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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May 04. 2022

어떻게 함께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죽기 전에도 찾는다는 떡볶이? 아니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라는 김치찌개? 그도 아니면 슴슴함의 끝판왕 평양냉면? 글 얘기하는데 갑자기 왜 뜬금없이 음식 얘기냐고요? 어쩌면 글도 음식과 같지 않은가 해서요.


사실 어떤 음식이 최고의 음식인지 그 누가 정의 내릴 수 있겠습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 제일 선호하는 음식을 뽑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최애 음식일 뿐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날의 조명, 온도, 습도 무엇이 됐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가 선호하는 메뉴 순위 또한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내가 최애 음식으로 김치찌개를 골랐다 하더라도 내일은 평양냉면이 당길 수도 있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글이 최고의 글인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의 글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글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또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호하는 글 스타일 또한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같이 글을 쓰려고 모인 경우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마다 각자 좋은 글의 기준이 다를 텐데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걸까요.


저는 세상에 하나뿐인 '좋은 글'은 존재하지 않지만 함께 고민을 나누다 보면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각자가 추구하는 좋은 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글이 나에게만 좋은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글이 되려면 어떤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지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릍 통해서 더 선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쓰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함께 글을 쓰는 모임을 준비하며 여러 글을 읽게 됐습니다. 그중 임영태 작가님의 글이 제일 공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그 일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 글을 쓰는 것은 서로의 글쓰기를 향한 응원을 나누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수련이기도 합니다. 임영태 작가님은 함께 글을 쓰는 일(합평)은 단순히 소감을 청취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발전하는 자리임을 강조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독자에게는 미흡할지 몰라도 거기엔 작가 나름의 세계관과 문제의식이 담겨있습니다. 그 때문에 합평에 임하는 사람은 먼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을수록 더 그래야지요. 어떤 문제를 다루고자 했는지, 어떤 의도로 이런 구성, 이런 인물을 만들어 냈는지, 작가의 생각을 유추하며 따라 읽어야 소설의 장단점이 더 잘 느껴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작가는 자신의 메세지를 잘 전달 하기 위해 그 단어와 그 문장을 바로 그곳에 쓴 의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모인 사람들끼리는 동료 작가의 글이 단순히 '좋다, 나쁘다' 혹은 '마음에 든다, 안 든다'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작가는 왜 여기서 이런 시도를 했는지, 왜 이런 구조를 잡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상상해봐야 합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한 번도 접근하지 못한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수준 높은 안목은 어떤 작품이든 거기에서 장점을 찾아내는 눈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가 그만큼 못 쓸지라도 보는 눈만큼은 높은 법입니다. (...) 의미 있는 합평이 되려면 가능한 한 작품을 전체로 평가하지 말고 쪼개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어느 작품이 비록 전체 완성도는 60점에 불과할지라도 부분 부분, 어느 한 대목에는(아직 채 무르익지는 않았으나) 눈부신 개성과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볼 줄 알아야 자기 자신과 비교도 해볼 수 있고, 해당 작가의 가능성과 한계도 명확히 가늠되지요.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 쓰니까 모인 것이 아니라 더 잘 쓰고 싶어서 모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서로의 글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수밖에 없고 어딘가 빠진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부분을 찾고 싶어서 모인 거니까요.


함께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부족한 글 속에서도 개성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기르고자 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동료 작가의 눈부신 개성을 배워서 내 스타일로 소화하는 것까지도 꿈꿔봅니다. 동료 작가의 글을 진지하게 읽어내고 내가 갖지 못한 개성을 세심하게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글이 조금 더 다채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나는 이만큼 작품을 잘 볼 줄 안다 자랑하기 위해 합평하는 것 아닙니다. 그게 왜 작위적으로 다가오는지, 그 작위성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게 자기 창작에도 공부가 되고 작가에게도 도움이 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수동적 독자가 아니라 작품 분석사가 되어서 머리를 싸매 보아야 하는 겁니다.


문제를 지적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겠지요.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비슷한 질감의 고민을 하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각자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글이 '미리 쓰고 100번 고치는 것'이라면, 같이 고민하고 고쳐보면 어떨까요?



가끔은 글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성을 한땀한땀  모아담은 내 글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면 그게 나를 향한 비난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죠. 또 혹시나 상대가 그런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내가 무슨 평가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딘글방을 운영하는 어딘(김현아)님은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글방에서라면 사실 합평에 큰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모두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내 글도 변변치 못한데 남의 글을 비평하다니, 하는 생각 따위는 버리고 열심히 피드백을 하는 것이 밤을 새며 글을 써온 사람에게 보내는 존경과 예의입니다.

어딘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고, 그냥 늘어져 쉴 수 있는 시간에도 따로 노력을 투자하고자 하는 이유는 내 글이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어떻게든 더 발전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마음으로 모였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더 응원하는 과정에서 더 다채로운 관점으로 서로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재천 교수님께서는 글쓰기 비법으로 '미리 쓰고 여건만 허락된다면 글을 100번이라도 고친다’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100번 고치는 과정에서 내 관점으로만 100번 고치면 그 발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진지하게 내 글을 함께 고민하는 동료 작가와 함께 몇번이라도 고쳐 쓰면 훨씬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오글오글 같이 씁시다 :) (마감되었습니다)

오글오글은 딱 5개의 글을 딱 5주 동안만 함께 쓰는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아래 글들은 오글오글 1기 서 함께 쓴 글입니다.


1주 차 주제 : 나는 왜 쓰는가

2주 차 주제 : 사랑에 대하여

3주 차 주제 : 한 사진을 보고 드는 느낌을 글로 써보기

4주 차 주제 : 여행

5주 차 주제 : 윤리적 딜레마


같이 써요, 브런치! (브런치 작가 커뮤니티) - 비밀번호 writer


브런치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됩니다. 브런치 작가 오픈 카톡방에서는 작가님이 쓰신 글, 글을 쓰면서 드는 고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브런치 글 등 '글과 관련된 무엇이든' 다 나누셔도 좋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계시거나, 쓰고 싶은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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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오글 후기 

https://brunch.co.kr/@kkw11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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