한데 무슨 글이냐고 뭐가 그렇게도 좋으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기 같은 글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재밌어서 그 재미에 계속 글을 썼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계속 쓰다 보니 더 깊고 진한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늘도 글을 쓴다.
처음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잠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설레는 순간도 결국 언젠가는 그 감정이 휘발되어 사라졌다. 그 마음을 잊고 싶지 않을 때마다 글을 썼다.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온전히 기록한 글은 ‘감정 사진기’ 같은 역할을 했다. 내 감정을 완전히 복제해내지는 못할지라도, 어떤 궤적으로 흘러왔고 또 흘러가는지 담을 수 있었다. 한 자 한 자 내 마음을 꾹꾹 담으면서 그리고 또 꾹꾹 담은 내 마음을 다시 펼쳐 읽어볼 때마다 처음의 그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다짐의 글이다. 오늘 이 느낌을, 이 마음을 잊지 말자고 내 마음을 사진 찍듯이 글을 쓴다.
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내가 가진 상념들을 조각모음 해야만 했다. 무질서하게 부유하던 생각들을 잘 조립하여 글로 꿰어내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또 어떤 색을 발하면서 살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분명히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색깔은 조금씩 덧입혀졌고 조금씩 더 선명해졌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선명해지자는 글이다. 삶에 치여서 나의 색깔이 연해질 때쯤, 마음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금 나의 색을 선명히 하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감정뿐 아니라 내가 가진 편협함과 부족함 그리고 한계까지 다 드러났다. 알고 보니 글을 쓰는 일은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고백하는 작업이었다. 평소에는 외면해왔던 나의 부족함이 나의 글에서 선명하게 드러날수록 그 부족함을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의 부족함이 선명해질수록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수련의 글이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가끔 과거에 내가 썼던 글을 보면 끔찍할 때가 있다. 몇 번을 고쳐 쓴 오늘의 이 글도 언젠가 또 끔찍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부족한 글을 쓴다. 산을 오를 때 한 발 한 발에만 집중하느라 얼마나 올라왔는지 잘 모르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그동안 얼마나 올라왔는지 알 수 있듯이 나의 글도 그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의 글이 끔찍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최소한 과거의 나보다는 조금 더 발전했음을 말하는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어떻게든 또 다른 글 하나를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조금씩 더 성장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게 처음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선명하게 살기 위해, 더 나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이 글은 오글오글(1주 차 주제 : 나는 왜 쓰는가)에서 함께 쓴 글입니다.
4주 차 주제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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